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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오후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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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2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216쪽 | 140*210*20mm
ISBN13 9788967821012
ISBN10 896782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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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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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는 천 원짜리를 깨끗이 모아 영정 사진 밑에 엄청 쌓아놓았다. 자식들이 사내를 배웅하는 동안 손님들이 고스톱을 칠 용도란다. 울컥 올라오는 감정을 오지랖이라고 에둘러 표현하면서도 셋째의 눈가엔 어느새 눈물이 맺힌다.

우리 집 마당은 길고양이들의 쉼터나 마찬가지였다. 캣맘이나 캣대디처럼 일일이 찾아다니며 보살피지는 못하지만 마당 정도는 기꺼이 양보했다. 해가 잘 들어서 그런지 고양이들이 우리 집 마당을 좋아했다. 덩달아 나도 까맣거나 회색이거나 갈색이거나 줄무늬거나, 색깔도 덩치도 다른 녀석들이 마당에서 거니는 모습을 보는 게 좋았다. 슬쩍 깔아놓은 방석 위에서 해바라기를 하거나 오수를 즐기고 가는 모습이 귀여웠다. 내놓은 먹이를 먹고 가면 안심이 됐고, 비쩍 마른 고양이가 다녀가면 안타까웠다.

사람 사이의 관계 맺음도 어쩌면 풀만 무성히 자라는 맨땅을 가꾸는 일과 같다. 돌을 골라내고 거친 흙을 매만지며 꽃을 심어 피워내는 일이 좋다. 땀을 뻘뻘 흘리며 괜한 짓을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은 잠시, 해마다 피어나는 꽃을 보며 환히 웃는 것처럼, 사람 사이에서 피어나는 꽃을 보며 마음이 밝아질 때가 있다.

난 그분의 처음과 끝의 그 너머를 모른다. 애써 그분이 어디서 왔는지 안다 해도, 어디로 가는지는 알 수 없다. 그리움이 어디로 가는지조차 모른다. 재가 되어 하늘하늘 날아오르던 옷을 좇아 무조건 하늘로 향해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눈에 보이지 않게 됨으로써 마음으로 훨훨 날아드는 날갯짓을 맥 놓고 응시하고 있을 뿐이다. 본격적인 그리움은 이제부터라는 듯 자꾸 나를 끌어당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선하고 따뜻한 눈빛으로 오래도록 나를 쳐다보던 아버지의 마지막 눈빛을 올올이 풀어가며 살아낼 삶이 내 앞에 있다.

문지방에 걸터앉아 지켜보던 기억이 또렷하다. 엄마가 마늘종다리볶음, 코다리찜, 멸치볶음 등을 그득그득 담아내던 모습이 경이로웠다. 더러 내가 반찬을 집어먹으면 맛있냐고 묻던 엄마 얼굴도 팽팽하다. 내가 맛있다고 하면, 엄마는 다른 집보다 우리 집 반찬이 맛있어서 밥꾼들이 많이 온다고 은근슬쩍 자랑을 했다. 코 안 가득 음식 냄새가 밴다.

방사선 치료까지 끝내고, 망가진 체력과 비어버린 머리를 일으켜 세우는 데 꼬박 5년이 걸렸다. 그 사이 수많은 꽃이 피고지고, 계절이 많이 바뀌었지만, 내 시간은 알마가 더디 자란 것처럼 다른 사람들과는 완전히 다르게 흘렀다. 힘든 시간이 아니었다면 지금 나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두 분이 마주보고 두 손을 꼭 잡고 잠든 모습이 지슬라브 백신스키의 ‘화석연인’을 닮아 있었다. 순간, 내 귀에는 사금파리 주워 모아 소꿉장난하는 소년소녀의 맑은 목소리가 요란했다. 두 분의 모습이 묘한 감동을 불러왔다. 가진 것 없이 자식들 길러내느라 푸른 세월 다 보내고 등껍질로 남아 서로를 위로하는 모습이 따뜻해 보였다. 행여 놓칠까 싶어 마지막까지 함께 이승의 끈을 잡고 싶어 하는 애절함이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서로를 향한 사랑과 배려, 안타까움이 배어 있는 몸짓이 슬프도록 아름다웠다.

아버지와의 아름다운 이별을 겪고 나서 죽음에 대한 생각이 깊어졌다. 두려워 피하기보다는 삶의 한 과정인 죽음도 미리 준비하고 배워 두어야 함을 알았다. 극한의 고통에서 일상을 살아내는 법을 생각해야 한다. 소중한 사람이나 세상과 이별하는 법을 연습해 두어야 한다. 마무리하는 소중한 순간을 허둥대며 다 보낼 수는 없다. 새 생명이 오는 축복의 순간이 있는 것처럼 한 사람의 생이 지는 데에도 꽃 같은 순간이 있다. 한 사람의 서사는 죽음으로 완성된다.

사람 사이에 난 길을 걷는 걸 좋아한다. 정민의 『미쳐야 미친다』를 읽다가 ‘만남은 맛남이다’라는 구절을 보고 단박에 내 좌우명으로 삼을 정도로 사람 사이에서의 만남을 즐거워한다. 좋은 관계에 대해 관심이 많다. 이물 없이 달려가다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여전히 관계에서 얻는 즐거움이 좋다. 노후대책 중 하나에 ‘놀아 줄 사람’이 낀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사람 보험 하나는 잘 들어놨다고 생각하는데, 가끔 흔들린다. 같은 것을 하며 좋아하기도 하지만, 아주 미묘한 서운함에 흔들리는 게 사람 사이의 일이다. 그럴 때 사람 마음에 이르는 정확한 번지수를 알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싶다. 그러면 “너, 거기 꼼짝 말고 서 있어. 내가 갈게.” 큰소리칠 수 있을 텐데.

엄마는 고된 시골 살림을 하면서도 작은 꽃밭 가꾸기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 들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엄마는 펴지지 않는 허리를 하고 다시 앵두나무 아래에 앉아 옹기종기 다음 계절을 심었다. 백일홍이나 금잔화를 손에 쥐고 돌아와 꽃밭에 심는 엄마 얼굴엔 계절보다 앞서 빨간 꽃이 피었다.

따로 약을 하지 않아 흉터투성이지만 내가 사람에게 쏟는 순수한 열정을 닮은 감이다. 무공해의 감을 받아든 얼굴이 환하게 웃으면, “당신을 소중하게 생각해요.”라는 나의 신호를 알아챈 듯싶어 뿌듯하다.

사람도 저마다 자기 제목을 갖고 살면 어떨까.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 주면 사람 사이에서 서로 헤맬 일이 줄어들 것 같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가 잦다 보니, 헷갈릴 때가 있다. 그럴 때 그림에 붙은 제목처럼 누가 자기 제목을 알려 주면 좋겠다.

길들여져야 하는 건, 만남의 시작 단계에서뿐만 아니라 이별에 있어서도 필요한 과정이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이별에도 단계가 있음을 한 걸음 걷고 알고, 두 걸음 걷고 또 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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