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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년생 우리 엄마 현자씨

55년생 우리 엄마 현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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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2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300g | 128*188*15mm
ISBN13 9791164160419
ISBN10 116416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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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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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 한번 사는 인생, 주인공처럼 살아야 하지 않겠어! 라고 생각했었는데 엄마의 인생을 찬찬히 뜯어보니 주인공이 새삼 측은해진다. 엔딩의 짧은 행복을 맛보기까지 매사가 고달픈 주인공의 인생 말고 시끄러울 일 없고 적당한 행복과 견딜 수 있는 위기만 주어지는 그런 단역들의 삶이 더 행복하지 않을까? 극을 끌어가는 주인공의 여백을 조용히 채워주며 사건, 사고와 상관없이 무탈하게 살아가는 엑스트라처럼 산다는 건 아무리 계산기를 두들겨 보아도 밑지는 장사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엄마가 엑스트라처럼 살았으면 좋겠다. 가족 이라는 극을 끌어가는 무게감도 내려놓고, 오로지 나를 위해서. 그렇게 이기적으로 살아도 된다. 현자씨는 그래도 된다.
--- p.38~39

차가운 초겨울 밤까지 따뜻하게 안아주던 그날 밤의 불빛을 나는 엄마의 메일에서 종종 읽는다. 어렵다, 힘들다, 녹초가 된다며 투정을 부리지만 그 글들을 적어내는 엄마의 표정은 내가 그 날 밤 본 빛처럼 따스하다. 그 빛이 내 마음까지 뜨뜻하게 데워준다. 은은하면서 구수하게. 데워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한번 달아오르면 밤새 따뜻한 돌침대처럼 엄마의 온도는 그렇게 달궈지고 있다.
--- p.77

현자씨의 제대로 된 삶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예쁘게 차려 입은 현자씨와 두 손을 맞잡고 춤을 추고 싶다. 발을 맞추고 눈을 맞추고 온 마음을 기대 엉덩이가 들썩이는 차차차를 출까 보다. 우아한 왈츠보다는 호탕하게 웃는 엄마에게 어울리는 건 아무래도 차차차다. 박자를 놓쳐도 괜찮다. 음악은 계속 흐를 테니까. 차차차. 차차차. 차차차!
--- p.124

평생을 양보하며 살았는데 이불이라고 더 할까. 결국 그날 밤 우리는 각자의 이불에 돌돌돌 말린 채 잠이 들었다. 생각해 보면 이불 사랑 말고도 나는 엄마를 많이 닮았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한번 냉장고에 들어갔다 나온 음식에는 젓가락이 잘 가지 않는 것.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장이 흐물흐물 탈이 나버리는 것. 조금만 피곤하면 잇몸부터 이상신호를 보이는 것. 아침저녁으로 손발이 통통 부어오르는 것. 퍽퍽한 닭 가슴살보다 닭 날개를 좋아하는 것. 딱딱한 복숭아보다 물렁하고 달콤한 복숭아가 취향이라는 것. 엄마의 뱃속에서 나와 엄마의 밥을 먹고 엄마의 사랑으로 컸으니 엄마를 닮는다는 건 어쩌면 정해진 수순일지도 모른다.
--- p.168

나는 항상 일만 하는 엄마가 못마땅했다. 다른 집 엄마들은 우아하게 커피도 한 잔 하고, 책도 읽는데 우리 엄마는 왜 억척스럽게 일만 할까. 어린 마음에 나는 엄마를 부끄러워했다. 엄마라고 취미생활을 하고 싶지 않았을까. 엄마라고 여유 있는 차 한 잔의 맛을 몰랐을까. 어른들의 고달픈 사정을 알 리가 없던 나는 참 못난 생각을 많이 했었다. “숨 쉴 곳이 있어서 살아간다.” 엄마의 메일에 적힌 말이 오늘따라 가슴을 먹먹하게 울린다.
---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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