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복지 국가,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 북유럽 디자인(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나라…. 우리가 생각하는 북유럽에 대한 이미지는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한국과는 지리적으로 먼 거리 때문에 낯설었던 북유럽이지만 최근 들어서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부쩍 가까워진 느낌이다. 덕분에 ‘휘게’, ‘라곰’, ‘슬로우 라이프’, ‘라테파파’와 같은 북유럽의 특성이나 문화를 지칭하는 단어에도 조금은 익숙해졌다. 아마도 북유럽 디자인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그 인기가 지속되면서 하나의 문화로 정착된 영향이 클 것이다.
--- 「1부-한국의 디자이너, 북유럽의 디자이너가 되다」중에서

지금 우리들은 ‘디자인’이라는 단어를 일상 어디에서나 쉽게 접한다. 의식주는 물론이고 무심코 마시는 커피 한 잔도 디자인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시공간의 문턱이 낮아졌기 때문에 디자인이 뛰어나면 아무리 꽁꽁 잘 감추어도 금세 세상에 드러나고 주목받게 된다. 특정 지역 스타일의 디자인이라든지, 누구 풍의 디자인이라든지 하는 경계는 이미 흐릿해지고 있다. 오히려 다른 영역과의 융합이 활발해지면서 흥미로운 파생 영역이 계속 생겨난다. 여기에도 디자인이 톡톡히 역할을 한다.
--- 「1부-한국의 디자이너, 북유럽의 디자이너가 되다」중에서

디자인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한 번은 꼭 오고 싶어 하는 이 트렌디한 장소를 이곳 사람들은 구태여 ‘디자인’이라는 단어와 연관시키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디자인은 생활의 일부이므로. 거실 구석에 무심하게 놓인 스탠드 조명 같은 평범한 일상의 한 부분이다. 가끔 지인의 집에 방문할 때도 그들의 디자인 감각에 놀라곤 한다. 디자인 관련 종사자가 아님에도 디자이너 못지않은 감각적인 배색, 물건을 고르는 안목, 그리고 그것들을 조화롭게 구성하는 강한 내공이 드러난다. 지인은 그 이유 중 하나를 이렇게 말했다. “어린 시절부터, 자라 온 환경에서부터 선대부터 이어져 오는 북유럽만의 아름답지만 실용적이며 군더더기 없는 인테리어가 함께했다. 접근성이 좋은 훌륭한 박물관들은 물론, 동네 카페나 도서관에서도 뛰어난 디자이너의 작품들을 자주 보고 경험했다.”
--- 「2부-이것이 진짜 북유럽 디자인이다」중에서

오늘날의 이케아는 더 이상 조립 가구를 판매하는 기업이라고 말할 수 없다. 거대한 몸집에도 시대의 변화를 빠르게 읽어 내며, 속도감 있는 전략과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 낸다. 증강 현실 앱을 실현한 이케아 플레이스를 출시하고, 무선 충전이 가능한 가구를 선보이며, 스마트 홈을 위한 조명 시스템까지 선보이고 있다. 디자인 컨설팅 회사 IDEO와 미래의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한 ‘콘셉트 키친 2025’는 많은 주목을 받았다. 캐나다의 마케팅 회사 레오 버넷과의 협업으로 제안한 ‘쿡 디스 페이지’ 역시 흥미로운 프로젝트로 평가받았다. 그리고 다운타운 중심가에는 이케아 스토리 룸을 열어 고객에게 보다 가깝게 다가감으로써 그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한다. 디자인, 기능, 형태, 지속 가능성에 낮은 가격을 더한 이케아의 ‘민주적인 디자인’ 철학은 많은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성공 모델로 단단히 뿌리내렸다. 가구 회사 이케아는 가구만 만드는 게 아니라, 그 너머의 것들을 연결 지으려 시도 중이다. 이케아만이 아니다.
--- 「2부-이것이 진짜 북유럽 디자인이다」중에서

북유럽의 서비스 디자인에 흥미로운 점이 하나 있다. 사람을 통한 고객 케어에 부족할 수밖에 없는 약점을 인지한 북유럽의 기업들이 내놓은 솔루션 가운데 하나가 ‘정리 정돈’이다. 물건이 있는 목적과 이유를 분명하게 알려 주는데, 별도의 지식이 없어도 직관적으로 무엇을 말하는지 알 수 있다. 마트의 사탕 코너만 해도 그렇다. 맛과 크기, 종류에 따라 상세하게 정리해 놓았다. 점원의 도움 없이도 고객이 스스로 원하는 정보를 쉽게 얻고 구매하는 과정을 도와준다. 북유럽의 정리 정돈 문화는 이들의 기본 성향에서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잘 정리된, 구조적으로 완벽하게 짜인 틀에서 살아가는 삶을 편안하게 여기는 것 같다. 또한 시스템이 매우 치밀하게 설계되어 있기에 예상치 못할 일이 발생할 빈도 자체가 낮다. 일상의 편리함과 안정감을 느끼게 하는 요소임은 당연하지만 반작용으로 돌발 상황에서 적지 않게 당황하는 것도 사실이다.
--- 「2부-이것이 진짜 북유럽 디자인이다」중에서

크래프트먼십이 주목받고 있다. 사전에는 ‘훌륭한 솜씨’, ‘손재주’ 등을 지칭하는 단어로 명시되어 있는데, 바로 장인정신을 이야기한다. 오래전부터 특정 분야에서 숙련된 기술이나 디테일을 표현하는 말로도 사용되었으며, 특히 디자인 영역에서는 분야(제품, 인테리어, 패션, 건축 등)를 막론하고 반드시 요구되는 필수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크래프트먼십이 단연 돋보이는 덴마크의 가구 브랜드가 오버가르드 앤드 디르만이다. 장인의 손길로 가공된 천연 가죽과 메탈 프레임의 정교한 디테일 구성이 돋보이는 인테리어 오브제를 선보인다. 수작업으로 만들어지는 가죽 스티치와 완벽한 곡선으로 구성된 메탈 프레임의 조합이 무척 인상적이라 역시나 덴마크를 대표하는 크래프트먼십 브랜드로 급부상 중이다. 미디어도 주목하고 있다. O & D에게서 진정한 북유럽의 크래프트먼십을 들어 보았다.
--- 「3부-누가 북유럽 디자인을 만들어 가는가: 우리가 주목해야 할 디자이너들」중에서

북유럽은 교육 롤 모델로도 자주 등장한다. 핀란드의 ‘교실’, 덴마크의 ‘행복’ 교육, 스웨덴의 ‘평등’ 교육 같은 수식어는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씁쓸하지만 입시 위주 교육이 굳어진 우리의 현실과 자주 비교되기도 한다. 실제로 이곳에서 만난 아이들은 무척 행복해 보였다. 이 아이들에게도 당연히 고민과 시련이 있겠지만 한국의 아이들이 가진 그것과는 달라 보였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하나의 궁금증이 생겼다. 디자인 강국 북유럽의 ‘디자인 교육’은 어떤 모습일까? 그 답을 덴마크의 디자인 학교 코펜하겐 인터랙션 디자인 스쿨을 통해 찾아보려고 한다. 코펜하겐 중심가에 위치한 CIID는 인터랙션 디자인에 특화되어 있는 전 세계의 몇 안 되는 교육 기관 중 하나다. 한국에서는 국민대학교, 연세대학교, 카이스트 등에 관련 학과가 개설되어 있다. CIID의 창립자이자 대표인 시모나 마스키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 「3부-누가 북유럽 디자인을 만들어 가는가: 우리가 주목해야 할 디자이너들」중에서

덴마크는 특히 가구 분야에서 훌륭한 전통과 역사를 보유하고 있다. 메테 헤이와의 대화에서 그에 대한 고민을 들어 볼 수 있었다. 고유의 가치를 어떻게 브랜드에 녹여 내는가, 이것이 헤이에게는 브랜드의 사활을 걸 정도로 중요한 일이었음을 말이다. 결과적으로 그들의 선택과 집중은 현명했다. 덴마크의 유구한 전통과 가치를 품은 모던하고 세련된 브랜드를 탄생시켰으니. 그리고 가구 브랜드를 넘어서 어느새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을 리드하고 있다. 가치를 만들고 그것이 좋은 평을 얻기까지는 많은 노력이 들어갈 수밖에 없고, 어려움과 도전의 순간들도 분명 있었을 터다. 그것을 이긴 ‘전통에 대한 존중의 태도’야말로 깊이 있는 브랜드의 가치를 완성시켜 주는 요소다. 그렇다. 헤이가 말하는 DNA 안에는 ‘존중’이 자리 잡고 있었다. 존중의 태도는 지금 시대 우리에게도 필요한 역량이자 기본기라 할 수 있다. 분야를 막론하고서 말이다.

<b>한국의 디자이너, 북유럽의 디자이너가 되다<br/></b><br/>북유럽 디자인이 유행을 넘어 하나의 스타일로 굳어지면서 우리와의 거리도 부쩍 가까워졌다. 가구와 인테리어 제품은 물론, ‘휘게’, ‘라곰’, ‘슬로우 라이프’ 같은 삶의 방식도 인기를 얻고 있다. 북유럽 디자인, 다른 말로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은 미니멀리즘을 기반으로 한 실용주의가 가장 큰 특징이다. 그 안에는 1년의 절반 가까운 혹독한 겨울을 이기기 위한 노력과 그 속에서도 행복을 찾고자 했던 북유럽인들의 바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br/><br/> 디자이너의 자율성과 개성을 중시하며 전권을 부여하는 북유럽은 디자이너에게는 이상향과 같다. 디자이너의 창의성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는 튼튼한 사회 시스템도 갖추어져 있다. 또 전 국민이 디자인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디자인의 영역과 힘이 상상 이상으로 크다. 한국에서 북유럽의 디자이너가 된 저자는 무엇이 북유럽 디자인을 최고의 디자인, 타임리스 디자인으로 만들었는지, 그리고 어떤 점에서 우리와 다른지를 경험을 통해 풀어낸다.<br/> <b><br/>이것이 진짜 북유럽 디자인이다 <br/></b><br/>오늘날의 소비자들은 더 이상 ‘기능’을 중심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지 않는다. 시계는 시간을 보기 위한 수단이 아니며, 옷은 추위와 더위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 사람들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경험, 이미지, 감정, 스토리를 얻고 싶어 한다. 이 모두가 디자인의 영역이다. 또한 북유럽 디자인이 지금 주목하고 있는 화두다. 과거의 북유럽 디자인이 실용성에 무게를 두었다면 현재는 실용성에 이야기를 더하고자 한다. <br/><br/> 이 책이 건축, 유니버설, 서비스, 그래픽, 융합 등 열 가지 영역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는 디자인 영역들은 저마다 다른 특성과 과정을 가지면서도 공통점이 있다. 이를 통해 북유럽 디자인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디자인이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우리 생활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무엇보다 세계 디자인 흐름을 선도하는 북유럽 디자인이기 때문에 디자인의 내일까지 가늠해 볼 수 있다. <br/><b><br/>오늘,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북유럽 디자이너들<br/></b><br/>폴 헤닝센, 아르네 야콥센, 핀 율 등 20세기 북유럽 디자이너들의 작품들은 특유의 감각과 멋으로 지금까지도 변치 않은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우리들은 따듯한 인테리어, 질리지 않는 가구,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아름다운 조명에서 곧장 북유럽 디자인을 연상한다. 북유럽 디자인의 진가는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매일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이 책을 통해 현재 북유럽 디자인을 이끌고 있는 여러 디자이너들과 브랜드를 만날 수 있다. <br/><br/> 저자는 인테리어 디자인에서부터 가구, 놀이터, 토이, 카페, 박물관, 브랜딩, 게임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크리에이터들과 직접 마주 앉아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몬타나, 비파, 헤이, 브리오, 매시브, 니가드안나 같은 최근 가장 주목받는 브랜드들이다. 이들이 전하는 자신만의 디자인 철학과 가치관을 통해 진정한 북유럽 디자인의 오늘을 만날 수 있는 동시에 디자인과 삶에 대한 영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