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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진, 길에서 나를 만나다

김상진, 길에서 나를 만나다

: 제주 올레 · 네팔 안나푸르나 걷기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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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에세이 top100 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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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1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48쪽 | 470g | 152*225*16mm
ISBN13 9788957752104
ISBN10 895775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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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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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여행 첫날인 오늘은 배를 타고 우도에 가서 한 바퀴 둘러보자. 그리고 내일부턴 올레길 1코스에서 시작해 걷는 데까지 걸어보자’로 정했다. 이것이 나의 제주여행 계획 전부다. 아주 단순하고 다소 황당해 보이는 계획이지만 별다른 계획을 선택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다른 방법이라곤 아는 것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 p.20

스탬프를 찍고 벤치에 앉아 쉬면서 발바닥을 보니 물집이 더 많이 생겼다. 이제는 무릎도 아파왔다. 콘크리트 길로 인해 발과 무릎에 무리가 온 것 같았다. 올레길이 오름 오를 때를 제외하곤 대부분 시멘트길로 되어 있었다. 게다가 해안도로는 아스팔트길이다. 이렇게 3코스 약 20km를 걸었으니 다리가 성할 리가 없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도민에게 강력히 요구하고 싶어졌다.
--- p.61

오후 1시가 되었을 때, 8코스를 향해 출발하다. 월평 포구에서 점심을 먹고 비가 그치길 기다려도 비는 구질구질하게 계속 내렸다. 판초우의 속에 배낭을 숨기고 다시 길을 나섰다. 베릿내오름이다. 베릿내오름은 베릿내 포구 가까이에 있다는 데서 이름이 유래했다. 올레꾼은 나 혼자뿐이었다. 이 비를 맞으며 걷는 사람이 없는 것은 당연했다. 오름을 그냥 지나쳐 버릴까 하다가 나 스스로 용납이 되지 않아 꾸역꾸역 올랐다. 부스럭거리는 나의 바짓가랑이 소리에 자꾸만 뒤를 돌아보곤 했다. 정상에 올랐으나 비바람에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거의 뛰다시피 올랐던 길을 돌아서 내려왔다.
--- p.101

올레 안내서를 보면 11코스는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길이라고 나와 있다. 근대사와 현대사가 같이 녹아있는 길이라고 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공군병력을 집결시켰던 야욕의 알뜨르 비행장, 4·3사건 이후 최대의 양민학살이 자행되었던 섯알오름, 천주교 박해를 받았던 정난주 마리아 묘소 등은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를 보여준다.
--- p.122

불일암은 부처님을 모신 법당이라기보단 시골의 아담한 기와집 같았다. 한쪽 모퉁이에 법정스님이 손수 만들었다는 나무 의자, 세숫대야 등과 함께 영정사진을 모시고 있었다. 무엇을 위해 스님은 이렇게 살았을까? 깊은 산중에서 세상과 떨어져 혼자 살았지만 누구보다 많은 사람과 더불어 살아온 스님. 나는 스님이 세상을 떠난 후에 비로소 이 불일암을 찾았다.
--- p.153

한국시간 오후 3시, 네팔시간 12시, 나를 실은 비행기가 7시간 동안 공중에서 떠 있다가 내렸다. 인구 300만이 사는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 공항이다. 입국수속을 받고 공항을 나가는 데 만만디다. 7시간 동안 의자에 앉아 있어 가뜩이나 찌뿌둥한 육체가 더욱 피곤이 밀려온다. 체류하는 기간에 따라 비자발급 비용이 다른 것을 보면, 이 땅을 밟고 지내는 양에 따라 돈을 받고 있었다. 8일간의 체류비 25달러를 냈다.
--- p.166

2,100m 데우랄리에서 점심을 먹었다. 책에서 보았던 네팔 사람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음식인 달바트와 포테이토를 시켰다. 그런데 달바트도 향신료가 있어서 밥을 제외하고는 먹을 수가 없었다. 고추장과 김치를 밥과 비벼서 먹었다. 나빈과 강가는 달바트를 맨손으로 버무려 맛있게 먹었다. 이들은 아직도 숟가락과 젓가락을 사용하기보다 맨손으로 밥을 집어 먹었다. 맨손으로 먹는 모습을 한참 보다 보니 내가 속이 이상해지는 것 같았다. 얼른 콜라를 집어 마시며 니글니글해진 속을 달랬다.
--- p.177

촘롱에는 계단이 많기로 유명하다. 가이드 나빈은 촘롱을 내려가는 계단은 모두 2,727개라고 했다. 그런데 셀 때마다 숫자가 달라져서 정확이 몇 개인지 알 수 없다고 했다. 궁금하면 한번 세어보라고 말하곤 활짝 웃었다. 한쪽 다리에 의지해 계단을 내려가는데 5살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2~3살 정도 보이는 동생의 손을 잡고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동생은 속옷 하나 걸치지 않은 맨몸에 신발까지 신지 않은 맨발이었다. 누나의 손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쓰며 끌려 따라오고 있었다.
--- p.194

포카라에서 카트만두행 국내선 항공기는 무사히 이륙했다. 안나푸르나 신이 나의 기도를 외면하지 않아 기뻤다. 다시 한번 안나푸르나 신께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30인승 항공기는 윙하는 굉음을 내며 구름을 뚫고 날랐다. 시끄러운 소음이 어느 정도 적응이 될 즈음, 뒤에 앉은 가이드 나빈이 등을 두드리며 손가락으로 먼 곳을 가리켰다. 구름 사이로 솟아 있는 설산이 보였다. 산에서는 보지 못한 봉우리가 구름 위로 보일 줄이야? 안나푸르나 신이 우리에게 내린 마지막 행복한 선물이었다.
--- p.231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고,
여행은 서서 하는 독서라고 합니다.
두 다리를 믿고 의지하며 걷고 또 걸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때는 지금 이 순간,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함께 있는 사람,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곁에 있는 사람에게 좋은 일을 하는 것이다.
--- p.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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