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쓰는 동안 WTO의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한다는 정부의 발표가 있었다. 우리나라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이면서도 농업분야 만큼은 예외적으로 개발도상국 우대 혜택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정부는 당장 큰 변화가 없다고는 하지만 쌀 등 기초농산물에 관세장벽이 무너진다면 우리 농업의 경쟁력과 농가소득은 또 한 번 타격을 입게 된다. 정부는 미국의 수입자동차 등에 대한 관세부과 위협, 방위비 분담금 증액요구 등의 미봉책으로 농업을 희생하는 안을 선택했다.
우리는 이제라도 국가 위상에 걸맞은 농업에 대한 보호 및 육성책을 마련해나가야 한다. 첫째는 농업자치 실현을 위해 예산과 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하여 농정분권을 추진해야 한다. 지역 특성에 맞는 지역 로컬푸드 정책과 농어민수당 지급, 농산물 최저가격보장제 등을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둘째, 농어업예산을 국가 총예산의 5% 이상 확대하여, 농어업경쟁력의 핵심인 인력양성과 연구개발에 투자해야 한다. 셋째, WTO 제재와 관계없는 공익형 직불제 등 소득안정 정책예산을 대폭 증액하여 도농 간 소득격차를 줄여나가야 한다. 넷째, 4차 산업기술을 접목한 농기계화, 자동화 농업을 통해 고령화 및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신규인력을 창출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다섯째, 농생명의 기반인 종자, 종묘, 종축 산업을 집중 육성하여 생산부터 유통까지 이어지는 가치사슬을 구축해야 한다.
흔히들 전남을 생명의 땅이자, 기회의 땅이라고 한다. 맞다. 기름진 평야와 풍부한 어족의 보고 전라남도는 대한민국의 뿌리로서 영양분을 공급할 수 있는 곳이다. 급변하는 세상 속 전남의 변화 속도를 가늠해본다. 이런 우리 지역에 누군가는 뿌리를 더 깊이 내리게 하는 일을 묵묵히, 고집스럽게 해내야 한다. 그 자리에 우리 농민과 어민이 있고 아버지와 어머니가 있으며, 뿌리가 있고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작가의 말」중에서
한편에서는 기후변화에 따른 위기가 ‘기회’로 재해석되고 있다. 화석연료 대신 지열과 목재 펠릿 등 저탄소 청정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 환경친화적 영농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작목 전환도 새로운 대안이 되고 있다.
--- p.28
만약 해양쓰레기를 치우는데 많은 예산을 들여야 한다면, 어촌과 어민을 위해 지원되어야 할 수산업발전자금이 헛되이 소비되는 것이다. 쓰레기 처리를 위한 예산은 낭비일 뿐이다. 우리 스스로 쓰레기 치우기에 앞서 쓰레기 줄이기에 동참해야 하는 이유다. 필연적으로 수산업종은 버리지 않고, 안 쓸 수는 없다. 다만, 쓰레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재료를 적게 사용하도록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또한 해양폐기물에 대한 재활용 시스템이 연구되고 보급되어야 한다.
--- p.44
푸드테크의 발전은 시대의 흐름이다. 민·관·학 협력을 통해 선진국들을 따라잡아야 한다. 기업은 투자에 나서고, 대학은 연구를 통해 기술을 융합하고 상용화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무엇보다 관(정부)의 역할이 막중하다. 더욱 효과적인 연구와 기술개발이 이뤄질 수 있도록 소비자들의 식품선택과 섭취 습관, 인지나 태도 등 식생활에 관한 다양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산업계에 제공해야 한다. R&D 투자 등을 통해 기업과 대학 등이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고, 이들을 연결해주는 역할까지 해내야 할 것이다.
--- p.48
귀농·귀촌이라 해서 영농에만 초점을 맞출 게 아니다. 기존의 귀농지원 중심 정책에서 대상과 내용을 다변화하는 변화가 필요하다. 도시민들의 성공적인 정착을 이끌기 위해서는 정주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주거와 일자리, 교육, 복지, 질 높은 의료서비스 등이다. 효과를 보일 기미가 보인다면 중앙정부와의 협업도 이끌어내야 한다. 시범사업 도입 등을 통해 지원과 제도적 기반을 닦을 수 있다.
--- p.61
최저가격을 보장하는 대신에 참여농가가 계약재배를 하도록 의무화시키고, 채소생산 안정제의 장점인 출하 시기 조정, 출하량 조정 등을 정부 정책에 따르도록 제도할 필요도 있다. 또한 매년 반복되는 농산물 가격 폭락과 산지 폐기 예방을 위해 농산물에 대한 수요와 공급을 체계적으로 시스템화해 관리해야 하는 것이 병행돼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인공지능과 ICT 기술이 접목된 다양한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해, 농업생산성 및 소비패턴 분석이 농산물 가격안정에 활용된다면 생산자 및 소비자의 후생 증대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 p.78
지역단위 6차 산업관련 지원서비스 플랫폼을 총괄할 중핵조직이 필요하다. 점진적으로 산업에 국한하지 않고 농산어촌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중간지원 조직 센터로서의 역할을 강화하도록 확대되어야 한다. 6차 산업의 성공모델을 확대시키기 위해서는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이 개발되어야 하고, 귀농·귀촌정책과 연계하여 6차 산업에 활용도가 높은 젊은 인적자원을 많이 확보해야 한다.
--- p.84
기후변화로 인해 재배 지역이 바뀌면, 새로운 작물이 정착되는 데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 새로운 작물에 적합한 토양을 만들고 재배기술을 축적해야 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빠른 온난화의 진행으로 인해 기존 작물의 수량 및 품질 저하가 우려되지만 아열대 작물 재배지역의 한계지 북상으로 기회 요인이 될 수 있어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여야 한다.
--- p.92
기업들의 농촌 진출을 꿈꿀 시간이 됐다. 현재 국내에서 IT기업의 농업부문 진출은 출발선에 있다. 당연히 국내 기업의 미숙함으로 인해 해당사업의 실패, 그리고 농민과 지역사회에 손해를 끼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이에 대비해 관련법들과 정책을 만들고, 이를 관리·감독하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 다음 보다 적극적으로 기업의 농촌진출을 지원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 p.124
농촌이 농산물을 생산하는 곳일 뿐 아니라 관광이나 체험 등의 복합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이 같은 결론은 농업에 생산과 부가적 기능이라는 복합적인 기능이 존재한다는 점과 지역의 비농업 부문 활동을 포함한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다는 것으로 직결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창의적인 모델이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유럽의 치유농업은 복지를 제공하는 돌봄 기능과 농업에 고용과 노동을 결합한 사회적 농장 기능이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 p.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