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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름다운 날에 3
eBook

우리 아름다운 날에 3

[ EPUB ]
김영란 | 가하 | 2013년 02월 18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8.6 리뷰 48건 | 판매지수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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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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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3년 02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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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5.36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28.5만자, 약 9.5만 단어, A4 약 179쪽?
ISBN13 9788966472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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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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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뒤로하고 밖으로 나온 서현은 차를 몰고 병원으로 향했다. 거의 1년 만에 만난 하늘이었는데, 무슨 고민을 하고 있는지는 듣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하늘이 그에게 물었던 것은 스스로에게 묻고 싶었던 말들이었을 테니까.
하늘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고민하는 모습을 비난하거나 경멸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오히려 몹시 안쓰럽고 마음이 좋지 않았다. 남자인 그도 그런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았는데, 하물며 집안의 명운마저 어깨에 짊어진 하늘이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킨다는 것은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서현에겐 그 무엇보다 연인을 만나러 가는 일이 더 급하고 중요한 일이었다. 은재 역시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더 많은 시간을 함께 있어주고 싶었다.
병원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엘리베이터에 오르니 시간은 밤 9시가 넘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병실로 향하던 서현은 막 환자전용욕실에서 나오던 은재와 마주쳤다. 이마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는데 그를 보는 은재의 얼굴엔 반가움이 가득했다.
“어머니 목욕시켜 드렸니?”
“응, 지금 다 했어. 갈아입을 옷 가지러 가는 거야. 간병인 아줌마가 환자복을 잘못 가져와서 바꾸려고. 새 환자복은 뻣뻣해서 피부가 아프다고 하셔. 좀 낡은 게 입었을 때 편하다고 하셔.”
“어머니는 좀 어떠셔?”
“목욕하고 나서 기분이 훨씬 좋아지신 것 같아.”
은재가 환자복을 다른 걸로 바꾸자 서현도 함께 복도에 있는 욕실 앞으로 갔다.
“휠체어에 타시게 하지 말고 내가 안고 갈 테니까 옷 다 입으시면 불러라.”
“응, 고마워.”
그리고 잠시 후, 서현은 은재 엄마를 두 팔로 안고 병실로 들어갔다. 오랜 투병으로 앙상하게 말라서 은재보다 훨씬 가벼웠는데, 그래도 그를 보더니 엷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머리카락 자르셨네요. 잘 어울려요. 기분 좀 어떠세요? 내일 호스피스병동으로 옮길 준비 다 해놨는데, 여기보단 훨씬 아늑할 거예요.”
서현은 은재 엄마를 침대에 눕히고 손을 꼭 잡은 채 다정하게 말했다.
“너한테 신세를 지는구나. 미안하고 고맙다.”
“말씀드렸잖아요. 강 형사님, 저한텐 생명의 은인이셨다고요. 그러니까 이 정도는 신세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저도 예전에 신세 진걸 조금이라도 갚아야 되잖아요.”
“고마워. 은재랑 이제 그만 가, 너희들도 가서 쉬어야지.”
“내일 아침 10시에 모시러 올게요. 좋은 꿈 꾸세요.”
서현을 바라보는 은재 엄마의 눈빛은 여전히 복잡했다. 서현도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은재도 옆에서 얼굴과 목덜미에 맺힌 땀을 수건으로 닦으며 두 사람을 보고 미소 지었다.
서현이 병실에 들어오면, 건강하고 밝은 기운이 병실 전체로 가득 퍼지는 것 같아서 환자들 사이에서도 서현은 인기가 좋았다. 엄마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우경을 한동안 보지 못한 엄마로서는 서현이 이렇게 매일 들러 아들 노릇을 하는 것이 걱정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몹시 기?려지는 모양이었다. 목욕하는 동안에도 서현이 오늘도 오느냐고 몇 번씩 물었던 것만 봐도 그랬다.
은재는 몸을 굽혀 엄마를 꼭 끌어안고 작별인사를 했다.
“으음, 좋은 냄새 나. 역시 우리 엄마 냄새가 제일 좋아. 엄마, 오늘 밤엔 기분 좋게 잘 수 있겠다. 아줌마가 한 번 더 마사지해주면 더 기분 좋아질 거야. 엄마 걱정하는 거 아니지? 내일 옮기는 곳은 서현이랑 가서 둘러봤는데, 여기보다 훨씬 더 좋은 것 같아. 엄마도 마음에 들 거야. 다행히 아줌마도 거기 오실 수 있다니까 너무 걱정 말고 푹 자요. 아침에 올게요.”
은재는 한참이나 뺨을 맞대고 속삭이다 몸을 떼고 병실을 나왔다.
“괜찮아?” 
주차장에서 차에 오르며 서현이 은재를 보며 물었다.
“응, 난 괜찮아. 저녁은 먹었어?”
“그러고 보니 아직 못 먹었다. 너는 먹었어? 오늘 너무 더워서 그런지 입맛도 없어서 배고픈 줄도 모르고 있었다. 뭐 먹을까?”
“아니, 집 가까우니까 집으로 가. 넌 매일 사먹는데, 이 시간에 가면 술 마시는 데밖에 없잖아. 밥 있으니까 우리 집에서 먹어.”
“그래도 되겠어? 늦었는데…….”
“밥은 줄 수 있어. 나도 엄마 목욕시켜 드리고 나니까 배고픈걸.”
은재는 시트에 편안히 몸을 기대며 긴장이 풀린 듯 나른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30분도 안 되는 거리에 있는 집에 도착했다.
현관문을 들어서자, 공기가 후끈후끈했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좁은 다가구주택이라 이렇게 더운 날엔 실내는 찜통과 다름없었다.
“에어컨부터 켜야겠다.”
서현이 잠시 숨을 멈추더니 말했다.
“응.” 
“아끼지 말고 틀어. 더위 먹지 말고. 집이 작아서 별로 전기요금도 안 나올 거다.”
서현이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창문을 모두 열고 에어컨을 켰다.
“매일 틀고 있어. 낮에 비워두니까 밤에 와서 문 열면 한증막이야. 그래서 밤엔 계속 약하게 틀어놓는걸. 에어컨 없을 땐 몰랐는데, 있으니까 너무 좋은 거 있지.”
은재가 서현을 돌아보며 빙긋이 웃었다.
“그것 봐. 들여놓기 잘했지. 밤에 잠이라도 푹 자야 체력이 유지되지.”
“고마워, 덕분에 올여름엔 더워서 잠 못 자는 일은 없어졌어. 아, 배고프지? 얼른 준비할게. 오래 안 걸릴 거야.”
“이리 와봐. 밥은 좀 나중에 먹어도 돼.”
서현은 서둘러 저녁을 준비하려는 은재를 끌어당겨 가볍게 안았다.
“서, 서현아. 나 땀 많이 흘렸어.”
“괜찮아. 잠깐만 이러고 있어.”
“세수만이라도 하고 나올게. 정말이야. 엄마 목욕시키는 데 땀 많이 흘렸어. 얼굴도 짜단 말이야.”
“그럼 세수만 하고 나와야 돼.”
은재는 가까스로 서현의 품에서 빠져나와 욕실로 들어갔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킬 새도 없이, 서현은 계속 밖에서 서성이며 빨리 나오라고 재촉을 해댔다. 간신히 세수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자 물기도 마르기 전에 서현이 성급하게 그녀를 끌어안았다.
“미치겠다! 매일 봐도 자꾸만 보고 싶은 이유가 뭐지? 우리 빨리 같은 집에서 살아야 될 것 같다. 매일매일 널 안고 싶어.”
“지, 지금은 곤란해. 윽, 여기선……. 서현아, 지금은 안 돼.”
“알아. 그냥 키스만, 키스만 해.”
은재는 몸을 비틀며 어떡해서든 서현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그의 손은 벌써부터 그녀의 셔츠 안으로 슬금슬금 들어와 더듬고 있었다. 다닥다닥 붙은 다가구주택에서, 그것도 창문을 모두 활짝 열어놓은 상태에서 할 짓은 분명 아니었건만 서현은 막무가내였다. 소문도 금방 퍼질 텐데, 머릿속으론 여러 가지 걱정이 앞서면서도 은재 역시 부드러우면서도 은밀한 손길에 속절없이 무너져내릴 수밖에 없었다. 서현의 키스를 어떻게 거절할 수 있겠는가.
그의 입술이 그녀를 더듬고 있는 동안, 손길은 그녀의 등과 어깨, 그리고 척추를 따라 엉덩이까지 내려와 쓰다듬고 있었지만, 한번 시작된 열렬한 키스는 멈출 줄을 몰랐다. 어느새 풀었는지 그녀의 셔츠 단추는 벌써 몇 개나 풀린 상태였다. 서현은 키스를 하면서도 한 손으론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고 부드럽게 쓰다듬고 있었다. 머릿속이 뜨겁고 아득해지는 것이, 이러다 두 사람 모두 이성을 잃을 것 같았다. 집에서 이럴 수는 없었다. 서현의 키스가 더 노골적으로 변하기 전에 떼어내어야 했지만, 이 엄청난 체구의 남자를 무슨 힘으로 밀어낸단 말인가. 조만간 견디지 못하고 그녀도 신음 소리를 터뜨릴 것만 같았다.
“서, 서현아. 그, 그만. 그만!”
은재는 냉장고 문짝에 완전히 밀어붙여진 다음에야 가까스로 서현을 꼬집어 밀어냈다. 한번 불붙은 그는 쉽게 진정하지 못했는데, 아무래도 그를 집으로 데리고 온 건 실수인 듯했다.
“미, 미안. 나도 모르게…….”
서현이 은재를 놔주고 몇 발자국 뒤로 물러서며 말했다. 이미 셔츠는 절반 이상 벗겨져 있었고, 브래지어도 쇄골 근처까지 밀려 올라가 그대로 젖가슴이 드러난 상태였다. 은재는 황급히 돌아서서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냉장고 문을 열었다. 숨은 턱까? 차오르고 예민할 대로 예민해진 몸은 쉽사리 진정이 되질 않았는데, 옆에서 얼굴을 쓸어내리며 격정을 가라앉히려는 서현의 숨소리도 듣기 민망할 정도로 거칠었다.
“손, 손 씻고 나와. 밥 금방 먹을 수 있어.”
한참 후에야 서현이 숨을 고르곤 욕실로 들어갔다. 그제야 은재도 간신히 참고 있던 숨을 내뱉으며 뒤를 돌아보았다. 이미 서현의 손길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인지, 그녀 역시 전보다 더 빨리 흥분했고 흥분도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그리고 이렇듯 중간에 멈춰버리면 몸은 터질 듯 팽창한 채여서 짜증스럽기까지 했다. 그녀라도 이성을 잃지 말아야 할 텐데, 은재는 점점 자신이 없어졌다. 너무나 예민해진 몸은 서현의 손이 허리와 척추에 닿기만 해도 흐느적거리고, 입에선 저절로 낯 뜨거운 소리가 터져 나왔다. 정말이지 난감한 일이었다.
은재는 대충 몸을 추스르고 아침에 냉장고에 넣어두었던 밥을 꺼내고 야채들과 얼음을 꺼내 비빔밥과 오이냉국을 만들었다.
마침내 한참이나 물소리를 내며 씻던 서현이 욕실에서 나왔다. 머리까지 찬물에 감고 나온 그의 얼굴은 한결 편안해진 상태였다. 그사이 숨이 턱턱 막히던 실내의 열기도 거의 다 빠져나가 주방도 서늘해져서, 은재가 식탁 위에 수저를 놓는 동안 서현은 TV를 켜고 창문을 모두 닫았다.
“이게 뭐냐? 비빔밥인가?”
서현은 간단한 식탁을 보곤 피식 웃었다.
“딱히 반찬도 없어서 그냥 비빔밥 했어. 그래도 입맛 없을 땐 이런 게 좋거든. 시원하게 오이냉국 먼저 먹어봐.”
“맛있다! 시원해.”
서현은 일단 오이냉국에 점수를 후하게 주었다. 그리고 이내 밥을 비벼 한입 떠넣었다. 새콤한 오이냉국이 입맛을 자극했고, 초고추장에 버무려진 야채의 아삭거리며 씹히는 맛도 일품이었다.
“난 원래 음식 이렇게 섞어서 먹는 걸 안 좋아하는데, 이건 맛있다.”
서현은 비빔밥에도 후한 점수를 주었다. 그녀는 엄마를 닮아서 그런지 은근히 음식솜씨가 좋았다. 무엇보다 심심하면서도 담백하게 만드는 것이 그의 입맛에 꼭 맞았다. 게다가 언젠가 은재가 직접 음식을 만드는 걸 본 적이 있었는데, 공부할 때의 꼼꼼한 모습과는 다르게 뚝딱뚝딱 쉽게 해치우는 것을 보고 웃었던 기억이 났다.
“매일 이렇게 같이 먹었으면 좋겠다.”
“맛있게 먹는 거 보니까 나도 좋아. 너 원래 굉장히 까다로운 애였는데, 예전에 비하면 정말 많이 변한 것 같아. 그치?”
“변해야지. 동대문에서 일하기 시작하면서 많이 변한 것 같아. 처음엔 밥 먹는 것도 힘들었는데, 거기선 일일이 까다롭게 굴다간 아무것도 못 먹거든. 굶기 십상이지. 매번 마음에 딱 드는 깨끗한 식당 찾아다니는 일도 못할 짓이고. 또 다들 그렇게 먹고 살던걸? 비위 약하고 예민한 것도 엄청 피곤한 일이거든. 그나마 조금씩 고쳐지고 적응하고 있으니 다행이지. 이 정도만 돼도 살기가 꽤 편해진 거야.”
“맞아. 너 예전에 희망원에서 사회봉사활동 할 때 아무것도 못 먹었었어.”
“다음에 이거 또 해주라. 맛있다. 입맛 없을 때 먹기 딱 좋은 것 같다.”
“그렇게 맛있었어? 알았어. 별로 어려운 것도 아니야. 10분이면 다 만들 수 있거든.”
은재가 수저를 내려놓고 빙긋이 웃으며 대꾸를 했지만, 이미 서현은 입을 다문 채 가만히 눈길을 주었다. 겨우 2인용 작은 식탁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었을 뿐이라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아도 그 눈빛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은재는 금방 알 수 있었다.
“어, 피곤한데 그만…….”
은재는 저도 모르게 숨을 멈추고 서현의 눈길이 머물고 있는 셔츠의 앞부분을 손으로 여몄다. 급하게 음식을 준비하느라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풀어진 단추 사이로 문득 가슴이 보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노골적인 눈길만으로도 은재는 벌써 몸이 뜨거워지고 숨이 차왔다. 마치 한 꺼풀씩 그녀의 옷을 벗기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서현이 틀어놓은 TV가 혼자 떠들어대고 있어서 숨 막힐 듯한 정적은 없었지만, 사실 지금 그의 눈길은 너무나 강렬해서 TV 소리 따윈 전혀 귀에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저기, 인삼차 달여놓은 거 있거든. 그거 마시고 그만 가. 너도 피곤하잖아.”
은재는 겨우 의자에서 일어나며 식탁 위의 그릇을 치웠다. 그릇이라 봐야 비빔밥이었기 때문에 전부 네 개뿐이었는데, 그릇을 손에 들려는 순간 서현이 손목을 잡았다.
“나 간 다음에 치워.”
“자, 잠깐만.”
“안 되겠어! 은재야, 나 너 안고 싶다. 여기서 안 되면 내 오피스텔로 가. 오늘 나랑 같이 자. 아까부터 그러고 싶었어. 병원에서 나올 때부터, 은재야!”
서현이 손목을 끌어당겨 은재를 자신의 무릎 위에 앉히며 간절하게 말했다.
“다, 다음에. 엄마 내일 호스피스로 옮기려면, 나도 준비할 게 좀 있어. 미안해, 나도 너랑 있고 싶어.”
“그럼 잠깐만 이러고 있어. 잠깐만이라도…….”
서현은 괴로운 듯 깊이 숨을 들이쉬고 내쉬면서 은재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얼떨결에 앉게 된 그의 다리 사이로 벌써 흥분된 남성이 단단하게 그녀를 압박하고 있어서, 은재도 얼굴이 달아오른 채 간신히 숨만 쉬고 있었다.
“서현아, 사랑해. 엄마 옮기고 그쪽 생활에 적응하시면, 우리도 하루 시간 내서 같이 있어. 그러니까 오늘은 그냥 가, 응? 조금만 참아. 너도 알잖아. 나도 너 많이 사랑하고, 너랑 같이 있고 싶어 한다는 거.”
은재는 서현의 머리를 끌어안고 달래듯 속삭였다. 그녀의 사정을 뻔히 아는 서현이니 자주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가끔씩은 이렇듯 노골적으로 요구했다. 엄마 곁을 지키는 대신 서현의 품에서 행복에 들떠 있는 것도 죄스러웠지만, 섹스를 하나의 즐거움으로 받아들이기에는 그녀는 너무나 고지식했다. 그런 이유들로 매번 흔쾌히 서현의 요구를 들어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몸은 정직해서 입으로는 거절하고 있지만 젖가슴은 이미 팽팽히 부풀어 올라 아플 정도였다. 겨우 10여 분의 시간을 두고 두 번이나 흥분해버린 몸 때문에 은재도 욕구불만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후우, 정말 염치도 없는 놈이군.”
한참이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있던 서현이 고개를 들었다.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는 은재의 손길에 마음이 풀린 듯 웃음을 머금은 얼굴이었다.
“응?” 
“그렇잖아. 밥까지 잘 얻어먹고 나서 또다시 널 통째로 달라고 덤벼드는 건 좀……. 걱정 마라, 꼬맹아. 이 정돈 컨트롤할 수 있다. 자, 일어나. 차가운 인삼차 있다고? 줘봐, 한 잔 마시고 갈 테니까.”
서현은 깨끗이 포기를 했는지 시원시원하게 말하며 은재의 허리를 잡아 번쩍 일으켰다. 그제야 은재의 얼굴에도 밝고 장난스런 웃음이 번졌다. 은재는 얼른 몸을 세우며 냉장고에서 차갑게 둔 인삼차를 꺼내 컵에 따랐다.
“대신 그 약속은 꼭 지켜라. 어머니 괜찮아지시면 완전히 하루 다 나한테 주는 거다.”
“알았어.”
은재는 붉게 물든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서현이 컵을 다 비우고 일어섰다. 무엇이든 결정하면 바람처럼 행동이 빠른 남자였다.
“나오지 마. 샤워하고 푹 자라. 아침에 데리러 올게. 준비할 물건 다 챙겨놔.”
“대문 앞까지만 나갈게.”
은재는 서현을 배웅했다. 서현은 대문을 나서자마자 손을 한번 흔들어 보이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성큼성큼 골목길을 빠져나갔다. 은재는 서현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웃음을 머금은 얼굴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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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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