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 현상은 옛날부터 있었겠지만 소외 개념은 19세기에 헤겔이 『정신현상학』에서 처음으로 이론화하였다. 헤겔의 추상적 소외 개념을 마르크스가 『경제적 철학적 초고』와 『독일 이데올로기』에서 비판적으로 이어받아 구체적 소외 개념을 발전시켰다. 그래서 헤겔과 마르크스의 소외이론은 소외론의 이론적 뿌리이기 때문에 전통적 소외 개념이라 할 수 있다. 키르케고르의 소외 개념은 헤겔과 마르크스의 소외이론과 전혀 다르기 때문에 우선 특수한 소외 개념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키르케고르의 소외 개념이 특수하다는 것은 헤겔의 소외 개념과 비교해보면 명확해지기 때문에, 우선 헤겔의 소외 개념부터 소개하고자 한다. 특히 키르케고르 당시의 덴마크 철학은 헤겔 철학이 압도적으로 지배했기 때문에, 키르케고르의 소외론은 헤겔의 소외론과 비교하는 것이 이해에 도움이 된다.
헤겔 철학체계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윤리를 보편성으로 정의한다. 그래서 개별 인간이 따라야 할 최고의 윤리적 준칙은 보편 속에 스스로를 통합시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전체의 공익과 통합을 위해 개인적 욕망이나 야심 같은 것은 버려야 한다는 것이 헤겔의 관점이다. 보편성의 일부로 통합되는 것이 절대정신의 전지전능한 관점을 내면화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헤겔은 가정이든 학교든 혹은 직장이든 자기가 소속된 조직이나 사회에 일체감을 느끼지 못하는 심리상태를 소외(alienation)라고 본다. 소속된 조직이나 사회에 일체감을 회복하게 되면 소외를 극복했다고 하고, 소외의 극복을 탈소외(dealienation)라고도 부른다. 내가 소속된 사회가 추구하고 강조하는 규범이나 가치가 나에게는 무의미하다고 느낀다면, 나는 그 사회에서 소외된 상태라는 것이다. 따라서 헤겔의 소외 개념은 사회적 통합에 반대되는 과정을 뜻하는 개념이다. 소외는 사회의 유기적 통합을 파괴하고 공동체와 그 공감적 삶을 해체시키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Lavine, 1984:250). 그래서 헤겔은 정치적 사회적 개인주의를 심각한 소외의 징후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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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는 이기적이고 도구적 관계는 확산되고, 이타적이고 인격적 관계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자는 마음의 문은 닫아놓고 이용만 하는 이기적 관계이고, 후자는 마음의 문을 열고 진정으로 서로를 존중하는 이타적 관계이다. 현대 사회에 도구적 관계가 확산되는 현상은 인격적이어야 할 인간관계가 도구적 관계로 변질되어 사물화된다는 것이고, 삶의 현상형태가 그 규범적 궤도에서 심히 이탈한 심각한 소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소외를 극복하는 방안은 사회에 만연된 도구적 관계를 극복하고 인격적 관계를 회복함으로써 인간의 본래적 실존을 되찾는 것이다. 교회에 열심히 다니는 것으로 만족하는 형식적 신앙을 한 단계 초월하여 타인에게 진정한 마음의 문을 열면 거기에 신이 내재하시고, 마음을 닫으면 신이 나를 외면한다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너의 관계 속에 하나님이 계신다는 것이 부버의 핵심적 입장이다.
내가 타인을 내 목적 달성의 도구로 이용하려고 하면, 타인도 나를 도구로 이용하려 할 것이고, 결국은 우리 모두가 도구적 존재나 사물적 존재로 전락하게 된다. 부버는 이러한 상태를 간단히 “그것의 세계(Itworld)”라고도 한다(Buber, 1970:96). 이렇게 되면 사물화와 소외가 만연되고 도구적 이성이 인간의 규범적 모습을 황폐화시킬 것이다. 부버는 이와 같이 삶의 현상형태가 그 규범적 궤도에서 이탈한 상태를 소외(alienation)라고 본다. 나와 너의 인격적 관계를 중요시하고 이타적인 자세로 사는 사람은 현저히 줄어들고, 나와 그것의 도구적 관계만 추구하고 이기적인 자세로 사는 사람이 절대 다수가 된다고 하면, 소외가 만연된 사회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태는 삶의 현상형태가 규범적 모습에서 심히 이탈한 상태이기 때문에 현대사회에 소외가 만연되었다는 것이다. 요컨대, 부버는 나와 너의 관계로 상징되는 인격적 관계는 사라지고, 나와 그것의 관계가 뜻하는 사물화가 만연되는 현상이 소외 혹은 사물화 현상이고, 나와 너의 인격적 관계를 복원하는 것을 탈소외(dealienation) 혹은 소외의 극복이라고 본다. 부버는 현대사회에 소외가 만연된 원인은 개인의 나약한 윤리적 심성보다는 사회의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소외 극복의 방안을 제시할 때는 진정한 만남의 양식을 선택하는 개인의 자유로운 결단과 책임감을 강조하는 실존주의적 탈소외의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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