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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지 못한 꿈은 씨앗이 된다

이루지 못한 꿈은 씨앗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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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2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96쪽 | 282g | 140*210*14mm
ISBN13 9791158771461
ISBN10 1158771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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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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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일이라도 해 볼까 고민했다. 한 회사의 비서를 뽑은 일에 지원했다. 면접의 기회가 주어졌고 면접이라면 자신 있었다. 여느 때처럼 면접 내내 곧은 자세와 밝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다 자신 있다 대답했다. 시키는 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나를 포장했다. 마지막 질문을 주셨다.
“스프레드시트를 어느 정도 하십니까?”
1초 정도 정적이 흘렀고 그 사이 내 동공은 흔들렸다. 스프레드시트가 무엇인지도 몰랐다. 그게 뭐냐고 물어보면 당연히 나를 기본도 모르는 사람으로 취급해 일할 기회를 얻지 못할 것이다. 잘못한다고 대답해도 찝찝했다. 순간 오만 가지 생각이 머리를 꽉 채웠다. 결국, 밝은 미소와 함께 나의 대답은 “물론입니다.”였다. 순간 면접관의 눈빛은 뭔가 아는 듯했고, 합격 연락은 오지 않았다. 거짓은 어떤 것도 포장할 수 없다. 내가 조금 솔직했다면 나는 그 기회를 잡을 수 있었을까? 떨어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의 기억 속에서 나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솔직한 사람으로 각인되었을 것이다. 나 스스로에게도 당당한 내가 되었을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면접을 보았다. 코엑스 전시회에서 일본어 통역요원을 뽑는 자리였다. 면접관과 일대일로 면접이 진행되었다.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 마음먹었다. 한 시간 정도의 심층 면접에 진땀을 흘렸다. 말 그대로 실제로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오랜만에 일본어로 대화를 주고받자니 더욱 진땀이 났다. 면접이 끝나고 면접관은 안타깝지만 내 실력이 통역할 수준은 아니라 채용은 힘들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끝까지 흔들리지 않고 면접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다며 다음 기회에 꼭 함께 일을 해 보자고 했다. 끝난 마당에 주는 덕담이겠거니 생각했다.
그러나 1년 뒤 정말 연락이 왔다. 자기 회사에서 이번에도 전시회를 개최하는데 기간 책임자를 맡아주지 않겠냐는 거였다. 이미 직장에서 근무하고 있을 때라 상황을 말씀드리고 정중히 거절했다. 누구에게나 진정성을 바탕으로 마음을 다한다면 그 마음은 전달되리라는 것을 몸소 깨달았다.--- p.25~27

어느 날 TV 타령만 해대는 큰아이가 걱정되어 말했다.
“너 그렇게 TV만 봐서 뭐가 되려고 그러니? 아이는 엉엉 울며 대답했다.
“엉…. 나 아무것도 안 될 거야…. 엄마처럼 집에만 있을 거야….”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망치가 내 뇌간을 빵 하고 내려치는 순간이었다. 일순간 정적이 흘렀고 나는 아이에게 괴성을 지르면 폭발했다.
“내가 누구 때문에 여기에 왔는데! 너 내가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으로 보여? 내가 얼마다 대단한 사람인데 너희들 때문에 다 정리하고 희생하고 봉사했더니 뭐라고…?”
그야말로 괴성이었고 나의 소리는 배꼽 아래부터 올라와 폭풍처럼 아이에게 쏟아졌다.
진정하고 생각해보니 아이는 그저 엄마처럼 집에만 있겠다는 것이지 다른 뜻은 없었다. 나는 그 한마디가 나를 무시하고 하찮은 존재로 여겨진다고 확신해 버렸다. 아이는 엄마가 집에 있는 것이 좋다는 의미였을 수도 있는데, 나는 그 한마디를 듣고 폭발해 버렸다. 너무 숨죽이고 살지 말자. 결혼이라는 시스템 안에는 아이들도 있고 남편도 있지만 나도 있다. --- p.62~63

2002년 한국과 일본이 함께 월드컵을 진행했던 때, 꾸준히 영어 공부를 한 덕분에 VIP FIFA 관계자들 의전으로 자원봉사를 했다. 축구라는 스포츠에 그렇게 열광하지는 않았다. 한 팀당 팀원이 몇 명인 줄도 몰랐다. 게임의 규칙이나 관전 포인트 등은 더더욱 관심 밖이었다. 경기가 있는 날 사람들이 우르르 TV 앞에 몰려들어 응원가를 불러도 나는 항상 자리를 지키며 눈을 돌리지 않았다. 외국인에게 그동안 갈고닦은 영어 실력을 뽐낼 수 있다는 것만 중요했다.
어느 날, 10분 정도 지각을 한 나는 유난히 들떠있는 팀원들을 보았다. 유니폼을 갈아입고 자리에 가자 동료가 받은 표를 자랑했다. 한 VIP 임원이 자원봉사하는 사람들을 위해 곧 광주에서 있을 경기의 표를 무료로 지급했다는 것이다. 지각하지 않았다면 나도 받을 수 있었는데 놓쳐버렸다. 어떤 언니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호들갑을 떨었다. 경기에 그다지 관심은 없었는데 왠지 배가 아팠다. 나중에는 배가 아파서 뒹굴뒹굴 구를 지경이었다. 나 빼고 모든 팀원은 대한민국이 아시아 최초로 2002 월드컵 4강 신화를 창조한 경기를 관람했다. 아무리 경기에 관심이 없어도 4강전은 간첩도 다 아는 역사적인 경기였다. 땅을 치고 후회했다. 5분만 일찍 일어날 걸…. 아무리 배고파도 한 술만 덜 뜨고 나올 걸…. 느릿느릿 걷지 말고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더라면 앞 버스를 탔을 텐데…. 나는 왜 지나고서야 깨닫는 걸까.
타임머신을 타고 꽃다운 20대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들려주고 싶은 말이 많다. ‘나’부터 사랑하라고 말하고 싶다. 그 시기는 안다고 생각했으나 정확하게 모르는 부분이 많았음을 인정하고, 감추거나 덮지 않고 정확한 정보를 위해 노력했어야 했다고도 말하고 싶다. 타인에 대한 원망과 후회에서 벗어나 조금 더 주도적으로 내 삶을 이끌 걸 그랬다. 그때는 열정을 다 했다 자부했지만 지금의 삼분의 일만큼도 전력을 다하지 못한 것 같다. 왜 지나고서야 깨닫는 걸까…. 지금 알게 된 것을 조금 일찍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확신을 갖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인생은 살지 않았을 테다.
--- p.123~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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