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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문장
아거 | 공(KONG) | 2019년 12월 02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10.0 리뷰 3건 | 판매지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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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2월 02일
쪽수, 무게, 크기 248쪽 | 270g | 130*190*13mm
ISBN13 9791196530242
ISBN10 1196530246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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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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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게 스며든 마음을 다시 분리하기는 어렵습니다. 분리가 안되는 물성을 지닌 것들을 분리하기란 불가능할 만큼 힘든 일이니까요. 물이 마르며 흔적을 남기듯, 스며든 마음이 마를 날만 기다려야 합니다. 기화되어 날아갈 날을 기다려야 합니다.
--- p.34

사랑과 외로움은 같은 물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썰물과 밀물과도 같습니다. 들고 나는 파도처럼 사람들은 외로워서 사랑을 부르고 사랑했기에 더 외로워집니다. 두 감정 모두 스밈이기에 쉽사리 떨쳐내기가 힘듭니다. 사랑이란 감정이 외로움을 도드라지게 만든다는 사실도 알고 외로움이 사랑을 더 처연하고 절벽에 내몰린 것 마냥 간절하게 만든다는 것도 알지만 어쩌겠습니까. 외로움이 불시에 찾아오듯 사랑도 불시에 찾아오는 것을….
--- p.36

그렇습니다. 아파본 이가 아픈 걸 압니다. 슬픔을 겪어본 이가 슬픔의 정도를 헤아립니다. 그렇게 내 아픔과 슬픔은 타인의 아픔과 슬픔과 조응합니다. 서로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외로움을 살핍니다. 내 안의 그 비참한 감정을 외면하지 않고 직시하고 응시할 때, 타인의 비참함이 눈에 들어옵니다. 슬픔과 외로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눈물샘이 수맥이 되어 서로를 그렇게 이어줍니다.
--- p.61

마음은 살갗보다 약합니다. 날카로운 이물질이 살갗을 파고들 때보다 더 날카로운 말이, 더 강한 강도로 마음에 파고듭니다. 마음에 생긴 상처를 아물게 하는 건 무겁게 내려앉은 마음을 한결 가볍게 하는 일입니다. 가벼워지려면 더 아파야 합니다. 피고름이 나오는 마음속 상처를 헤집고 고름을 짜내야 합니다. 흉터가 무늬가 되도록 해야 합니다. 사랑하고 싸우면서 말입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야 감추고 싶었던 흉터가 나를 증명하는 서명이 되고, 나만이 가질 수 있는 무늬가 됩니다.
--- p.111

밤은 사사롭습니다. 사사로움은 밤이 주는 선물입니다. 낮이 긴장과 경직의 시간이라면, 밤은 이완과 평온의 시간입니다. 달빛이 아무리 밝더라도, 모든 세상을 다 비추지는 못합니다. 낮의 그늘은, 낮의 빛이 강한 만큼 더 짙습니다. 허나 밤의 그늘은 희미합니다. 그늘을 만들어내는 빛이 희미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선명한 명암을 보여주는 낮이 이성의 영역이라면, 희미한 명암을 만들어내는 밤은 감성의 영역이라고 말이죠.
--- 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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