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수 박사(현 세계보건기구 서태평양지역본부 사무총장)는 예일 대학교의 로버트페터(Robert Fetter) 박사 연구진의 일원으로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초 DRG 초기 개발에 중요한 기여를 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병원지불방식으로의 DRG 채택이 이 책에 소개된 유럽국가들에 비해 매우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우리는 2012년 5월 한국 방문을 계기로, 한국이 수준 높은 의료 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신기술 적용면에서도 이 책의 저자들이 소개한 국가를 포함해 그밖의 많은 국가들을 앞서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한국의 의료체계 또한 OECD 국가들이 갖고 있는 많은 문제점들에 직면하고 있다. 행위별수가를 근거로 상환이 이루어져 왔기 때문에 급증하는 의료비와 비효율적인 의료 전달, 공급자의 수요 창출, DRG 지불제도 도입에 대한 공급자의 강한 반발이 그것이다.
병원과 의사 모두 DRG에 대해 반발하는 이유는, DRG 지불제도하에서 수입이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와, DRG 방식에 따른 유인으로 공급자의 진료 선택에 제한이 있을 것이라는 기우와 주로 연관이 있다. 한편으로는 한국의 의사가 이미 현재의 행위별 수가제하에서 적정 수준의 상환을 받지 못한 채 과도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만일 이러한 상황이 사실이라면, DRG의 도입이 의사에게도 유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DRG는 환자에게 제공된 개별 서비스에 대해 병원에 상환하는 것이 아니라, 병원에서 제공된 서비스의 양에 관계없이 사례 단위로 병원에 상환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즉 재원기간 동안 제공한 서비스의 양은 상환과 관련이 없다. DRG는 이상적으로는 특정 환자의 치료에 필수적으로 정해진 서비스만을 제공하며 환자당 진료량을 제한하도록 하는 유인을 가진다. 1983년 미국에서 DRG 병원지불방식이 행위별수가제를 대체하면서 처음 도입되었을 때, 총 병원 비용은 줄어드는 반면 병원 수입은 증가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특정 병원지불방식과 공급자 수입의 관계가 직선적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DRG 기반 지불제도가 공급자에게 얼마나 환대를 받을지는 사례당 상환액을 지불자가 얼마로 결정하느냐에 달려있다. 따라서, DRG를 도입함에 있어 공급자의 요구를 반영하는 체계를 고안하고 또한 도입 초기에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공급자의 불안과 우려에 대해 진지하게 대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DRG 지불방식을 도입하는 모든 국가에서 규제 당국은 환자 분류, 원가 계산, 의료의 질 보장 등의 유사한 문제들에 봉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에서 DRG가 어떻게 적용되어 왔는가에 대한 총괄적인 검토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더욱이 특정 DRG에 관한 정보는 단지 자국의 언어로만 제공되어 왔다. 따라서 EuroDRG 사업(www.eurodrg.eu)의 주요 목적 중 하나는 여러 국가의 DRG 체계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정리된 보고서를 발간하는 것이었다. 또한 의도하지 않은 결과와 효율성, 원가 계산, 의료의 질과 같은 DRG와 관련된 가장 보편적인 논점에 대한 비교 분석을 통해, 외국의 경험을 공유하며 앞으로 DRG를 도입할 국가에서 그 개발 과정을 촉진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우리는 이 책의 내용이 한국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한국 방문 기간 동안 토의되었던 많은 사항들이 이 책에 상세히 설명되어 있다. 또한 이 책의 한국어 판이 한국에 널리 보급되어 DRG에 관한 논의가 한층 더 객관적인 수준으로 유도되었으면 한다.
책의 번역, 특히 DRG와 같이 전문적인 서적의 번역서를 출간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일산병원 연구소의 노고에 매우 감사한다. 개인적으로 한국인 동료들과 협력하며 DRG에 대한 우리의 작업이 한국의 DRG 지불방식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음을 알게 된 것은 우리에게 아주 좋은 경험이었다. 머지않은 장래에 한국에 서 DRG의 도입이 있기를 고대한다.
2012년 7월 베를린에서
Reinhard Busse, Alexander Geissler and Wilm Quentin
---「한국어판 서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