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革新)이 무엇인가. 해묵은 관습이나 방법 혹은 시대에 뒤떨어지는 조직을 바꾸어 새롭게 탄생시키는 것이 혁신이다. 국가의 기관이 시대에 뒤떨어진다면 당장 불편함을 떠나 사회의 변화조차 체감하지 못하고 국민과 기업을 제대로 뒷받침해줄 능력이 없다는 뜻이 된다. 더구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은 공직의 교육을 담당하는 제일선이 아닌가.
“일하는 방법부터 바꿉시다.” 답답했던 내가 내린 결론이다. 처음 출근할 때 지켜보았던 의전 문제부터 책상 앞에 앉아 업무를 시작하며 내내 느꼈던 불편한 점들을 고려했을 때, 우리가 모두 상식선에서 편안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가장 먼저 만들고 싶었다. 전임 직원이 자리를 떠난 뒤 신임이 왔을 때 기존 업무가 마비되는 일이 더는 없어야 한다. 누가 새 업무를 맡더라도 ‘업무 프로세스 매뉴얼’만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또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명확히 구분함으로써 부서별 업무가 철저하게 분담된다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굳이 도맡아 하며 힘들어할 이유가 없다.
--- p.36~37
나는 한 사람의 성공이 신화로 불리길 원하지 않는다. 또한 나처럼 어려운 현실을 딛고 기회를 얻고자 노력하여 성공을 이루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우리 사회에서 능력이 아닌 출신과 배경으로 기회를 얻고 성공으로 가는 사다리에 오르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노력에 비례하는 정당한 대가와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시스템이 필요하다. 출발선이 어디에 있든 능력이 있으면 그것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사회, 기회의 평등이 이뤄진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사회가 실현된다면 ‘고졸 신화’와 같은 말은 사라질 것이다.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함으로 희망을 얻은 청년들이 만들어나갈 대한민국을 기대한다.
--- p.99~100
창의융합형 인재란 우선 창의적 아이디어에 복잡한 문제를 풀어 해답을 찾는 능력과 비판적 사고를 갖춘 사람을 말한다. 그리고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 소통하고 협업하는 능력도 필수다.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한 오늘날, 모든 산업 분야의 리더들은 창의융합형 인재가 필요하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왜 이러한 역량을 갖추는 사람이 미래형 인재가 될까? 그것은 4차 산업혁명이 융합의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어려운 문제에 도전하여 풀어나갈 수 있는 능력, 타인과 원활한 소통으로 올바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 등의 역량을 갖춘 사람. 이것이 2016년 다보스 포럼에서 처음 제시된 미래형 인재상이다. 창의융합형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스페셜리스트(specialist)가 되어야 한다. 이렇게 확고한 자신만의 분야를 구축한 뒤에야 비로소 다른 분야의 전문가와 협업하며 융합의 결과를 내는 제너럴리스트(generalist)가 될 수 있다.
--- p.111~112
나는 기업에서 근무하는 동안 반도체시스템공학과의 인재들이경험을 쌓기 위해 인턴사원으로 근무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현장에서 이미 많은 경험을 쌓은 선배들보다는 부족해도, 특화된 기술력을 충분히 채워온 그들은 일에 대한 적응력이 빨랐다. 그 때문에 우리와 협업하는 데 큰 어려움 없이 순조로웠고, 더 성장시키고 싶을 만큼 욕심나는 인재도 많았다.
이렇듯 산학이 연계하여 관련 인재를 키워내는 것은 뚜렷한 장점이 있다. 4차 산업혁명 관련 산업 중 반도체부터 인공지능·자율주행·로봇 등 어느 곳 하나 손이 부족하지 않은 곳이 없지만, 맞춤형 인재를 키우면 인재 부족에서 오는 갈증을 충분히 해소할 수 있다.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로 소재산업의 독립이 절실해진 요즘, 인재 양성을 위해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 p.123~124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의 원장이었던 나에게 특명이 내려졌다. 나는 원장직을 사임하고 ‘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회(이하 일본특위)’에 합류하게 되었다. 일본특위의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에 캠프 종합 상황1실장을 맡았던 최재성 의원이, 부위원장은 내가 맡았다. 일본의 조치로 기업의 피해가 예상되는 이상, 정치권 차원의 강력한 대응책과 현명한 외교적 노력을 모색할 필요가 있었다. 이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30년 동안 반도체를 업으로 삼았던 기술인이자 정치인으로서 나만이 할 수 있는 본연의 책무가 많았다. 그리고 그것이 곧 정치의 길로 들어선 나 양향자의 사명이었다.
--- p.147~148
2019년 7월, 우리 정부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에 인재 유출 워닝(Warning·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업계 내에 돌고 있는 소문으로는 중국 상위권 배터리 업체들의 연구인력 중 절반이 한국인이라고 한다. 중국이 국내 인재들에게 노골적으로 현재 연봉의 몇 배를 제시하며 가로채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것은 기술 패권을 잡기 위해 인재 전쟁에 돌입했다는 증거다. 한 개인의 이직을 법으로 막을 수는 없지만, 정부 차원에서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미래의 시장에서도 한국이 1등이라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을까. 한 번 1등하는 것은 오히려 쉽다. 정말 어려운 것은 1등의 자리를 계속 지키는 일이다.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반도체 1위 국가의 자리를 지켜내야 한다. 정치인과 국가가 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는 단기적으로는 어렵게 성장시킨 인재들을 빼앗기지 않는 일, 장기적으로는 무너진 교육 현실을 바로잡아 기초과학 인재를 키우는 일이다.
--- p.164~165
청년들의 갈등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들이 가진 최대의 고민, 즉 취업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인 유용한 취업 정책이 연계되어야 하며, 기업도 함께하여 인재 발굴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어렵게 대학에 들어가도 졸업할 땐 취직은커녕 학자금 대출만 남는다고들 한다. 한 평 남짓한 고시원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적합한 주거환경을 마련해주기 위해 정부, 기업, 사회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민관이 함께 지혜를 모아 해법을 찾아간다면 청년들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를 돌려줄 수 있으리라 본다.
--- p.175~176
나는 차량용 반도체를 광주에서 생산하고, 이것을 기반으로 스마트 전장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구축되고 있는 기흥·화성·이천·평택·아산·청주를 잇는 서남권 반도체 밸리를 광주까지 확장하고, 전장산업에 뛰어든 글로벌 산업체들을 유치하여 세계 미래자동차의 메카로 ‘기업하기 좋은 광주’로 만드는 것이다. 때문에 하루라도 서둘러 글로벌 기업을 경험한 비즈니스 마인드를 갖춘 리더가 정부 설득을 위한 지역정치인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 그렇게만 된다면 글로벌 기업과 인재를 유치하여 홀로 멈춰버린 광주의 경제 시계를 다시 되살릴 수 있다. 그동안 대한민국의 변화와 혁신의 맨 앞자리에서 도전하고 싸운 명예로운 광주였다면, 이제 대한민국 4차 산업혁명의 중심도시이자 미래자동차의 전진기지로서 시대의 주인공이 될 때다.
--- p.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