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이기 전에 자영업자의 아들로서 간절히 알고 싶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자영업자는 생존할 수 있을까. 별 보고 나가서 별 보고 들어오도록 부지런히 살아도 장사가 안 되는 이유는 뭘까. 단지 ‘음식 맛이 없어서’라고 치부하기엔 성공한 식당들의 음식 맛이 전부 좋은 것도 아니었다. 분명 이전과 달라진, 구조적인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닐까.
답을 찾기 위해 지난 4년간 휴가나 명절에 자비로 출장을 다녔다. 서울, 경기, 천안, 대구, 울산, 부산, 제주를 찾아 다점포 점주들의 성공 노하우를 물었고, 폐업한 자영업자들의 하소연을 들으며 실패 요인을 분석했다. (중략) 그리고 다음과 같은 결론에 이르렀다.
“지금까지 방식의 자영업은 결코 지속가능하지 않다. 소비의 패러다임이 달라진 2020년대에는 그에 맞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창업 아이템부터 출점 상권, 투자 비용과 방법, 판매 및 홍보 방식, 타깃 고객까지 모두 바꿔야 한다.”
--- 「들어가는 글」중에서
트렌드의 종말을 보여 주는 현상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대박 프랜차이즈가 사라진다. 2000년대 이후 프랜차이즈 업계에선 매년 전국을 휩쓰는 대박 아이템이 등장했다. 석굴, 찜닭, 닭갈비, 치즈등갈비, 커피전문점, 눈꽃빙수, 저가커피, 저가주스, 저가핫도그, 대만카스테라 등이다. 그런데 2010년대 후반에 들어서는 이런 대박 프랜차이즈를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소비자 취향이 다변화되면서 소비가 한 가지 아이템으로 몰리지 않고 분산되었기 때문이다.
둘째, 신제품이나 신메뉴의 생애 주기가 짧아진다. 이는 외식뿐 아니라 패션, 생활용품 업계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2~4주 간격으로 디자인을 바꾸는 ‘패스트패션fast fashion’에 이어 얼마 전부터는 ‘패스트 리빙fast living’이란 말도 등장했다. 다이소, 이케아, 자라홈, H&M홈 등 저가 생활용품, 가구, 홈 브랜드와 홈퍼니싱home furnishing(집 꾸미기) 문화가 결합된 덕분이다. 과거에는 가구나 생활용품은 비교적 비싸고 질 좋은 명품을 사서 오래 사용했지만, 이제는 기분에 따라 쉽게 바꾸고 갈아 치우는 대상이 됐다. (중략)
셋째, ‘소품종 대량 생산’에서 ‘다품종 적량 생산’이 대세다. 다이소는 매달 600여 가지의 신상품을 선보인다. 2만여 개에 달하는 상품 가짓수Stock Keeping Unit, SKU의 3퍼센트를 매달 갈아 치우는 것이다. (중략)
넷째, ‘놈코어nomcore’가 새로운 개성 추구 대상이 됐다. 놈코어는 노멀normal과 하드코어hardcore의 합성어로 ‘철저한 평범함’을 의미한다. 너무 자주 바뀌는 유행에 피로감을 느낀 이들이 그냥 무난하고 수수한 옷차림을 선호하는 현상이다.
--- 「트렌드가 사라지는 시대, 이제는 뉴패러다임이다」중에서
내 바람과 달리 날이 갈수록 장사를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더 심해지는 것 같다. 장사는 누구나, 어디서나,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것쯤으로 여긴다. ‘은퇴하면 치킨집’이라는 말이 보편화되고, 장사를 최후의 보루쯤으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자영업으로 내몰린다’는 워딩 속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자영업을 굉장히 만만하게 보는 심리가 깔려 있다.
하지만 단언컨대 장사는 ‘한번 해 보자’라며 시작할 만한 성격의 것이 못 된다. 한해 창업-폐업 비율이 90퍼센트에 육박하는 요즘,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장사는 최소 수천만 원은 기본으로 들어가는 대형 투자다. 그것도 원금 보장이 전혀 되지 않는 엄청난 고위험 투자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수천만 원어치 주식 투자를 하기 전에는 손을 덜덜 떠는 사람들이 프랜차이즈 가맹 계약은 1~2시간 상담으로 끝내 버린다. 빚내서 주식 투자는 상상도 못하지만 가게를 낼 때는 주류대출이든 신용대출이든 뭐든 덥석덥석 돈을 빌린다. 심지어 장사가 주식투자보다 몸이 더 편하다거나 스트레스가 덜하다고 할 수도 없다. 그런데도 결정을 너무도 ‘가볍게’ 내려 버린다.
--- 「나오는 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