무영은 눈을 질끈 감았다. 고개를 숙이면 하얗게 아른거리는 군명의 가슴골 때문이었다. 편편해서 정말 남자가 아닐까, 생각했던 놈이 이리 봉긋한 가슴을 가지고 있었다니. 속은 기분이었다. 게다가 벗겨 놓은 저고리를 다시 입혀 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대장, 계획은 이제 어떡해요? 우릴 의심하는 것 같아요.”
귓가에 작게 불어오는 군명의 숨결로 인해 무영의 몸에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그도 건강한 남자인지라 이런 자극에는 약했다. 단단히 미쳤군, 다른 이도 아니고 군명이를 상대로……! 군명의 손에 들린 전을 받아 먹은 무영이 가까스로 웃었다. 군명이 얇은 팔을 그의 목에 두르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다리를 타고 앉은 그녀의 젖가슴이 바로 그의 턱 밑에 스칠 듯 말 듯 근접했다.
“똑바로 앉아.”
무영이 낮게 이를 사려 물고 말하자 군명의 눈이 동그래지더니 다시 앞으로 돌아앉았다. 하지만 마냥 이리 멀뚱히 앉아 있는 건 의심을 살 만했으므로 뭐라도 하긴 해야 했다. 그런데 뭘 어떻게 해야 하냐고! 눈앞에 있는 기생들처럼 하자니 상대가 대장이었다. 그리 하기도 전에 심장이 멈춰 버려 죽고 말지도 모른다. 고대광의 눈초리가 점점 더 의심스러운 빛을 띠는 것 같아 초조함만 더욱 가중됐다.
“잠깐만.”
순간, 군명의 귀에 속살거리는 대장의 소리가 들렸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작은 몸이 가뿐히 돌려졌다.
“……헙!”
숨이 멈췄다. 동그란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대장의 얼굴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입술 위로 무영의 숨결이 온전히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