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가 나를 좋아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는 여자 친구도 만들지 않고 있었고, 그렇게 나를 신경 써준다는 점에서 나에게 특별한 감정이 있는 게 아닐까 기대했다. 하지만 역시, 그건 기대일 뿐이었다.
--- p.24
나이 차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할지 모른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 사람과의 나이 차이 따위 상관없다고. 하지만 여전히 좋아하게 되는 그 결과까지 얻는 데는 분명 장애물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확실한 건 스스로의 약점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누구나 나이는 먹는 법이고, 나보다 어린 사람을 더 좋아할 수도 있지만, 나를 사랑하지 않을 법이란 또 없는 것이다.
--- p.48
어쩌면 나는, 사실 연락을 자주 하는 게 귀찮아졌던 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전에는 연락의 빈도가 애정 표현의 증거라고 칭하며, 그만큼 사랑을 주고받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좋아하기에 메시지라도 주고받고 싶은 건 당연한 것이고, 매번 그 사람과 무엇이든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내가 그런 마음이니 그 사람도 그랬어야 했다. 그게 맞는 거라고 생각했다.
--- p.53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에서 망설이게 되는 이유 중 하나는 자존감 때문일 수 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데 괜히 겁이 나서, 스스로 자신을 한없이 낮추곤 한다. 다른 사람이 나를 좋아할 리가 없다면서 말이다. 그 반대인 사람은, 상대방이 나를 먼저 좋아해주지 않더라도 먼저 적극적으로 나선다. 자존감은 그런 차이를 만든다.
--- p.68
사람은 누구나 남에게 마음을 주는 것도 빼앗기는 것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한순간에 반하거나 그런 감정을 받기 위해서는, 사소하더라도 평소의 준비가 필요하다. 그런 준비 자체가 운명적인 만남을 만들고 이어나가게 만든다.
--- p.110
노력하면서 많이 좋아하고, 그녀를 배려한다면,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짝사랑에서 사랑으로 바뀐다는 건 이어지는 것이 아닌, 변하는 것이기에 나 혼자 아무리 노력한다고 한들, 그녀까지 바뀌는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사랑이라는 건 혼자 하는 게 아니니까.
--- p.120쪽
사랑 싸움도 마찬가지다. 다른 싸움과의 차이점은 그저 그 대상이 서로 공평하게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뿐. 상대는 일반적인 상대가 아닌, 사랑하는 만큼 자신을 이해해주기 바라는 사람이기 때문에 섭섭해서 더 감정적으로 나올 수 있다. 그렇기에 더 화부터 내기도 하고, 상대방을 이해해주는 척하며 마음속에 쌓아두었다가 폭발하기도 한다.
--- p.194
애초부터 그런 마음을 표현한 것도 아니면서 무슨 욕심이 그렇게나 많았던 건지. 그날 밤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얼마나 울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무엇보다 속상한 건, 내가 이렇게 복잡한 심정으로 어쩔 줄 모르고 있는데, 그 녀석은 분명 나에 대해서는 아무런 감정도 없을 거라는 부분이었다. 멋대로 혼자 좋아하다가, 혼자서 배신감을 느끼고, 스스로에게 상처를 내는 것 같아서 너무 한심해 보였다.
--- p.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