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제목 ‘자본주의 생산의 실패’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자본주의 일반의 문제들이 아니라 1970년대 이후에 나타난 자본주의 가치생산 체제의 특수하고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다. 나는 이 책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자 한다. 미국 경제는 1970년대 중반과 1980년대 초반에 시작된 불황에서 완전히 회복된 적이 없다. 나는 그 이유에 대한 설명을 제시하겠다. 이렇게 쇠약해진 자본주의 생산의 상태가 금융위기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다. 가장 중요한 점은 이 쇠약함이 대침체와 그 뒤 우리가 현재 견디고 있는 완전한 불황 같지는 않은 상태, 즉 ‘새로운 정상(new normal)’을 위한 무대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허약해진 자본주의 생산으로 인해 불황과 뒤이은 사태들은 예정되어 있던 것이다.---p.18
투자된 화폐량에 대한 백분율로 표시되는 이윤율은 지속적으로 저하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만 이 경향은 존 풀라턴, 카를 마르크스 등이 말했던 이른바 ‘자본의 파괴(destruction of capital)’에 의해 역전된다. 자본의 파괴란 금융과 물리적 자본 자산의 가치 감소나 혹은 물리적 자산 자체의 파괴에 의해 야기되는 손실이다. 역설적이게도 이런 자본 파괴 과정을 통해 수익성이 회복되면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와 같은 호황을 위한 무대가 마련되곤 한다. 문제는 1970년대 중반과 1980년대 초반의 세계적 경제 침체기 동안에는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 시기 동안보다 자본가치가 훨씬 덜 파괴되었다는 점이다. 이 차이는 주로 경제정책의 결과이다.---p.20
이윤율은 1980년대 출발부터 낮았고 결코 지속적 방식으로 회복되지 않았다. 이것이 자본축적률과 경제성장률의 현저한 감소를 초래했다. 정부 정책이 이런 감소 문제가 감당할 수 없게 되는 것을 막았지만, 또한 장기화시키고 악화시켰다. 재무부는 세후 이윤을 뒷받침하고 경제침체에 임시로 대응하기 위해 차입하고 또 차입했다. 이자율 삭감, 정부의 대출 보증, 대부분의 주택 매매에서 자본이득세 제거 등의 조치들은 모기지 부채의 대량 누적을 초래했다. 또한 정부는 국내와 해외의 채권자들에게 반복해서 구제금융을 제공했다.---pp.35~36
이윤율 저하 경향 법칙의 정치적 함의는 운명주의적인 것이 아니라 혁명적인 것이다. 위기를 낮은 생산성, 침체된 수요, 시장의 무질서, 국가 개입, 높은 임금, 낮은 임금 등에서 찾는 이론들은 자본주의 위기 경향들이 체제를 잘못 돌아가게 만든 특정한 문제를 고쳐서 원칙적으로 상당히 완화되거나 제거될 수 있다고 시사한다. 그러나 이윤율 저하 경향의 법칙은 경제위기가 자본주의하에서 불가피하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왜냐하면 위기는 자본주의에 외부적인 요인들, 즉 체제를 손상하지 않으면서 제거할 수 있는 요인들에 의해 초래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pp.55~56
1990년대의 주식시장 거품 붕괴는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었다. 이 장에서 내가 주장했듯이, 그것은 심각한 상태를 촉발했고 연준이 주택가격 거품에 기여하고 장기화시킨 조치들을 취하지 않을 수 없게 했다. 현재 우리의 경제적 어려움들은 (더 깊은 구조적 문제들뿐 아니라) 아주 많은 정도 닷컴 거품과 그것이 한번 터지자 그 손상을 억제하는 데 궁극적으로 실패한 노력들의 지연된 결과들이다.---pp.85~86
증거는 이 모든 추세가 1970년대 중반의 경제위기와 침체로부터, 혹은 일부의 경우 더 일찍 시작되었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래서 증거는 이 책의 핵심 테제를 뒷받침한다. 1970년대 중반과 1980년대 초에 진정한 붕괴가 없었기 때문에―이 시기의 침체로부터 초래된 자본가치의 파괴는 수익성을 회복시키기에 충분하지 않았다―그 후에 진정한 호황도 없었다. 1990년대의 닷컴 거품과 2000년대의 주택 거품이 추동한 팽창 같은 일회적 사건들에도 불구하고, 경제는 1970년대 침체로부터 결코 완전히 회복된 적이 없었다.---p.87
현재비용과 역사적 비용 이윤율 사이의 관계가 매우 불안정했기 때문에, 1980년대 초반 이후 수익성이 회복됐는지 혹은 회복되지 않았는지에 관한 판단은 주로 두 이윤율 중 어떤 이윤율을 선택해 논의되는지에 의존한다. 그리고 수익성이 1980년대 초 이후 반등했기 때문에 금융 부문 문제와 금융화 과정이 최근 위기와 침체의 유일한 근본적인 원천이었다는 주장은 오직 현재비용 이윤율이 유효한 수익성 척도일 조건에서만 타당하다. 그래서 대체비용 방식인가 역사적 비용 방식인가는 실증에서 매우 중요하다. 선택은 반드시 돼야 한다.---p.180
과소소비론자들은 부채 축적이 노동자의 급여 감소, 그리고/혹은 소득에서 노동자의 몫의 감소로부터 기원했다고 주장하는데, 이런 감소가 소비지출의 부족을 초래했거나 혹은, 만약 부채가 소비를 부양하지 않았다면 부족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반대로, 나는 최근의 위기는 미국 노동자가 받은 보수의 감소, 또는 그들의 소득 몫 감소 때문이 아니라고 주장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들 중 어느 것도 감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pp.231~232
많은 자유주의와 좌파 논자들은 이런 개입을 분배의 측면―정부는 누구를 구하는가, 부유한 투자자들과 대출기관들인가, 아니면 해고당한 노동자들과 압류에 직면한 평범한 주택 소유자들인가?―에서 논하기를 좋아했기 때문에, 나는 ‘자본주의 체제를 구한다’는 문자 그대로의 의미를 강조하고 싶다. 이런 개입의 목적은 부자를 더 부유하게 하는 것도, 혹은 심지어 부자의 부를 보호하는 것도 아니며, 체제 그 자체를 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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