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닫기
사이즈 비교
소득공제
상하이에서 고대 중국을 거닐다

상하이에서 고대 중국을 거닐다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베스트
동양사/동양문화 top100 2주
정가
18,000
판매가
18,000
배송안내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11(여의도동, 일신빌딩)
지역변경
  • 배송비 : 무료 ?
eBook이 출간되면 알려드립니다. eBook 출간 알림 신청
  •  해외배송 가능
  •  최저가 보상
  •  문화비소득공제 신청가능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42쪽 | 514g | 152*225*30mm
ISBN13 9791190429016
ISBN10 1190429012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중국 고대사를 공부하는 나는 2018년 10월 29일부터 2019년 1월 21일까지 85일 동안 상하이上海 푸단復旦대학에서 보내는 행운을 얻었다. 나름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면서 일기 형식으로 내 행적과 함께 다양한 단상을 페이스북에 80회 연재했다. 이 책은 그 내용을 토대로 한다.

상하이는 동아시아 고대문명의 중심인 중원, 즉 황하黃河 유역과 상당히 떨어져 있기 때문에 고대 중국에 관한 연구가 그다지 활발한 지역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몇 가지 측면에서 근래 들어 새로운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첫째, 20세기 후반 이래 중국의 방대한 고고학 성과는 상하이가 위치한 창강長江 일대도 예외가 아니다. 이 책에서도 일부 소개할 허무두河姆渡나 량주良渚 등에서 발견된 신석기문화는 최소한 하상주夏商周로 대표되는 중국 고대국가 성립 전까지 창강 유역에도 그 발전 수준이 황하 유역에 뒤지지 않는 토착 고대 문화가 존재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 이 지역 신석기문화를 비롯한 고대문명의 발전에 관한 연구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둘째, 중국 최고의 박물관 중 하나인 상하이박물관의 존재이다. 1952년 창건된 상하이박물관은 1996년 현재 위치인 인민광장 남측에 신관을 개관했다. 청동 정鼎을 연상시키는 건물 상부의 모습처럼 상하이박물관 소장품의 핵심은 중국 고대문명의 정수인 청동기이다. 이 책에서도 소개하듯이 그 시대와 지역을 망라하는 고대 중국의 다양한 청동기 전시는 세계 어느 박물관도 상하이박물관처럼 중국 청동기 공부를 위한 생생한 교육장이 되기 어려움을 입증한다. 도자기와 조소彫塑, 새인璽印, 서화 상설관뿐만 아니라 다양한 특별전도 상하이가 고대 중국 연구의 중심이 되도록 일조하고 있다.

셋째, 고대 중국 연구의 명실상부한 최고 연구기관이 2005년 상하이 푸단대학에 설립되었다. 푸단대학 역사학과 출신으로 베이징北京대학 중문과에서 많은 업적을 쌓은 중국 고문자 연구의 최고 석학 추시구이?錫圭 교수가 세운 출토문헌여고문자연구중심出土文獻與古文字硏究中心(이하 출토문헌연구중심)이 그것이다. 갑골문과 금문金文, 간독簡牘 등 지속적으로 쏟아지고 있는 중국의 출토문헌은 동아시아 고대문명사를 다시 쓰도록 추동하고 있어서 중국은 말할 것도 없고 세계 인문학 연구의 주요 대상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이다. 설립 당시부터 중국 전역의 고문자 연구자 중 우수 인력을 스카웃해서 관심을 끌었던 푸단대학의 출토문헌연구중심은 이제 그 본산이 되어 고대 중국 연구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요인들 중 나를 상하이로 강하게 이끈 것은 당연히 세번째 요인, 즉 출토문헌연구중심의 존재이다. 나는 고문자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토문헌과 고고학 자료를 고대사 연구의 자료로 활용하는 나에게 출토문헌연구중심 소속 학자들의 연구는 더없이 중요한 토대가 되고 있다. 그 연구의 중심에서 그들과 직접 교류해보고 싶었다. 운 좋게도 푸단대학에서 외국 학자들에게 제공하는 푸단펠로우쉽을 받게 되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상하이에 입성하여 돌아오기까지의 과정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 머리말 중에서

10월 30일 상하이 도착

상하이 겨울이 춥다는 얘기를 하도 많이 들어 내복이랑 겨울옷만 잔뜩 챙겨왔다. 그런데 어제는 25도쯤이라 반팔 옷을 입은 사람들이 꽤 있을 정도였다. 그래도 추운 것보단 낫고, 오히려 지금이 1년 중 가장 좋은 때라고 하니 참 다행이다.

푸단대학 한단邯鄲 캠퍼스 남쪽 궈푸루國福路 상에 위치한 5층짜리 아파트를 개조한 외국인 교원아파트外聘專家公寓의 숙소 역시 과분하긴 마찬가지다. 세탁 건조기까지 일체가 갖춰져 있다. 청소뿐만 아니라 수건과 린넨 등이 제공되는 것 같고. 주변이 조용한 주택가이고 방도 호텔스위트룸처럼 침실과 거실이 나눠져 있어, 그냥 여기서만 머물러도 충분할 것 같다.

출토문헌연구중심은 푸단대학의 메인 쌍둥이 빌딩 광화러우光華樓서편 시주러우西主樓 27층에 있다. 오늘 내 연구실을 배정받을 예정이다. 11월 10일까지 타이완에서 온 방문학자와 같이 사용하다. 혼자 쓸 수 있다고 한다. 숙소가 좋아 연구중심에는 책상 하나만 있어도 되는데 역시 과분하다.

11월2일 成功了

말이 편하게 통하지 않는 낯선 곳에 오면 사람이 좀 조잔해진다. 마치 어린애가 된 듯이 작은 것에 집착하고 환호하기도 한다. 어제 내가 딱 그랬다. 마친 큰 성공을 거둔 사람처럼 말이다. 이전에 중국을 잠시 방문할 때 호텔비는 신용카드로 결제하고 나머지는 현금을 들고 다니며 사용해도 큰 불편함을 못 느꼈다. 이번에는 3개월 가까이 장기 체류하려니 상당히 큰 현금을 숙소에 두는 것도 조금 불안했고, 특히 현금 지불이 안 되는 곳이 꽤 있어서 당장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은행 구좌 개설과 함께 즈푸바오(알리페이)나 웨이신즈푸(위챗페이) 사용이 급한 현안이 되었다.

제일 싼 가격이 한 달에 100위안(데이터 무제한에 한 달 통화 500분)이라는 얘기를 듣고 사실 전화를 대여해주는 걸로 잘못 짐작했다. 알고 보니 대여가 아니라 한국서 가져온 내 전화에 유심칩을 끼우는 방식이었다. 그렇게 되면 한국에서 데이터로밍을 해온 전화사용이 불편해 질 터였다. 그 데이터로밍 덕분에 중국에서도 구글과 카톡, 페이스북을 사용할 수 있어서 정말 좋은데 말이다.

11월5일 쑤저우(1) : 첫 번째 유람

상하이 온지 일주일 만에 처음으로 늦잠을 잤다. 정겨운 빗소리가 나그네의 외로움을 더해준다. 마음은 청춘이고 싶은데 50대 후반의 나이를 속이기는 어렵다. 쑤저우를 다녀와서 미밴드를 보니 23,902보가 찍혀 있다. 오자마자 욕조에 몸을 담근 뒤 8시 전에 쓰러져 잤는데 7시가 넘어서야 기상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이렇게 길게 자본 적이 없으니 이것도 복이라면 복이다.

쑤저우가 고대 이래 오나라의 중심으로 알려져 있으니 춘추전국시대 오나라의 유물들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웬걸 삼국시대 오나라 불교 관련 유물들과 서예작품이 전시의 주종을 이루고 있었다.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미술박물관 소장 일본 죽공예품의 특별전시와 함께였지만 눈길이 가지 않았다. 고대 오나라 관련 주요 유물들은 사실 장쑤성江蘇省의 성도인 난징에 있는 난징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기억이 났다.

11월8일 갈등

동 트기 전 새벽 내내 세차게 비가 내린다. 한국 뉴스를 보니 미세먼지가 심각하던데 이곳 상하이는 아직까지 다행이도 공기는 괜찮은 것 같다. 비 때문에 바깥온도가 12도 정도까지 떨어져 두꺼운 겨울 파자마를 입고 있는데도 아랫도리에서 한기가 느껴진다. 건물의 단열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탓일 게다. 창틀 사이에서 바람이 송송 들어온다. 온기를 느끼고 싶어 벽에 달린 에어컨의 온풍 기능을 켜보지만 아직 세팅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지 찬바람만 나온다.

여러 상념이 교차하는 아침이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무언가 열심히 하지 않을 때 별로 행복하지 않다는 점이다. 상하이 푸단대학에 다녀간 단국대학의 심 모가 한국의 중국 고대사 연구 수준이 상당히 괜찮다는 걸 보여줬다는 얘기를 듣고 싶다. 너무 큰 욕심인가?

11월15일 타이완 출신 린즈펑 교수

정말 오랜만에 화낼 일이 있었다. 이사한지 얼마 안 된 한국 집에 또 문제가 생겼다. 이번 문제는 지난번 하수관 공사 중 포크레인이 전기선을 잘라버리는 실수로 일어난 문제라 상당히 황당하다. 아내 혼자 고군분투하며 해결한 모양인데, 원상태로 복구가 불가능하여 다른 전기선을 연결하느라 집에 조금 상처가 생겼다. 멀리 떨어져서 도와줄 방법이 없으니 속상하고 안타깝다.

어제 오후에는 역사학과에서 나한테 강연을 의뢰해준 린즈펑林志鵬 교수와 한참 동안 얘기하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중국고대사 연구자인 그는 타이완 출신으로 대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다. 타이완대학에서 저우펑우周鳳五와 쉬진숑許進雄 교수의 지도로 석사학위까지 받았고, 우한대학에서 쉬샤오화徐少華 교수의 지도로 중국 고대사상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베이징대학에서 리링李零 교수의 지도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2011년부터 푸단대학 역사학과에서 가르치고 있다.

11월17일 해혼후묘

연초에 단국대 제자 및 후배들과 처음으로 중국 여행을 함께 했다. 11명이 난징南京-우한武漢-창사長沙-광저우廣州를 8박9일 동안 박물관 위주로 돌았는데 아주 좋았다.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한 여행이라 비용이 예상보다 적게 들어 좀 남았다. 참석자들 동의하에 남은 금액을 내년 2차 여행을 위해 비축해놓기로 했다.

해혼후묘는 현재까지 발굴된 한대의 묘들 중 가장 신분이 높았던 사람의 묘로 그 부장품의 규모나 내용이 어마어마하다. 허베이성河北省에 있는 한 무제의 서형庶兄인 중산왕中山王 유승劉勝의 만청한묘滿城漢墓가 이에 버금가는 유일한 묘일 것 같다(유물들은 스자좡石家莊에 있는 허베이성박물관 소장). 발굴과 전시 규모로만 친다면 이들보다 신분은 낮았지만 창사의 후난성湖南省박물관에 전시 중인 마왕두이馬王堆한묘 유물도 이들 못지않다.

11월20일 중국 청동기 수업

푸단대학에서 나처럼 고대 중국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세 군데로 나뉘어져 있다. 그 첫 번째가 바로 내가 소속되어 있는 출토문헌연구중심으로 갑골문이나 금문, 초간 등 그야말로 문자 그 자체에 치중하는 연구자들이 모여 있다. 두 번째가 역사학과인데 전에 한번 소개했던 대만 출신 린즈펑 교수 이외에 선진사를 제대로 연구하는 분은 없는 것 같다. 사실 푸단대학은 『중국역사지도집中國歷史地圖集』 편찬을 주도한 탄치샹譚其?(1911~1992) 교수가 이끈 역사지리연구가 가장 유명하다. 지금도 역사지리연구중심이 있지만 아직 관계자를 못 만나고 있다.

그 세 번째가 고고학과에 해당하는 문물과 박물관학과로 어제 오후 늦게 그 학과의 중국청동기 관련 석사과정 수업을 청강했다. 요즘 상당히 호황을 이루고 있는 여느 대학 고고학과와는 달리 직접 발굴에 치중하기보다는 오히려 박물관학에 강점을 지니고 있는 학과로 보인다. 담당자는 뤼징 교수로 어제 잠깐 언급했듯이 도쿄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수여했다. 『춘추시대맹서盟書연구』 (上海古籍出版社, 2007)라는 저서가 아마 박사논문을 토대로 한 것이 아닌가 한다. 중국고대사를 공부한 배경은 나랑 비슷한 것 같다.

11월25일 샤오싱 : 우禹의 흔적을 찾아서

샤오싱은 꼭 가고 싶었던 곳이었다. 샤오싱하면 루쉰이 제일 먼저 떠오르지만 나는 사실 루쉰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것이 없다. 그보다 요즘 관심 가지고 있는 요순우와 관련된 주요 유적지 즉 회계산會稽山과 대우릉大禹陵에 꼭 가보고 싶었다.

대우릉에서 나올 때는 걷는 게 힘들어서 작은 보트를 타고 나왔는데 상당히 운치가 있었다. 대우릉 근처에서 택시를 타고 마지막 행선지인 동진시대 서성書聖이라 불리는 왕희지의 원림인 난정蘭亭으로 갔다. 어제 간 관광지 중 그나마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이었다.

이번 여행은 유적지 중심으로 다녀서 샤오싱의 풍취를 제대로 느끼기는 어려웠다. 다음에 갈 기회가 있으면 아직도 옛 모습이 많이 남아 있을 샤오싱 고성을 느리게 거닐어보고 싶다.

12월3일 허우마행 결정

나의 고대중국 연구의 고향이라고도 할 수 있는 허우마侯馬에 가기로 결정했다. 가는 길이 멀다. 산시성山西省의 성도인 타이위안太原행 비행기를 타고 2시간 반 정도 가서 그곳에서 고속철로 갈아타고 약 2시간을 더 가야 한다. 이동하고 기다리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상하이 숙소에서 출발해서 10시간 정도는 소요될 것 같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허우마라는 도시는 지금은 산시성 서남부의 조그만 도시에 불과하지만 춘추시대에는 진晉나라의 수도로 전국적으로 가장 번성한 지역이었다. 1994년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하기 위해 처음 방문한 이래 지금까지 8회 정도 방문했다. 볼 것도 별로 없는 데를 아내까지 동행하고 갔을 정도니 중국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곳이다.

그런 와중에 허우마에서 12월 12일부터 학술대회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허우마맹서고문자 및 서법예술侯馬盟書古文字?書法藝術” 학술연토회이다. 허우마맹서란 1965~66년 허우마에서 발굴된 춘추시대 귀족들 사이의 맹약을 옥이나 석판에 적은 문서로 상당히 드문 춘추시대 출토문자 자료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나는 사실 그 자료에 대해 깊이 연구해본 적이 없어서 선뜻 참석 결정을 내리기 어려웠다.

12월14일 허우마의 감동

허우마 학회에 안 왔으면 큰일 날 뻔 했다. 어제는 이번에 중국에 와서 가장 감동적인 날이다. 중국의 지방 도시에서 하는 학회는 아침 일찍부터 시작한다. 논문 발표 전 행사가 꽤 길기 때문이다.

이번 학회는 지방 중소도시인 허우마시로서는 큰 행사이고 내가 유일한 외국 참석자이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나 보다 하고 가볍게 승낙했다. 한편으로 지역 방송에서라도 내 책을 알릴 수 있는 기회겠다고 생각하면서 대충 무슨 얘기를 할지 의논하고(실제 질문 내용은 즉흥적으로 답변해야 하는 게 많았다) 바로 방으로 올라가 내 책을 가져왔다.

내 발표도 꽤 만족스러웠다. 사실 중국학회에서의 발표는 짧아서 좋다. 그래도 다른 사람보다 시간을 좀 더 달라고 해서 준비해간 원고를 비교적 정확하게 읽으며 당당하게 발표했다. 발표 후 나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달라졌다고 착각할 수 있을 만큼 반응이 괜찮았다. 직접 찾아와서 좋았다고 격려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연구는 새로움에 도달하는 과정이지 누구를 기쁘게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어쨌든 산시성과 허우마에 대한 내 사랑은 지속될 것이다.

12월22일 영문 논문의 모순, 중문 논문의 비애

오랜만에 대지를 촉촉하게 적시는 빗소리가 정겹다. 어제 오후부터 우리 대학 홈페이지에 중국에서의 내 활동이 소개되어 있다. 작성해준 분께 감사드린다. 그런데 외국에서의 활동은 중국에서의 활동까지 이렇게 홍보하면서도 외국 출간 논문은 주로 영문 학술지인 SCI급(인문학의 경우 A&HCI등재 학술지)에 실린 논문만 높이 평가하는 한국 학계의 풍토는 상당한 이중적이다. 영문 논문을 제법 쓴 내 개인적으로야 이 시스템이 나쁠 건 없다. 그래도 다양한 학문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이 제도는 학문 발전에 큰 제약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중국어나 일본어로 쓴 논문의 평점이 한글 논문의 절반, SCI급 논문의 8분의 1 밖에 안 되는 현실은 이해하기 어렵다. 일본의 학문 수준이야 다들 인정하니 웃긴다는 말 이상의 할 말이 없지만, 요즘 중국의 학술지 논문 게재도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음을 알아야 한다. 한국의 KCI에 해당하는 핵심기간목록核心期刊目錄에 포함된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는 건 오히려 한국보다도 훨씬 어려워져버린 상황이다. 한국은 널려 있는 게 한국연구재단 등재지(KCI) 아닌가.

12월25일 마지막 강연

어제 오후에 상하이에서 해야 할 숙제를 다 끝냈다. 비교적 성공적이었다. 아마도 푸단펠로우로 온 학자들 중 나처럼 숙제를 충실히 한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강연장에 온 한국 유학생들과 저녁 식사 후 귀가하자마자 바로 쓰러져 잤다. 일기를 쓰고 자야 하는데 피로가 몰려와 집중이 안 되었다.

어제 강연은 차오싱超星학술비디오視頻에서 녹화를 해서 곧 서비스 될 예정이다. 그 담당자가 지난주 강연을 못 찍어서 아쉽다고 또 다른 강연은 없냐고 한다. 일정이 확정되면 알려주기로 했는데 강연을 계속 더 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12월30일 항저우(1) : 량주박물원과 저장성박물관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 좋아지는 것들도 꽤 있다. 나한테 해당하는 두 가지를 꼽으라면 ‘너그러움’과 ‘자제력’을 들고 싶다. 젊었을 때는 대체로 자기를 중심으로 세계가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니 자기가 표준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나이 들면서 스스로의 한계를 자각하면서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역지사지’하는 너그러움을 갖게 되는 것 같다. 그 너그러움에 자제력이 동반하는 것이다.

량주문화 하면 아름다운 옥기로 잘 알려져 있고, 사실 수업시간에도 그 옥기 위주로 수업을 한다. 그런데 2007년 그 유적지에서 대규모 수로가 완비된 궁전구와 내성, 외성이 있는 중심 도읍 유적이 발견되어 중국 학계에서는 이미 기원전 3,000년 경 국가가 출현했다고 보는 학자들이 있을 정도다. 옥기도 옥기지만 사실 이걸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내가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분야가 아니니 일일이 발굴보고서나 연구서를 읽기보다는 유적지 인근에 세워진 박물관을 직접 가보는 게 최선의 공부 방법이다.

1월9일 항저우(2) : 아쉬운 서호

문득 서호가 없는 항저우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고 또 어떤 역사를 지니게 되었을까 상상해본다. 항저우의 8할 아니 9할 정도는 서호에서 비롯된다면 과장일까. 그런 서호가 어제 우리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항저우박물관은 볼거리가 꽤 있었다. 최근 항저우 인근의 주요 발굴을 소개, 전시하는 특별전과 전통 중국 귀족들의 서재, 항저우의 주요 유적 소개 전시가 인상적이었다. 다만 이미 저장성의 주요 박물관 몇 군데를 돌아본 나로서는 중복 전시가 상당히 눈에 띄었다.

경치 좋은 카페에서 서호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려던 계획은 포기했다. 늦은 점심을 포식한 탓에 저녁 때 가려고 했던 유명한 식당 러우와이러우樓外樓를 못 가본 게 가장 아쉽다.

1월16일 귀환과 반가운 책

아쉬움을 남기고 샤먼을 떠났다. 모두 따져보니 늘어난 관광객이 이유인데, 갑자기 늘어난 한국인들의 관심이 어느 정도 일조했을 것이다. 중국 대부분의 유명 관광지에 대해 “그때는 정말 좋았지”라는 얘기가 들리는 걸 보면 결국 몰려드는 인파가 약과 병을 다 주는 것 같다.

논문집을 받고 보니 내 논문의 큰 실수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한국에서 발표한 원 논문의 전거를 명시하지 않은 것이다. 두 번이나 교정을 하면서도 어떻게 그 생각을 전혀 못했는지 상당히 부끄럽지만 방법이 없다. 그래도 열흘 후 이 시간쯤 한국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푸동공항으로 가고 있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설렌다.

1월22일 홍대용과 심재훈의 중국체류

정들었던 푸단대학 외국인 교원아파트를 떠나며 직원들과 찍은 사진으로 상하이 생활을 마쳤다. 고맙게도 출토문헌연구중심에서는 처음 푸동공항 도착 때와 마찬가지로 귀국 때도 리무진 서비스를 제공해주었다.

홍대용과 심재훈이 동시대 같은 반에서 만났다면 어땠을까? 전교 1등인 홍대용을 그저 평범한 심재훈이 쉽게 쳐다볼 수나 있었을까. 심재훈이 시대를 잘 타고 태어난 행운아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그래도 홍대용은 시대를 잘못 타고난 바로 그 이유로 인해 조선 후기의 최고 학자로 국사 교과서를 멋지게 장식하며 민족주의의 세례를 받은 후학들의 무수한 연구 대상이 되고 있지 않을까. 역사가 참 아이러니하다. 상하이 생활을 진짜로 마무리하며 내 일기에 의미를 부여하려다 보니 주제 넘는 억설을 늘어놓았다. 내가 내뱉었던, 그리고 받았던 작은 환호가 아직 귓전에 울리는 꿈같은 상하이 85일을 이렇게 내려놓는다.
--- 본문 중에서

회원리뷰 (0건) 회원리뷰 이동

  등록된 리뷰가 없습니다!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한줄평 (0건) 한줄평 이동

  등록된 한줄평이 없습니다!

첫번째 한줄평을 남겨주세요.

배송/반품/교환 안내

배송 안내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배송 구분 예스24 배송
  •  배송비 : 무료배송
포장 안내

안전하고 정확한 포장을 위해 CCTV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님께 배송되는 모든 상품을 CCTV로 녹화하고 있으며,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작업 과정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목적 : 안전한 포장 관리
촬영범위 : 박스 포장 작업

  • 포장안내1
  • 포장안내2
  • 포장안내3
  • 포장안내4
반품/교환 안내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과 관련한 안내가 있는경우 아래 내용보다 우선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반품/교환 방법
  •  고객만족센터(1544-3800), 중고샵(1566-4295)
  •  판매자 배송 상품은 판매자와 반품/교환이 협의된 상품에 한해 가능합니다.
반품/교환 가능기간
  •  출고 완료 후 10일 이내의 주문 상품
  •  디지털 콘텐츠인 eBook의 경우 구매 후 7일 이내의 상품
  •  중고상품의 경우 출고 완료일로부터 6일 이내의 상품 (구매확정 전 상태)
반품/교환 비용
  •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 반송비용은 고객 부담임
  •  직수입양서/직수입일서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20%를 부과할수 있음

    단, 아래의 주문/취소 조건인 경우, 취소 수수료 면제

    •  오늘 00시 ~ 06시 30분 주문을 오늘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오늘 06시 30분 이후 주문을 익일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단, 당일 00시~13시 사이의 주문은 취소 수수료 면제

  •  박스 포장은 택배 배송이 가능한 규격과 무게를 준수하며,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의 반송비용은 박스 당 부과됩니다.
반품/교환 불가사유
  •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 전자책 단말기 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 예) CD/LP, DVD/Blu-ray,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 이상 다운로드를 받았을 경우
  •  eBook 대여 상품은 대여 기간이 종료 되거나, 2회 이상 대여 했을 경우 취소 불가
  •  중고상품이 구매확정(자동 구매확정은 출고완료일로부터 7일)된 경우
  •  LP상품의 재생 불량 원인이 기기의 사양 및 문제인 경우 (All-in-One 일체형 일부 보급형 오디오 모델 사용 등)
  •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  쿠폰은 결제 시 적용해 주세요.
1   18,0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