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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름다운 날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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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름다운 날에 2

[ EPUB ]
김영란 | 가하 | 2013년 02월 18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8.5 리뷰 54건 | 판매지수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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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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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3년 02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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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5.38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28.9만자, 약 9.5만 단어, A4 약 181쪽?
ISBN13 9788966472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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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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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렵, 은재는 사람들을 따라 법학과 신입생 환영회가 열리는 음식점 안으로 들어섰다. 얼굴이 낯익은 동기들 틈에 끼어 앉아 선배들과 인사를 나누는 동안에도 사람들은 계속 밀려들고 있었다. 여러 학과들이 한꺼번에 환영회를 하다 보니 음식점은 1, 2층뿐 아니라 홀까지 가득 찬 상태였다.
왁자지껄 소란스러운 와중에 또 한 차례 문이 열리고 우르르 남학생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별생각 없이 바라보던 은재는 무리 속에서 형빈을 발견했다. 형빈도 은재를 알아보곤 반갑게 웃으며 일행에서 떨어져나왔다.
“은재야, 법대도 여기서 환영회 하는구나! 오랜만이다.”
“안녕? 너희도 여기서 환영회 있어?”
“어, 난 요즘 계속 술이야. 완전히 술독에 빠져서 산다니까. 같은 학교라도 이렇게 보기가 힘들구나. 잘 지냈어? 서현이도 잘 있고? 그 자식 엄청 몸 달아 있겠구나.”
“안 그래. 있다가 9시에 온다고 했어.”
은재는 쑥스럽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형빈은 은재를 잠시 바라보았다. 놀리듯 가볍게 웃고 있던 그의 얼굴에서 서서히 웃음이 가실 즈음, 누군가 뒤에서 등을 떠밀었다.
“인마! 얼른얼른 들어가서 자리 잡아. 왜 법대 근처에서 얼쩡거리냐?”
“갑니다. 은재야, 나중에 보자. 서현이 자식, 몇 시에 온다고? 이따 잠깐 얼굴이나 봤으면 좋겠는데.”
“9시.”
“중간에 일어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빠져나올 수 있으면 나올게. 아! 내일 점심 같이 먹을래? 내가 법대 앞으로 갈까?”
돌아서던 형빈은 문득 점심식사를 제의했다. 이거야말로 놓칠 수 없는 기회이지 않은가? 왜 여태 이 생각을 못 했는지 머리를 한 대 쥐어박고 싶을 정도였다.
“점심 전엔 공강이라 도서관에 있을 거야.”
“그럼 12시에 도서관 로비에서 보자. 잊지 마, 12시다!”
형빈은 선배의 손에 이끌려 공과대 자리로 가면서도 도장을 찍듯 확인했다. 그런 그에게 선배가 어깨에 팔을 얹으며 은밀하게 물었다.
“네 애인이냐? 분위기 참 독특하다, 죽이는데? 어떻게 아는 사이냐?”
“왜요?”
형빈의 눈매는 당장 싸늘하게 굳어졌다.
“왜? 야, 누군데 그렇게 싸고도냐? 네 여친이면 나도 됐고.”
형빈의 태도가 건방지다고 느꼈는지 선배가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임자 있는 사람이니까 포기하시죠, 선배님!”
같은 선수의 냄새를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둔하진 않았다. 형빈은 뒤를 힐끔거리며 은재를 보는 선배가 못마땅해 못을 박아두듯 대꾸하곤 공대생들이 모여 있는 커다란 방으로 올라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형빈의 눈길은 자신도 모르게 은재를 좇아 몇 번이고 법대생들이 있는 홀 쪽으로 향했다. 입학하고 나서 한 달 정도 지났지만 은재를 본 것은 이번이 두 번째였다. 처음 캠퍼스에서 만난 날과는 또 달리, 웃는 얼굴로 말갛게 쳐다보는 순간 숨 쉬는 것도 잠시 잊을 뻔했다. 대책 없이 가슴이 울렁거렸다. 
형빈은 고개를 흔들었다. 심호흡을 하며 가슴을 한번 쓸어내리자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어젯밤에 여자를 안았을 때도 이렇게 두근거리고 식은땀이 나진 않았었는데, 정말 그답지 않은 일이었다. 공?에도 여학생이 귀한 편이었지만 법대도 마찬가지여서 아무리 시선을 다른 곳으로 두려고 해도 자꾸만 은재에게 눈길이 가는 데는 도리가 없었다.
그렇게 두 시간쯤 지났을 때, 화장실을 다녀오던 형빈은 걸음을 멈추었다. 은재가 난감한 얼굴로 의자에서 일어나 노래를 부르려고 목청을 가다듬고 있었다. 형빈은 방으로 들어가려던 것도 잊은 채 비스듬히 벽에 기대 지켜보았다.
역시, 희한한 목소리에, 음정도 엉망이고 어설프기 짝이 없는 노랫소리에 저절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일부러 그렇게 부르려고 해도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음치였다. 말할 때와 노래 부를 때의 목소리가 어쩌면 그리도 다를 수 있는지!
노래를 듣고 있던 법대생들의 자리에서 웃음이 터져 나오고 난리가 났다. 테이블을 두드리며 경기를 일으키는 녀석들과 경악스러운 얼굴로 황당하다는 듯이 바라보는 녀석들, 그 와중에도 은재는 얼굴이 새빨개진 채 노래를 불렀다.
“브라보!”
노래를 마치고 민망한 얼굴로 머뭇거리며 자리에 앉는 은재를 향해 형빈은 열렬한 지지를 보냈다. 여전히 벽에 등을 기댄 채였지만 손가락으로 입술을 모아 힘껏 휘파람을 불며 박수를 쳐서 분위기를 띄웠다. 깜짝 놀란 은재가 돌아보더니 새빨개진 얼굴로 쑥스럽게 웃었다. 순식간에 두 사람에게 시선이 집중됐고 법대생들의 뜨거운 격려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형빈은 웃음을 머금은 채 천천히 자리를 떠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1층 홀을 가득 채운 법과대 환영회 자리도 무르익었다. 은재도 더 이상 뺄 수가 없어 선배들이 권하는 소주를 몇 잔이나 받아 마셨는데, 덕분에 노래자랑이 모두 끝날 즈음에는 속이 울렁거려 옆자리에 앉은 여자 선배의 눈총을 받아야 했다.
“쯧쯧, 젊은 놈이 그까짓 것 먹었다고 빌빌거리다니! 얼른 화장실에 다녀와.”
선배의 허락이 떨어지자 은재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찬바람을 맞는 동안 정신을 차리긴 했지만, 온통 어지러운 네온사인들로 번쩍이는 길 한가운데서 어디가 어딘지 금방 구분이 가질 않았다.
두리번거리며 방향을 가늠해보려고 애쓰는 그녀의 어깨를 누군가 잡았다. 형빈이었다.
“괜찮아? 많이 마셨어?”
“어, 형빈아! 좀 마신 거 같아. 학교……, 학교가 어느 방향이지?”
형빈을 보자 안심이 되면서도 어지러운 것은 점점 더 심해져서 은재는 가로수를 손으로 짚으며 몸을 세웠다. 형빈은 빙긋이 웃으며 학교 방향을 손으로 가리켰다.
“취했구나. 서현이 온다고 했었지? 여기 위치 알아?”
“아니, 근처에서 기다린다고 했는데……. 전화해야 돼.”
“그래? 토하고 싶진 않아?”
“울렁거리긴 하는데 참을래.”
형빈은 은재를 부축하고 한 손으론 휴대전화를 꺼내 서현에게 전화를 했다.
“서현이 어디 있대?”
“금방 차 가지고 이리로 온대. 어지러우면 기대.”
“아니야. 참, 아깐 고마웠어.”
은재는 가만히 형빈의 팔을 걷어내고 똑바로 섰다.
“천만에, 꽤 꿋꿋하던걸? 끝까지 노래 다 불렀잖아. 멋졌어!”
형빈도 얼른 손을 떼곤 조금 떨어져 섰다. 이렇게 취한 모습은 처음 보았는데, 여전히 틈이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설마, 나 정말 음치야. 노래시키는 게 제일 괴로워.”
“멋졌다니까. 아, 저기 서현이 온다.” 
저만치 서현의 BMW가 다가오고 있었다. 간발의 차이로 운명의 화살이 빗나가버렸다면 깨끗이 단념하는 편이 좋았다. 형빈은 차를 향해 손을 들어 보였다. 곧 차가 멈추고 서현이 내렸다. 하지만 막상 서현을 보자 놀려주고 싶은 짓궂은 생각도 들었다. 그 정도라면 녀석도 딱히 뭐라 트집을 잡을 수도 없으니 유쾌한 복수가 되지 않겠나.
“오랜만이다.”
“어, 오랜만이다. 공대도 여기서 환영회 했냐?”
서현의 말투가 떨떠름했다.
“우연히 같은 곳에서 했다. 은재는 술 좀 마신 거 같은데?”
형빈은 반갑게 서현과 악수하면서도 은재를 돌아보았다.
“꼬맹이, 괜찮냐? 형빈이 너도 집에 갈 거면 타라. 가는 길에 같이 가자.”
“난 들어가야 해. 네 얼굴이나 좀 보려고 빠져나왔다.”
“그래? 그럼 나중에 보자. 먼저 간다.”
서현이 차문을 열고 은재를 먼저 태웠다.
“은재야, 잘 가라. 아, 내일 약속 잊지 마.”
형빈은 조수석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응, 고마워. 너도 잘 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은재에게서 눈을 떼자마자, 날카롭게 쏘아보는 서현과 눈이 딱 마주쳤다. 형빈은 놀리듯 빙글빙글 웃다가 약간 뜸을 들이고 말했다.
“별거 아냐, 자식아. 점심 같이 먹잔 말이었다. 걱정 마, 맛있는 걸로 사줄 테니까.”
서현이 뭔가 말을 하려다 말고 입을 꾹 다물더니 그대로 차에 올랐다. 몹시 불만스러워 보이는 표정이었지만, 차는 곧 출발했다.
“하여간 멋대가리 없는 놈이라니까!”
형빈은 사라져가는 차를 향해 씁쓸하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슬슬 신입생 환영회 자리도 지겨워졌다. 그냥 집으로 돌아갈까…….

신림동을 벗어나는 동좾 서현은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런데 문득 옆자리에 앉은 은재도 몹시 조용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창문 내릴까? 많이 마셨어?”
“소주 네 잔인가 다섯 잔인가, 조금 울렁거려. 그래도 껌 씹으니까 좀 나아. 넌 저녁 먹었어?”
“응. 토할 것 같으면 미리 말해. 아니면 어디 가서 토할래?”
“그 정도는 아니야. 근데 좀 취했나 봐, 어지러운걸. 머리도 좀 아프고…….”
“이런 바보팅아, 주는 대로 다 마셨냐?”
서현은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퉁명스럽게 말했다. 이래서 같은 학교에 갔어야 했다. 형빈이 옆에서 날개를 부러뜨리네, 어쩌네, 너스레만 떨지 않았어도 눈 딱 감고 밀어붙일 수 있었을 텐데. 어설픈 관대함과 이해심이 이런 결과를 가져올 줄 알았다.
“계속 컵에다 버렸는데 나중에는 들켜서 어쩔 수 없었어. 옆에 무서운 여자 선배가 딱 붙어 있었거든. 술 버린다고 혼났어.”
“잠깐 있어. 약 사올 테니까.”
서현은 약국을 발견하고 차를 세웠다.
“괜찮아, 그 정도는 아니라니까.” 
“너, 지금 얼굴이 하얘. 잠깐 있어.”
만류에도 불구하고 서현은 차에서 내려 약국으로 들어갔다.
은재는 물끄러미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때때로 그의 지나친 사랑과 배려가 무겁게 느껴졌다. 언제쯤 그의 마음과 같은 무게로 그를 사랑하게 될 수 있을까. 언제까지 이렇게 불공평한 관계가 이어질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잠시 후, 약봉투를 든 서현이 다시 차에 올랐다.
“고마워.”
또 한 번 미안해졌다.
“속 가라앉을 때까지 있다 갈까? 어디 한적한 데다 세워놓고 좀 걷든가.”
서현은 약을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차를 되돌려 학교 근처 관악산 입구 쪽으로 향했다. 밤 시간에는 한적하고 조용해서 잠시 머물다 가기 좋은 곳이었다. 
산 입구에 차를 세운 서현은 재킷을 벗어 은재에게 둘러주었다. 봄이라곤 해도 창문을 열면 밤바람이 쌀쌀했다.
오디오를 켜자 빌헬름 바크하우스의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번 ‘황제’의 1악장이 흘러나왔다. 오늘만 기다리는 동안 열 번도 넘게 들었던 곡이었다. 특히나 2악장을 듣는 동안에는 영화 ‘불멸의 연인’의 마지막 장면까지 떠올리며 오래도록 생각에 잠겼다. 창가의 여자주인공이 편지를 읽으며 흐느끼던 장면에 흐르던 선율 때문이었을 것이다. 사랑하는 연인들이 헤어지고 평생을 증오하게 되는 이유가, 때로는 얼마나 서투른 오해와 일방적인 노여움으로 인한 것인지…….
“신촌에서 여기까지 오는 거 번거롭고 귀찮지?”
2악장의 사그라질 듯한 마지막 선율이 끝날 무렵 은재가 입을 열었다. 서현은 바로 대꾸하는 대신 머리 뒤로 가져가 받치고 있던 두 손을 내리고 좌석에 기댔던 몸을 일으키며 볼륨을 줄였다.
“서현아.”
“안 귀찮아. 습관 됐으니까. 왜?”
서현은 무뚝뚝하게 대꾸했다. 그 다음 말은 듣지 않아도 짐작이 갔다.
“……너, 참 좋은 애라고.”
“아직도 내가 애로 보이냐? 그런 말 들어봤자 하나도 안 좋아.”
서현은 맥빠진 얼굴로 코웃음을 쳤다.
“또 심통 부린다, 칭찬인데도 퉁퉁거리고. 그리고 너, 나보다 생일도 늦다? 나보다 어린 거 맞잖아!”
은재가 난감한 눈길로 바라보더니 기분을 풀어주려는 듯 장난스럽게 말했다.
“어쭈? 꼬맹이, 까불지 마라. 그런 말 듣고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냐? 내가 어떤 말을 기다리는지 몰라서 그래?”
은재가 얼렁뚱땅 웃으며 하려던 말을 접고 있다는 사실을 서현은 이미 알아차리고 있었다. 그의 기분을 이런 식으로 생각해주는 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정말이지 그녀의 가슴속엔 굼벵이가 백만 마리 정도 들어 있는 게 분명했다.
“…….”
“또 그렇게 입 다물어버리지! 젠장, 좋은 애란 말 듣고 좋아할 나이는 지났다.”
은재는 웃음이 싹 가신 얼굴로 입을 꾹 다물었고, 서현은 불만스러운 듯 머리를 몇 번 쓸어 올리고는 이내 시동을 걸었다. 음악은 아예 꺼버렸다.
은재도 답답하긴 마찬가지였다. 심통 난 얼굴로 차를 모는 서현에게 아직은 아무런 확신도, 대답도 해줄 수가 없었다. 그가 초조해한다는 것도, 가끔씩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리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지만 약속해줄 수 있는 것은 그의 옆에서 노력하겠다는 것뿐이었다.
걸어서 그녀를 바래다주던 고교시절만큼 편한 마음이 들지 않는 것은, 단순히 밀폐된 공간에 있기 때문일까. 아니, 어쩌면 그의 사랑에 보답해주지 못하는 또 다른 초조함 때문인지도 몰랐다. 문득문득 이상한 광채를 발하는 서현의 눈빛을 볼 때면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 자꾸만 몸이 움츠러들며 구석에 몰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차라리 사랑한다고 말해줄 수 있으면 좋으련만, 마음이란 것이 이토록 완고하고 더딘 것인 줄 미처 몰랐었다.
은재는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열어두었던 창문으로 세찬 바람이 불어와 머리를 헝클어뜨렸지만 답답한 것보다는 나았다.
그러나 곧 차가 속도를 내기 시작하자 서현이 찬바람이 들이치는 창문을 모두 닫았다.
“술 냄새 많이 날 텐데…….”
“참을 수 있어. 너니까……. 찬바람 쐬고 감기 걸리는 것보다 낫지.”
은재는 서현의 옆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퉁명스러워도 그의 마음이 얼마나 따뜻한지 잘 알고 있었다. 언젠가 그의 사랑에 보답할 수 있게 되면 좋으련만.
쉬지 않고 차가 달리는 동안 울렁거리던 속은 가라앉았지만 목구멍에선 꾸역꾸역 술 냄새가 올라왔다.
“왜 이렇게 조용해? 우리 며칠 만에 만난 거 아냐?”
앞만 보고 운전하던 서현이 불쑥 입을 열었다.
아까보다는 목소리가 많이 부드러워져 있었다.
“말하면 술 냄새 나.”
“뭐? 야, 숨 쉬어! 그렇다고 말도 안 하냐?”
서현이 황당하다는 듯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 앞에서 손바닥을 휘휘 흔들었다.
“숨은 쉬고 있어. 너 비위 약하잖아. 말은 나중에 해. 나도 지금 괴로운걸.”
은재는 서현의 손을 밀어내며 창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내일은 알바 가는 날이지?”
“응.”
“주말에 어디 갈까?”
“……응.”
“뭐야, 계속 입 다물고 있을래?”
서현은 이마를 찌푸렸다. 물론 같은 장소에서 먹지 않은 그로서는 그녀의 옷에 밴 담배 냄새와 술 냄새 등으로 충분히 괴로웠지만 아예 창문에 이마를 기댄 채 대꾸가 없는 은재를 보자 열이 받았다.
서현은 창문을 열고 대신 히터를 켰다. 그리고 핸들을 꺾어 한강둔치로 들어가는 코스로 갑자기 차선을 변경했다.
“어? 어디 가는 거야?”
은재가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지만 서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화가 난 표정으로 한강선착장에 있는 주차장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그리고 차를 세우자마자 창문을 모두 닫고 잠금장치도 잠가버렸다.
“여긴 왜, 집에 가는 거 아니었어?”
은재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서현은 안전벨트를 풀자마자 몸을 돌려 은재의 어깨를 잡았다.
“안고 싶어.”
“아, 저기 잠깐만! 이러는 건…….”
은재는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어 몸을 똑바로 세우고 서현을 밀어냈다. 술이 확 깨고 있었다. 서현과의 키스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지만 이렇게 좁고 완벽하게 밀폐된 공간에서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다른 때보다 더 격렬하고 불안하게 가슴이 두근거렸다.
“가만있어.”
서현이 나직이 속삭이며 천천히 입술을 눌렀다. 가볍고 부드럽게 내리누르듯 닿은 입술을 느끼면서 은재는 서현의 가슴을 가만히 밀어냈다.
“싫어?”
서현이 얼굴을 들고 눈을 쳐다보았다. 이미 그의 눈은 열에 들떠 반짝이고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나중에 하면 안 돼?”
“왜?”
“오늘 여러 가지를 먹었단 말이야.”
얼굴은 겨우 몇 센티미터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었다. 이쯤 되면 숨 쉬기도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게다가 아무런 예고도 없이 남자로 돌변한 서현을 감당하기란 쉽지 않았다. 
“알고 있어. 내 코도 그냥 놀고 있는 건 아니니까. 그런데, 그래서 뭐? 하여간 도망치는 수법도 가지가지군! 며칠 만에 간신히 품으로 들어온 여잘 고작 그런 이유로 내가 포기할 것 같냐? 그런 건 상관없어, 너한테서 무슨 냄새가 나든 상관없다고!”
“나, 나중에 하자.”
은재는 안절부절못하며 식은땀이 났다. 어떡해서든 빠져나가고 싶을 뿐이었다. 엄마와 단둘이 살면서 사춘기를 보낸 탓인지, 이렇듯 강렬한 남자의 향기로 꼼짝 못 하게 구석으로 밀어 넣으면 견딜 수 없이 불안하고, 뭔가 잘못된 것 같은 기분에 휩싸이곤 했다.
“자꾸 반항하지? 나 지금 많이 참고 있는 거야. 나중에, 나중에, 그 나중이 도대체 언젠데?”
서현이 불만을 터뜨렸다.
“그럼 내가 해줄게. 됐지?”
은재는 재빨리 서현의 뺨에 쪽 소리가 나게 입을 맞추었다. 전에도 몇 차례 이런 식으로 넘어간 적이 있었던 터라, 그것이 밀폐된 공간에서 얼마나 위험한 도발인지 모른 채 한 행동이었다.
“하! 아주 괘씸하다? 그렇게 얼렁뚱땅은 안 되겠는데?”
그것은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어처구니없다는 듯 코웃음을 치던 서현은 다음 순간 뜨겁게 솟구치는 욕망으로 얼굴이 굳어진 채 아직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방심하고 있는 은재의 어깨를 천천히, 그러나 절대 빠져나가지 못하게 움켜잡았다. 그리고 이내 은재의 입술을 덮쳤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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