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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아, 사랑해!
eBook

윤정아, 사랑해!

[ EPUB ]
김채하 | 가하 | 2013년 01월 2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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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3년 0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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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5.11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17.3만자, 약 5.7만 단어, A4 약 109쪽?
ISBN13 9788966475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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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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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김채하
분명 당시는 최선을 다했다하고 여긴 글인데,
항상 뒤돌아보면 왜 이렇게 아쉽고, 민망하고, 후회가 밀려오는지……,
가끔 괴로워 자학합니다.
시간이 흐른 후에도 기억에 오래 남을 수 있는 이야기,
언젠가 시간이 지난 뒤 펼쳐들었을 때 조금이라도
후회가 덜 남는 글을 쓰기 위해 몸부림 중입니다.

출간작
『적월하연정』『러브스토리』『강호지연』『연인』『쉬즈마인』『윤정아 사랑해』
『섹시한 내남자』(eBook)『황제의 연인』『운우(雲雨)』『낙인, 애(愛)』『남편만들기』
『밀월-월중정인』『혼약』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wise men say only fools rush in but I can`t help falling in love with you]
어젯밤 이후 부쩍 입가에 떠도는 그 노래를 흥얼거리며 기분 좋게 퇴근준비를 하는 건욱을 한참 달력을 보며 송년회계획을 짜던 민석이 의구심 가득한 얼굴로 말을 건네 왔다.
“약속 있냐?”
“응. 형은 안 가?”
“친구하고 일잔 할 생각이다. 집에 가도 반겨줄 토끼가 있는 것도 아니고 간 빼 먹을 여우가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하프 코트를 걸치던 건욱은 민석답지 않은 생뚱맞은 유머에 쿡하고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훗, 겨울은 여러 사람을 춥게 하는 계절인가 보다. 선주도 그렇고. 형도 그렇고.”
“후우, 그러게. 근데 인마. 넌 뭐가 좋아서 노래까지 나오냐? 난 얼마 안 있으면 삼학년 졸업반 된다 생각하니 심란해 죽겠다.”
“형?”
건욱의 눈이 빛나자 민석이 의구심 가득한 눈길로 바라봤다.
“……초등학교 때 친구를 만났는데……. 왜 이렇게 마음이 들뜰까? 기분이 이상해. 자꾸만 생각나고 뭘 하나 궁금해지고…… 보고 싶어져.”
“뭐? 히야, 강건욱!”
민석이 톤을 높여 외치듯 불렀다.
“너 사랑에 빠진 거 아냐!”
“그럴까……. 정말……? 혹, 추억 때문은 아닐까. 나 초등학교 때 그 친구랑 짝지도 하고 아주 친하게 지냈거든. 중학교 때 서울로 다시 전학 와서도 유독 걔가 가장 많이 그립더라고. 그리고 살면서 한 번씩 무척 궁금했는데, 동창회에서조차 한 번도 안 만나지더라고. 그러다 얼마 전에 우연히 만났어. 우리형네 동네서. 참 안 변했다 싶어 너무 반갑고 좋더라고. 그런데 어제 또 우연히 친구 녀석의 가게에서 그 녀석이랑 부딪친 거야. 그 앨 보니 자꾸 머릿속에 어린 시절이 떠올라. 그래서 자꾸 생각이 나고……. 보고 싶고…….”
사랑에 빠졌다고 표현한 민석의 말이 툭하니 가슴에 박혀 들었다. 사랑. 그 말이 너무 낯설고 갑작스러워 스스로 납득이 가지 않아 어쩜 그렇게 부정하려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얼떨떨한 얼굴로 자신의 말을 멍하게 되새김질하는 건욱을 보던 민석이 웃으며 나섰다.
“훗,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자신의 모습이 어떤지 대부분 잘 모르지. 왜냐면 상대에게 혼을 빼앗겨 제대로 자신의 모습을 볼 줄 모르거든. 하지만 남은 달라. 정확히 보이지. 내가 보는 넌 지금 누군가에게 넋이 저당 잡힌 영락없이 사랑에 빠진 모습이다. 부인하려 들지 마라. 추억으로 넌 자꾸 포장하려 하는데 내가 봤을 때 알맹이는 분명 사랑이다. 인마, 넌 사랑에 빠진 거야.”
“……!”
민석의 말이 가슴에 팽그르르 파문을 그려왔다. 단 하루 만에? 말도 안 돼. 하지만 이 기분. 가슴속에 뭔가 뻐근하게 차오르는 더운 이 기운. 분명 낯설다. 어린 시절 윤정을 보고 설레고 좋아했던 그 느낌이 고스란히 가슴속에 저장되어 ?었나?
건욱의 뇌리 속에 여러 가지 생각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윤정과 재회한 후 한동안 울적하게 보냈고 그러다 어젯밤 또다시 그녀를 보고는 가슴이 두근거리고 뛰었다. 윤정이 결혼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희열을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 줄곧 그녀에 대한 생각이 뇌리 가득 하루 종일 머물고 있다.
‘내가 정말 윤정일 사랑하게 된 걸까?’
마음속의 자신에게 물으며 건욱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잘 생각해봐. 내 눈엔 분명해.”
“…….”
생판 모르는 여자도 아니고 가슴속에 간직해온 사춘기적 만난 첫사랑이다. 그래. 절대 이 느낌은 과장도 아니고 비약적이지도 않다. 사랑인지 뭔지는 아직은 정의를 내리기 힘들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그녀가 좋고 보고 싶고 함께 있고 싶은 생각으로 가득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느새 우연의 이름으로라도 윤정과 함께 하는 시간을 원한다. 우연이 아니면 억지로라도. 오늘 형네 집에 가는 이유도 바로 그런 것이다. 특별한 이유도 없는데. 그녀와의 만남을 억지로 만들고 싶어서다.
그래. 좀 더 솔직해지자. 분명 윤정이 아줌마가 아닌 걸 알고 나서 기분 좋았고, 그녀가 애인이 있다는 사실이 설렘에 미쳐 날뛰는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 아침부터 좋다가도 가라앉고 답답해지는 건 윤정에게 남자가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생각에 누군가에게 숨통을 조이기라도 한 것 마냥 가슴이 답답하다. 갑작스런 이 느낌이 조금은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주체할 수가 없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불린다고 해서 어색할 거 없지 않은가. 그녀를 떠올리기만 해도 이렇게 미치도록 가슴이 뛰는데…….
“……형 말이 맞아! 애인이 있으면 어때? 나도 이런 느낌이라면 그 누구에게도 양보하고 싶지 않아.”
잠시 생각에 잠겼던 건욱이 느닷없이 결의에 찬 목소리로 민석을 향해 내뱉었다 하지만 정작은 자신에 대한 다짐이었다.
‘한번 부딪쳐보겠다. 우리의 우연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윤정아. 우린 운명이야.’
“뭐? 애인 있는 여자를!”
작은 민석의 눈이 커다래지고 목소리는 놀람에 덩달아 높아졌지만 건욱은 아랑곳없이 또다시 다짐을 토해놓았다.
“형 말에 내 마음이 분명해져 버렸어. 맞아! 나 그 앨 사랑하나 봐.”
“히야, 무섭다! 인마, 갑자기 왜 그래?”
좀 전과는 달리 돌변한 건욱의 행동에 놀란 민석이 말까지 더듬거렸다.
“어릴 때부터 품었던 마음이야. 세월 속에 묻혀 잠깐 잊고 있었던 것뿐이라고. 그러니 애인이 있어도 차지할 거야. 아니, 그보다 더한 남편이 있더라도 빼앗아 오고 싶어졌다.”
“야! 강건욱. 너 왜 그래? 미친놈처럼. 남의 애인을 뺏다니! 너 그런 양심불량이었어?”
기가 막힌 듯 민석이 혀를 내둘렀다.
“그러게. 눈도 멀고 귀도 멀고 양심도 멀었으니 더욱더 사랑 맞네. 그러니 놓칠 수 없잖아.”
내던지듯 말을 마친 건욱이 서둘러 시야에서 멀어지자 민석은 멍해진 눈길로 그의 모습을 뒤 ?던 시선을 거둬들였다.
‘하, 이거 꼭 귀신에 홀린 것 같군.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더니. 애인이 있는 초등학교 때 첫사랑이라……. 어째 순탄할까 싶네. 하지만 용기는 높이 산다. 강건욱. 나도 너한테 묻어가고 싶다. 그래. 좋았어! 오늘부터 김선주 내 여자 만들기 돌입이다.’


윤정이 막 교문을 나서기 시작했을 때 낮에 멎었던 눈발이 다시 장난처럼 드문드문 날리기 시작했다. 어두운 하늘가에 하얗게 꽃잎이 흩어지듯 날리는 눈꽃들을 보자 공연히 마음이 설레어 왔다. 바람을 따라 자유롭게 떠다니는 작은 눈꽃송이는 그녀의 찰랑거리는 검은빛 머리카락위에도 나비처럼 살포시 날아들었다. 재킷을 뚫고 들어오는 바람결은 거칠었지만 추위가 느껴지지 않았다.
무슨 재미난 이야기를 하는지 아직 하교하지 않은 아이들 몇 명이 키키득거리며 지나가다 건네 오는 인사에 일일이 답해주며 윤정이 막 교문을 나서자 학교 담벼락 아래 자동차 한 대가 비상등을 켠 채 서 있었다. 주홍빛 가로등 불빛 아래 밤벌레들처럼 어지럽게 날리는 눈꽃 그리고 그 아래 다크 그레이 빛 정장차림의 스타일 좋은 한 남자가 반갑게 웃으며 손짓해 보인다. 그를 보자 윤정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어, 벌써 왔네. 문자 보내지 그랬어? 아직 도착 안 한 줄 알고 일부러 교무실에서 기다렸잖아. 많이 기다렸어?”
“훗. 아니. 겨울에 한꺼번에 그렇게 말을 많이 쏟아 놓으면 공기가 목으로 들어가 구토가 날 수도 있어. 춥지 않니? 옷 좀 두껍게 입고 다니지.”
손을 뻗어 그는 윤정의 머리카락에 묻은 눈을 살며시 털어냈다.
“안 춥다. 멋 부리다가 얼어 죽었단 여잔 아직 못 봤거든.”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장난기 묻어나는 윤정의 말에 건욱이 따라 웃었다.
“얘, 얘. 저것 봐! 국어 샘 남친인가 봐.”
“와, 딥따 잘났다.”
좀 전에 지나가던 아이들의 호기심 가득한 눈동자가 몰려오자 둘은 얼굴을 마주하고 약속이나 한 듯 웃음을 터뜨렸다.
낡감기 오겠다. 어서 타.”
어깨위에 쉼 없이 날아드는 작은 눈송이들을 다정하게 쓸어내리던 건욱이 차문을 열어 주며 재촉했다.
[if you want my sympathy just open your heart to me…….]
“스모키네.”
라디오 프로에서 흘러나오는 팝송에 윤정의 목소리에 반가움이 실렸다.
건욱은 볼륨을 약간 더 높였다. 노랫말을 따라 흥얼거리는 윤정을 보니 뭔가가 가슴에 가득 찬 듯 뿌듯해져 오는 것 같다.
“아직도 스모키 좋아하니?”
“그럼. 스모키를 처음 가르쳐준 사람이 너였잖아.”
‘기억하고 있구나.’
운전대를 잡고 있지만 건욱의 마음은 어느새 16년 전의 시간 속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같은 읍내에 위치했지만 남중, 여중을 가면서 학교가 달랐고 윤정과 만날 기회가 줄어들었다. 그렇게 학교가 나뉘면서 찾아온 사춘기는 윤정과 잠시 어색해진 기분과 함께 거리감을 만들었고 그것이 그때 당시엔 뭔지 모를 아쉬움과 가슴시림을 몰고 왔다. 그러던 어느 날 하교 길에 집현전이란 서점에서 참고서를 고르다 윤정과 마주쳤고 그때 그녀의 친구를 통해 다음 날이 윤정의 생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읍내에 겨우 두 개 되는 레코드가게를 뒤지다시피 해서 결국 스모키 테이프를 골라 샀지만 전달의 문제가 있었다.
*중요 종례사항*
1. 남녀이성교제금지.
2. 롤러 스케이트장 출입금지.
3. 빵집 출입 금지.
늘 칠판 한쪽 면에 365일 지워지지 않는 중요 교칙 중 으뜸이었던 사항 때문에 여중학교 교문에서 윤정을 기다린다는 건 꿈도 못 꾸던 시절이었다. 혹시라도 이상한 소문이 나서 윤정이 곤란해질까 봐. 하지만 직접 선물을 전해주고 싶었다. 그동안 어색해진 느낌도 털어버리고 초등학교 때처럼 친하게 지내고 싶었었다. 그래서 마이마이 소형 카셋트에 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그 밤에 윤정이네 동네까지 자전거를 타고 갔었다. 마치 스모키의 I`ll meet you and midnight 노래구절처럼.
“그때 건욱이 너 스모키 노래 중에 제일로 좋아하던 곡이 baby it`s you 였지. 아마.”
상그레 웃는 얼굴로 윤정이 바라본다.
“그것도 기억하니?”
“그럼. 너랑 있었던 일 다 기억난다.”
잠시 신호 대기 중이던 건욱은 추억 속에서 나온 뭉클해진 마음으로 윤정을 바라보았다. 눈이 마주치자 그녀의 입가에 폭하니 볼우물이 팬다. 검정색 정장바지위에 올려 있던 손가락이 음악리듬에 맞춰 통통거린다. 길고 풍성한 속눈썹이 이따금씩 깜빡거린다.
사랑스럽다. 저 손을 잡아 보고 싶다.
윤정의 손가락을 보던 건욱의 눈에 문득 그녀의 네 번째 손가락에 끼워져 있던 링이 들어왔다. 커플링 같아 보였다. 갑자기 속에서 무언가 사납게 꿈틀대기 시작했다. 질투란 이름으로. 잡고 있던 핸들에 자신도 모르게 힘이 더해졌다. 운전 중에 이런 마음은 곤란하다. 하지만 하룻밤 새 믿기 어려울 만큼 엄청난 크기로 불어난 윤정에 대한 이 마음에 클러치는 없다. 브레이크도 없다. 엄청난 속도의 액셀러레이터만이 있을 뿐이다.
“흐음.”
건욱은 빠르게 번져오는 질투란 이름의 불길에 가빠진 호흡을 조절하느라 숨을 들이켰다. 사람의 감정은 들불 같은가 보다. 삽시간에 온 마음을 태우며 급속도로 번져오는 사랑이란 이름의 들불은 위험하다. 그만큼 불길을 잡기가 어려우니.
‘애인이 누굴까? 뭐하는 사람일까?’
바뀐 신호조차 잊어버렸다. 정신 차리고 운전에나 집중하라고 뒤차가 나무라듯 빵빵거린다.
“저녁 먹고 갈까?”
가속을 높이며 물어봤다.
너한테 지금 당장 표현할 수 없지만 나의 연인은 오늘부터 너다. 최윤정. 그러니까 이런 말 정도는 얼마든지 꺼낼 수 있다고. 스스로 그렇게 의미를 부여하자니 피식 조소가 나오기도 한다. 누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민석처럼 미친놈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여태껏 소식도 없이 지내다가 15년 만에 만난 동창을 갑자기 사랑하게 돼버렸다고. 그게 말이 되냐고? 하지만 은밀히 말하면 첫사랑이잖아. 그 감정이 세월 속에 잠자고 있다가 깨어난 거라고.
“형네 집에 간다면서? 저녁 약속 있는 거 아냐?”
윤정이 보조개를 만들어 보이며 의아스럽게 묻는다.
‘젠장. 너랑 좀 더 빨리 만났더라면!’
윤정을 다시 만나고부터 줄곧 사무쳐 오는 마음이다. 좀 더 일찍 윤정을 만났으면 어쩜 지금쯤 그녀의 가슴 속에 살고 있는 사람이 자신일지도 모른다. 아쉽다. 아쉬워서 속이 상하고 자신이 한없이 못마땅했다.
“괜찮아. 간단히 먹고 가면 돼.”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고 싶었다. 좋아하는 감정은 정말 눈덩인가 본다. 그도 아니면 장마 비 내리는 계곡물이든지. 어떻게 이렇게 순식간에 불어날 수 있을까?
“우리 동네에 해물 칼국수 집이 있는데, 싸고 괜찮아. 거기 갈까?”
“너 좋아하는 거 먹으러 가자.”
“나 밀가루 음식은 다 좋아해. 라면, 국수, 수제비……. 근데 태현 씬 그런 거 싫어해. 나보고도 몸에 해롭고 살찐다고 먹지 말래.”
윤정의 입에서 흘러나온 태현이란 이름이 사뭇 거슬렸다. 아무래도 이렇게 혼자 미쳐 날뛰다가 윤정의 스토커가 되는 건 아닌지.
“뭐하는 사람이니?”
“응. 태현 씨 말하는 거야?”
애인의 이름만 떠올려도 빛나는 그녀의 눈동자가 왠지 서운하다.
“고조선대학 사학과 강사 해.”
“오래 사귀었니?”
“응. 5년쯤 됐어. 자, 그렇게 궁금하면 한 번 봐.”
잠시 교차로에서 신호를 받고 있는 틈을 타서 윤정이 휴대전화 액정에 담겨 있는 그녀의 애인사진을 보여줬다. 건욱은 뚫어지라 폰 화면을 훑듯이 보았다. 잘생긴 남자였다. 윤정과 어깨를 나란히 한 채 한 팔로 다정스레 그녀의 어깨를 감싸고 있는 것을 보자 왠지 모르게 헐크처럼 숨결이 거칠어져 왔다. 그의 어깨에 기댄 채 활짝 웃고 있는 윤정의 모습이 낯설다. 너 옆에 내가 서 있고 싶다. 윤정아. 난 아무래도 너 스토커가 되려나 봐.
“결혼할 거니?”
다시 가속페달을 밟으며 물었다.
“응. 중국에서 오면 태현 씨 부모님 찾아뵙기로 했어. 아마 내년엔 하지 않을까 싶어.”
“!”
하마터면 정지선을 지나칠 뻔 했다. 아슬아슬하게 횡단보도에서 멈춘 차는 끼이이익 하고 요란한 파열음을 터뜨렸다. 막 길을 건너려던 사람들이 힐끔거리고 쳐다보았다.
“건, 건욱아. 괜찮아?”
잠시 앞으로 쏠린 몸을 바로하며 윤정이 걱정스런 얼굴로 보았다.
젠장. 건욱은 윤정을 보았다. 자신을 향해 보는 걱정이 담긴 그녀의 눈빛이 이렇게도 다정한데. 태현이란 남자와 결혼을 생각하는 그녀를 보니 울컥 뭔가가 치밀어 오른다. 강제로 안아버리고 싶다는 못된 생각이 이성을 범람해왔다.
‘어릴 때 우린 분명 서로에게 첫사랑이었어. 손잡고 뽀뽀하고 그러지 못해…… 풋내 나서 서로 잠시 그 맛을 잊어버렸던 거야. 그러니 넌 그 사람과 결혼하면 안 돼. 나에게도 기회를 줘야 해. 널 느끼고 싶다. 네가 내게 서서히 스며들 수 있도록 만들겠어. 마음 같아선 장대비가 되어 당장이라도 네게 젖어들고 싶지만 그럼 네가 감기 들고 아플까 봐 천천히 내릴 거야. 보슬비처럼 서서히 널 적시며 니 마음속에 스며들 거다. 꼭.’
“놀라게 해서 미안하다.”
“괜찮아. 훗, 이래서 운전 중엔 떠들면 안 돼. 그치?”
‘그치’ 라는 말을 자주 쓰는 것도 웃을 때 콧등에 주름을 새겨 넣으며 찡그리는 것도 윤정의 어릴 적 습관 그대로다. 비록 이틀이란 시간밖에 되지 않았지만 시간 속에 묻혀 있던 기억이 건욱은 생생하게 재생되어 왔다. 상대가 누구인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얼마나 윤정을 사랑하는지 알 순 없지만 분명하게 단정 지을 수 있는 건 지금 자신의 마음이 그 이상으로 윤정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더 그녀의 인생을 행복하고 윤택하게 해줄 수 있을 거라고 건욱은 스스로 믿었다.
“그 사람 언제 오는데?”
“연말 안에 못 올지도 모른다네. 근데 넌, 정말 애인 없니?”
윤정이 정색한 얼굴에 의구심을 잔뜩 드리웠다.
“그래. 없다.”
“이상해. 너 같이 킹카한테 애인이 없다니.”
“연애할 시간이 없었어.”
“그럼 내가 여자 하나 소개시켜 줄까?”
“아니 됐어. 그러지 말고……. 네가 내 애인 좀 해주면 안 될까?”
“뭐?”
윤정이 기가 막힌다는 얼굴로 눈을 둥글게 뜨고 바라봤다.
“니 애인이 돌아오기 전까지 나랑 애인하자. 영화도 보고, 드라이브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놀러도 다니고. 서른이 넘도록 여자랑 여태 그런 걸 못해보니 은근히 억울하네.”
마음은 진심이었지만 어리둥절해하는 그녀를 봐서 농담처럼 말했다. 연애한 적이 없진 않았기에 살짝 찔러오는 양심에게 눈감아 줘. 이건 선의의 거짓말이다. 라고 변명했다.
“진짜 아직 여자랑 연애도 못해 본 거야?”
윤정이 믿기지 않은 듯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연애할 시간이 없었다고 했잖아. 네가 나 추억 좀 선사해주라. 덤으로 우정도 다지고.”
“소원이니?”
“그래. 소원이다.”
쿡, 윤정이 웃더니 장난스럽게 대답했다.
“좋아. 까짓것 소원이라는데……. 짝지니까 내가 특별히 들어주지.”
“진짜지.”
“으흥.”
윤정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건욱은 희열이 가슴 가득 번져왔다.
윤정의 애인이 돌아오기 전까지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5년을 사귀어 온 그들의 관계를 비집고 들어갈 수 있을까? 그녀는 장난처럼 받아들였지만 그는 너무도 절박했다. 둘이 5년을 사귀었건 관계가 얼마나 깊건 그건 상관할 바 없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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