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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가 준 초록색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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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1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132쪽 | 209g | 128*188*9mm
ISBN13 9788960214613
ISBN10 8960214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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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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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아프다. 그냥, 아프다. 꽃들이 피었다 질 때도 서럽고 낙엽이 온 산을 물들일 때도 아프다. 맵고도 차가운 바람 앞에 서면 눈물 난다. 그럴 때면 강변에 나가 달맞이꽃에게 말을 걸거나 들꽃들이 바람에 흔들릴 때 물결의 노래를 듣는다. 내 고질병인 짝사랑 때문에 시어들이 외롭다. 노을빛 사이로 땅거미가 몰려든다, 어두워지기 전에 세 번째 시집으로 시들에게 날개를 달아본다. 어디까지 가려나, 오늘 밤도 하현달은 저 혼자 뜰 것이다. 내 시들이 하현달처럼 혼자 있지 않기를 기대한다.
---「시인의 말」중에서

호박고지


싸릿개비 채반으로 가을 하늘에 아내가 물질을 한다

싸릿개비 채반에 반달의 치어들이 가득 잡혔다

봄부터 가을까지 뜬 반달을 쏙 빼닮은 그놈들

땀방울과 눈물을 몇 종지나 흘렸을까

꼬들꼬들 호박 덕장에 달금한 가을빛 함께 익어

눈 오시는 날, 저녁 밥상에 다시 피어나겠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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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숨결 그대로의 시

유준화는 천성의 시인이다. 그냥 타고난 시인이다. 말이 시이고 삶이 시이고 생각이 시인 사람이다. 하지만 출발이 좀 늦었다. 좀 더 일찍 시작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하며 생각할 때가 있다. 하지만 늦은 대로 길을 나서기를 잘했다. 처음 그의 시는 서투른 대로 단아한 모습을 지녔다. 순결한 심성을 가졌고 손길 또한 부드럽고 향기로웠다. 흙의 마음 그것이었고 흙의 손길 그것이었다. 그러나 중간에 세상을 떠돌며 조금씩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 일종의 세상 공부이고 자기를 허무는 공부이지 싶었다.

나름 만행을 마치고 돌아온 시인을 본다. 이번 시집이 그 증거물이다. 산에 살던 사람이 산을 내려 들과 강과 바다를 돌아 다시 산으로 돌아온 모습을 그의 시에서 본다. 그는 이제 애당초의 산사람이 아니다. 산사람이긴 하지만 변모된 산사람이다. 또 다른 산사람이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의 만행은 헛수고가 아니다. 그 나름 가치를 갖게 되고 공헌을 하게 되는 것이다. 오늘날 유준화의 시는 우리가 그의 시에서 보고 싶어 했던 모습을 지니고 있다. 반가운 일이고 고마운 일이다. 분명 촌놈이지만 애당초의 촌놈이 아니다. 그럴듯한 촌놈이 된 것이다.

그의 숨결은 이제 우리의 숨결이고 그의 한숨은 또 우리의 것이 되었다. 그의 시가 그리는 조그만 세상이 더욱 견실해지고 그의 발걸음이 더욱 가벼워져서 세상의 많은 사람들과 동행하기를 빈다. 우리는 실상 멀리까지 왔다. 온 길보다 가야 할 길이 오히려 짧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해 짧은 날 그 길 위에서 그가 원하는 축복을 그가 받기를 축원한다.
- 나태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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