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직장과 직종을 경험하다가 2007년 7월, 그린비출판사의 웹기획팀장이라는 이름으로 출판계에 입문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웹기획?마케팅부로 간판을 바꿔 달고, 마치 10년 전부터 출판 일을 해온 것처럼 자연스럽게 출판 마케팅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되었다. 책 만드는 일이 재미있어 보였지만, 사람들이 책을 읽는 행위가 더 흥미롭게 느껴졌다. 편집자가 ‘책’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출판 마케터는 ‘책 읽기’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혼자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출판 마케터란 이름을 아주 좋아한다. 2011년 3월부터 김영사에서 출판사의 디지털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아울러 SBI(서울북인스티튜트)와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출판 마케팅과 디지털 콘텐츠 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
‘커뮤니케이션 대기 상태’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그 현상이 사람들이 디지털 콘텐츠를 소비하는 환경 자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음악 콘텐츠는 그것을 소비하면서 다른 일을 함께 수행하는 것이 일상 적인 콘텐츠이다. 반면에 텍스트 콘텐츠나 게임 콘텐츠는 무언가 다른 작업을 함께 수행하지 못하고 그것에만 집중해야 하는 콘텐츠이다. 여기에 커뮤니케이션 대기 상태가 개입한다는 것은 콘텐츠 소비 환경이 전혀 다른 상태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 p. 41
전자책을 제대로 이해한다는 것은 지식과 정보의 가치가 어떻게 변하는지, 그를 둘러싼 미디어 지형이 어떻게 변하는지의 맥락에서 전자책을 사고하는 것이다. 킨들, 아이패드와 같은 외형적 변화의 현란함에 시선을 뺏기는 것이 아니라 종이책-전자책-웹으로 이어지는 변화와 관련된 다양한 기술적, 사회문화적 특징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전자책이 종이책의 연장인 동시에 웹의 연장임을 간과한다면 책을 둘러싼 미디어의 변화, 콘텐츠 소비 방식의 변화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 p. 83
출판이 광고에 의존하지 않는 산업이라는 것은, 그래서 약점이 아니라 아주 큰 장점이라 생각한다. 디지털 출판이나 전자책의 성공을 위해서 광고를 결합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데 이는 아주 위험한 시도가 될 수도 있다. 책은 읽는 사람의 수만큼 각각 다른 방식으로 소비되는 콘텐츠이다. 개인의 취향에 호소해야 하는 문화상품이 전반적으로 그러하겠지만 책은 문화상품 중에서도 이런 특징이 유독 두드러진다. 그래서 흔히들 가격과 가치의 차이가 가장 많이 나는 상품이 책이라고 말한다. 만 원짜리 책 한 권으로 인해 누군가의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었을 때 그 책의 가치를 얼마로 측정할 수 있을까? --- p. 94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출판 콘텐츠를 무조건 웹이나 모바일 환경에 맞게 파편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이 아니다. 왜냐면 지식이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완결성을 필요로 하기 때 문이다. 무조건 잘게 나누고 가볍게 포장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제법 무겁고 완성도가 있는 디지털 콘텐츠가 유통될 수 있는 환경을 고민해야 한다. 그러한 환경은 기다린다고 해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또한 출판사들만 나서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서 지식의 가치를 확장시킬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제안하고 함께 만들어야 할 것이다. --- p. 133
콘텐츠를 기획하면서 시간적 요소를 고려한다는 건 어떤 뜻일까? 이에 대해서는 두 가지 질문이 가능하다. 하나는 ‘언제 소비하는가?’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얼마나 오래 소비하는가?’라는 것이다. 콘텐츠를 소비하는 디바이스의 특징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지만, 디지털 콘텐츠는 그것을 언제 소비하는가 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그리고 여기서 ‘언제’라고 하는 요소는 절대적인 시간값이 아니라 사용자가 시간을 대하는 태도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집중할 수 있는 시간, 집중해야 하는 시간 또 무엇인가를 기다려야 시간, 무료함을 달래야 하는 시간, 무엇을 할 것인지 선택하긴 곤란하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기에는 애매한 시간 등으로 나눌 수 있다. --- p. 191
출판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소셜 마케팅에 대한 관심이 많이 높아진 상황이다. 그런데 출판 마케팅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이러한 관심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소셜 마케팅이 지하 깊숙한 연구실에서 비 밀리에 개발된 최첨단 무기처럼 언급되고 있는 상황이 불편하다. 물론 소셜 네트워크가 이렇게나 활성화된 현실 자체는 새롭다. SNS에 접속한 사람들이,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어떤 성취를 보여줄 때면 새롭다 못해 경이롭기까지 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SNS의 유행 자체와 SNS 마케팅은 구분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