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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1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144쪽 | 130*205*20mm
ISBN13 9791189174187
ISBN10 1189174189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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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갓진 돌 밑
빈대처럼 엎드려 살자는데
세상은 화를 돋구어
쌓인 녹만 빨갛게 키워 가니
속도 모르는 누구는
비단 같은 풀(地錦草)이라 하네

하얀 꽃도 인연이어서
빨간 영금 속에도 버리지 못하고
총총히 사슬 엮어
서러운 미련만을 내뿜었으니
짧은 한 시절
허망한 꽃만 한가득 이네

이젠 비워야겠지
순수하다는
거짓에 속은 것을 알기에
--- 「큰땅빈대」중에서

파랗던 여름의 청춘은
어느덧 빛바래 가고
아쉬움인가
자식을 보내지 못하는 마음

시들어가는 빈집의 시름이
이제서야 말라 가는데
어느 날 문뜩
바람 한 줄에 떠나버린 자식 때문인가

노랗게 질리다

떠난 자식이 내려앉은 바위는
그저 험난하여
바위 밑에 뿌리 잡은
어미의 뒤늦은 참회 소리

한바람에 온 산이 들썩거린다
--- 「참회나무」중에서

오르막 신나무가 매운맛 들어갈 때
뭉게구름은 파란 바다에 하늘벽화 그리고
발아래 겹겹산은 파도를 이뤄
구름 따라 흐른다

산나물 허기에 불태워진 능선자락
하얀 잿가루 뒤집어쓰더니
탓 아닌 고목이 벼락 맞은 듯
드넓은 민둥머리 참억새가 가득하다

민둥산이 가을 서러울까 억새들 피어
모진 풍상에 머리도 쇠어 가며
바람지기로 은빛 백발을 휘날리니
지나던 구름도 햇빛에 반짝이며 너울거린다

삶에 다다를 곳이 어디 있으리
억새는 그저 바람처럼 산다
바람 따라 고개 숙여 흐를 뿐
억새는 홀로 피지 않아 외롭지 않으니
민둥산 위로하며 세상 따라 산다
--- 「억새는 홀로 피지 않는다」중에서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게 느낄 때
거부하지 않는 몸짓에
다가갈 수 있어 좋다

침묵하며 말하지 않아도
뜻을 굳이 전하려 하지 않아도
항상 활짝 웃어주는 너

사소한 관계를 쌓아가는 중에도
새로운 이름을 불러줄 때
더 가까이 다가오는 네 숨결

얼굴을 맞대고 호흡하는 사이
어머니 젖가슴 내음에 빨려드는
숨 막히는 전율을 아는가

그대로의 모습에 혼절하여
빠져드는 행복의 심연, 그 속에
내일의 희망까지 담겨 있다니
--- 「꽃, 네 이름을 부르며」중에서

눈 덮인 산자락 변두리
길 끊긴 산사(山寺) 하나
대웅전 처마 한구석에
하늘 내린 낚싯줄 걸려
허공 속 바동대는 붕어 한 마리
바람 한 줄기 간절히 기다리네

함박눈에 지쳐선가
오늘은 그 흔하던 바람도 침묵 중
대롱대롱 아슬한 목숨 끝
두 눈은 부릅떠 커져가고
소복이 얹힌 눈발마저 힘에 겨울 즈음
아침 햇살 머금은 계곡물에 미끄러진
한 줄기 골바람에 정신이 번뜩

바람결에 구원(救援)이라도 토하려
온몸 힘껏 흔들어 내뿜은 절규(絶叫)
청지(淸池) 첫 얼음이 깨지는 듯
청아한 소리만 산자락에 가득하다
득도하였는가
그새 구름까지 탔네
--- 「풍경(風磬)」중에서

큰 접시꽃이 예쁘다 해도
한 포기 작은 들꽃에 비할 수 있으랴
흔해 빠진 여린 풀꽃이 가장 빨리 소망을 피운다
눈에 잘 띄지는 않아도
충실한 세월에 봄의 향기를 널어
푸르른 하늘로 온 들과 산을 들어 올리는
저 거침없는 힘을 보라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니
잠시 침묵하는 듯해도 흐르는 물은 얼지 않는다
깊은 계곡 작은 골짜기에도
시냇물은 험한 돌을 깎아 굽이굽이 안고 흐르니
바위도 모래가 되어야 제대로 물머금을 하지 않는가
방울방울 둥근 돌을 굴리는
그 불굴의 의지를 보라

소중한 것은 너무도 사소하여 자연스러운 것이니
특별한 하루가 늘어진 일상의 행복만 하랴
스치는 미약한 인연으로 세상은 돌고
절실하게 모인 작은 힘을 이길 수는 없다
진정한 힘은 뿌리 깊어 한눈에 바로 보이지 않으나
포기를 몰라 마지막까지 남는다
힘없다고 깔보지 마라
--- 「깔보지 마라」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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