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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화를 엿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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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1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152쪽 | 218g | 125*205*10mm
ISBN13 9788993541625
ISBN10 899354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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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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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배에 꽃잎을 실어
도랑물에 띄운 적 있다

바다까지 못 갈 줄 알면서도
잘 가거라 부디,
눈에서 멀 때까지 손 흔들어 배웅했다

그해 가을
씨앗을 품지 못한 꽃밭에서 몰래 울었다

이제, 꽃잎들의 영혼을 불러
하나하나에 이름표를 달아준다

힘들 때, 꽃잎으로 다가와 준 언어들
비록 덜 여문 씨앗들이지만
지천명의 강가에서 비로소 바다로 보낸다
--- 「시인의 말」중에서

공원, 버드나무 아래
얌전한
담요 한 장

꼬물꼬물
청춘 한 쌍

바깥세상 빠끔히 내다보더니
연신 팔랑거린다

날개가 돋으려나 보다
--- 「우화(羽化)를 엿보다」중에서

영광이 고향인 후배가 굴비를 보내왔다

밖으로만 떠돌던 그의 직업처럼 소금기에 절은
몸에도 찬기가 묻어온 것인데
어서 따스운 데로 들어가거라, 오븐에 넣고
나름 인맥도 노릇노릇 잘 구워왔노라
흐뭇이 바라보았던 것인데
택배 상자를 버리고 온 서방이 남자 이름을 봤는지
가자미눈을 하고 오븐 안을 자꾸 꼬나보는 것이다

뭔가 마뜩잖은 상상이라도 한 것인지
밥상에 올린 굴비에 젓가락도 대지 않는 것인데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접시를 끌어안고
손가락까지 쪽쪽 빨았던 것인데

숟가락 먼저 놓은 서방은
요즘 때아닌 오징어로 풍어를 맞았다고
술렁거리는 TV를 후다닥, 꺼버리는 것이다
--- 「굴비 유감」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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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그 시인에 다름 아니라는 말은 시가 시인이 지닌 감성과 서정이 자아올리는 꽃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그러한 의미에서 김인자 시인이 피워 올린 꽃들은 남의 시선을 끄는 요란함을 지니지 않는다. 그보다는 유월이 되면 들에 일제히 피어나는 보랏빛 감자꽃 같은 순정함으로 우리에게 삶의 위로와 기쁨을 선사하고 있다.
- 이상국 (시인)
첫 시집 『우화를 엿보다』의 시들을 읽으면 한 여성 시인의 삶 속에 온전히 빠져들게 된다. 숨김없이 드러내는 가족과 주변이야기로 미용직업을 가진 생활인으로서의 아픔과 회한을 직시하며, 그 안에서 작은 행복을 찾는 작업은 흔하지 않은 시쓰기의 모습이다. 많은 여성 시인들이 시인이라는 모자를 비스듬히 쓰고 화원을 거니는 오늘의 문단에서 꾸밈도 욕심도 없이 차분히 삶을 바라보는 시들은 어느새 독자들을 그녀의 삶 속에 끌어다 앉히고 화톳불을 마주한 듯 도란도란 속삭이고 있다.
- 박종헌 (강원작가회의 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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