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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는 영화처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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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는 영화처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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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3년 02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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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5.08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15.4만자, 약 5.1만 단어, A4 약 97쪽?
ISBN13 9788966475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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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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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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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이기옥
이기옥(앙젤리크)

-서울여대 수학과 졸업. 두 딸의 엄마이자 멋진 남편의 아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는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평생 소녀이고 싶은 여자.

출간작 : 이방인, 하루, 키스는 영화처럼, 친구의 신부, 초콜릿빛 사랑, 유혹 외 다수.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후회해?”
“…….”
“아현아. 말 좀 해라. 내 질문에 왜 대답을 안 하는 거야?”
아현은 한숨을 내쉰 다음 가방을 뒤적거렸다. 차가 아현의 집 앞에 도착하자마자 철민의 눈앞에 뭔가를 들이밀었다.
“뭐야?”
아현이 불쑥 내민 것은 그녀의 휴대전화이었다. 부재중 전화가 무려 100통 가까이 왔었다는 문구가 보였다.
“이거 보이죠? 나 이제 집에 가면 죽었어요.”
“그것 때문에 말을 안 한 거야?”
철민은 어이가 없는지 웃기만 했다.
“웃지 마요. 당신은 재미있는지 몰라도 나는 아니라고요. 내 목숨이 달린 문제…… 아버지예요.”
아현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룸미러를 보다가 고개를 푹 숙였다. 두 시간 후에 일어난 두 사람은 어색한 얼굴로 서로를 마주 보다가 시계를 보고 비명을 지르는 아현 때문에 서둘러 서울로 향했다. 아직도 어둠이 깔려 있는 새벽에 대문 밖으로 수권이 나와 있자 아현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외박을 이 세상 무엇보다 금기시 여기는 아버지 아래에서 자란 아현으로서는 앞으로의 일이 막막하기만 했다. 게다가 철민과 같이 있었다고 하면 더 화를 내실 게 뻔했다. 아현은 철민이 자신의 턱을 잡아 올리자 놀란 토끼처럼 그를 응시했다.
“걱정할 필요 없어. 내가 알아서 할게.”
“강철민 씨가 모르는 게 하나 있다면 바로 그건 우리 아버지라고요!”
아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철민이 차에서 내려 버렸다. 아현이 너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잠시 뒤, 조수석 문이 열리더니 철민이 손을 내밀었다. 아현은 엉겁결에 그의 손을 잡고 차에서 내렸다. 머리는 산발이 되었고 옷도 엉망이었다. 속옷이 젖어 버려 급하게 건조기로 말렸지만 그래도 축축해 기분이 이상했다.
“내 말대로 해. 지금 너는 나하고 술을 많이 마셔서 잠이 들었어. 차 안에서 계속 자게 했었다가 나도 깜빡 잠이 든 거야. 그리고 내가 너를 데리고 온 거야. 너는 자는 척하면 돼. 나한테 안겨.”
아현은 어쩔 줄 몰라 했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하면 돼.”
철민의 말에 용기를 얻은 아현은 두 눈을 꼭 감았다. 그러자 그녀의 무릎 아래로 철민의 손이 닿는 느낌이 들더니 이내 그녀의 몸이 허공에 들려졌다.
“어머!”
“쉿. 자는 척해야지. 저분이 아버님이신가?”
“네.”
아현이 작게 말했다.
“좋아. 이제부터는 나한테 맡기고 자. 어서.”
“철민 씨.”
“응?”
“고마워요.”
아현은 그 말을 하고 나서 쑥스러운 듯 고개를 철민의 넓은 가슴속에 파묻었다. 철민이 천천히 걸음을 옮기가 기척을 느낀 수권이 뒤를 돌아보며 고함을 내질렀다.
“심아현! 너 지금이 몇 시인 줄 알, 알고…….”
수권은 매를 들고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처럼 커다란 빗자루를 들고 집 앞을 쓸다가 어디서 본 듯한 젊은 남자가 아현을 안고 서 있자 말을 더듬거렸다.
“처음 뵙겠습니다. 강철민이라고 합니다. 아현이하고 술을 한잔했는데 생각보다 아현이가 술이 약해서 그만 차 안에서 잠이 들어 버렸습니다.”
철민은 자신의 입에서 거짓말이 술술 나오자 스스로도 놀라는 중이었다.
‘내가 이렇게 잘 둘러댈 줄은 나도 몰랐네.’
그는 수권의 험악한 표정을 보자 얼른 임기웅변으로 그 자리를 무마했던 것이다. 수권은 철민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들고 있던 커다란 빗자루를 슬쩍 바닥에 놓았다.
철민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나니 팔 안에 안겨 있는 아현이 더 무겁게 느껴졌다.
제법 무게가 나간다고 생각하며 이마에서 땀까지 흘러내리자 수권은 서둘러 대문을 활짝 열어 주었다.
“미안하네. 내가 못 알아봤네. 등이 어두워서 말이네.”
철민은 대문에 달린 등을 보고 경악할 뻔했다. 요즘은 거의 쓰지 않는 백열등이 달려 있었고 센서가 있는지 금방 불이 꺼져 주변이 어두워졌다. 그러자 수권이 재빨리 대문 가까이로 걸어갔다. 그러자 수권을 감지한 듯 등이 다시 켜졌다. 수권은 민망한지 헛기침을 여러 번 하며 손짓으로 철민에게 안으로 들어가라고 했다.
“어서 들어가게, 나는 문을 잠그고 가겠네.”
“아, 네.”
자신의 집보다는 작지만 그래도 규모가 꽤 큰 저택이기에 당연히 정원 일을 돌보며 별채에 살고 있을 아저씨 정도는 있을 거라고 여겼지만 수권이 직접 문을 닫는다는 소리에 철민은 조금 의아하게 여기며 서둘러 현관 쪽으로 걸어갔다.
현관문을 끙끙거리며 열자 조금은 썰렁한 온기가 그의 안면에 닿았다. 거실을 환하게 비추고 있을 샹들리에 대신 차가운 느낌을 주는, 조금은 집에 어울리지 않는 형광등이 천장에 매달려 있었다.
“아현이니? 너 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기에 전화도 안 받고 그래? 아버지한테 혼났…… 철민 군? 오늘 우리 아현이하고 만났어요? 에구머니나, 이 아이가 대체…….”
“죄송합니다. 아현이하고 술 한잔 마셨는데 그만 차 안에서 잠이 들어서요. 제 불찰이니 아현이에게 뭐라고 하지 마세요.”
철민은 넙죽넙죽 나오는 거짓에 침으로 입술을 발라야겠다고 여겼다.
“이리로 올라와요. 무겁지 않아요? 요즘 살이 많이 빠져서 가벼워지기는 했는데 워낙 뼈가 굵은 아이라서.”
미라가 어쩔 줄 몰라 하며 2층으로 철민을 안내하자 그는 다시 한 번 아현을 자신의 품 안으로 안았다. 그러자 아현이 웃음을 참는지 입술을 깨무는 것이 시야에 들어왔다. 철민도 웃음이 나올 것 같아 얼른 헛기침으로 무마해 버렸다.
“이 방이에요. 운동화는 내가 벗길게요.”
철민은 한 번도 여자 방에 들어간 적이 없었다. 아현의 방에는 실용적인 침대와 책상, 그리고 책장이 놓여 있었다. 붙박이장으로 보이는 문이 두 개 있었고 양옆으로 커다란 그림 액자가 걸려 있었다. 파란 바다가 넘실대는 풍경화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나온 그림이었다. 그는 아현을 침대 위에 내려놓았다. 미라가 모르게 아현이 살짝 실눈을 뜨자 철민은 윙크를 날려 주고 나서 방에서 나왔다.
2층 거실 역시 평범했다. 화려하고 값비싸 보이는 물건은 찾아보려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수수했다. 간이소파에 텔레비전과 오디오가 전부였다. 특이한 것은 책장이 상당히 많다는 것이었다. 아현의 방에도 책장이 3개나 있었고 거실에는 무려 5개나 있었다. 좁은 거실이 더 답답하게 느껴진 것은 수많은 서적 때문이라는 것을 철민은 시간이 조금 지난 후에 알 수 있었다. 그는 책장 앞으로 다가가 책의 종류에 대해 살펴보았다. 자동차 관련 서적이 제일 많았고 그 다음으로는 전자공학, 컴퓨터공학, 건설과 아파트 주택, 그리고 주식에 대한 것들이었다. 나머지 책들은 정말 여러 종류의 책들이었다. 추리나 공포, 로맨스, 베스트셀러라고 칭해진 책들, 역사 소설들. 명작 문학 등 작은 서점에 들어온 기분이 들 정도였다.
그때 아현의 맞은편 방문이 끼익 소음을 내며 열렸다. 아준이 청바지 주머니에 양손을 꽂은 채 어슬렁거리며 나왔다. 아준은 거실에 서 있는 철민을 발견하고도 그다지 놀라는 기색이 없었다.
“오늘은 누나가 운이 좋았군.”
아준의 말에 철민은 일부러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이네, 처남.”
아무래도 손아래이기에 반말을 해도 좋을 것 같아 철민은 처음부터 말을 놓아 버렸다.
“처남? 내가? 지금 나보고 처남이라고 했어요?”
아준은 뒤에 누가 서 있는지 고개를 돌려 확인한 다음 주머니에서 한 손을 빼 자신의 가슴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러자 철민의 입매가 굳어졌다.
“나 맞나 보네. 벌써 그런 소리를 해도 되나요?”
“그럼 뭐라고 불러?”
아현의 방문을 조용히 닫으며 미라가 나와 아준에게 눈을 흘겼다.
“내가 나가 보라니까 모른 척하고.”
“안 나가도 신랑될 분이 모시고 왔으면 되었잖아요. 1절만 하세요.”
철민은 아준이 투덜거리며 방으로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자 약간 부자연스런 태도로 서 있었다.
“아버지 들어오셨나 봐야겠다. 얼른 내려와요.”
“네.”
미라가 먼저 내려가자 철민도 곧바로 따라가려고 했다. 그러자 아준이 한 손을 쑥 내밀어 철민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뭐지?”
“할 말 있어요. 얼마 안 걸려요. 오늘 누나 만난 거 아니라는 사실, 나는 알고 있으니까 일부러 만난 척할 필요 없어요.”
철민의 눈썹이 모아졌다. 아준은 약간 삐딱한 포즈로 책장? 기대어 섰다. 체격도 비슷하고 키도 비슷해서인지 아준은 철민을 어려워하는 것 같지 않았다.
“그래? 그런데?”
“집 앞에서 기다리는 것 봤어요. 아현이를 성식이가 데리고 집 앞까지 왔었다고 하던데 그 다음에는 선배가 데리고 갔다면서요?”
철민의 뺨에 홍조가 피어났다가 금방 사라졌다.
“사실 선배가 누나를 좋아하는 것 같아서 나름대로 누나의 짝으로 합격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까 아닌 것 같네요.”
“그게 무슨 소리지?”
철민은 표면에 드러나지 않게 분노를 숨겼지만 눈동자에 어린 것까지 감출 수는 없었다.
“제 눈에는 철민 선배가 책임감이 없어 보입니다. 한 여자의 일생이 달린 문제인데 쉽게 잠자리를 하고 들어온 것 같아 보여서 이런 말을 하는 겁니다. 하긴 누나 성격에 순순히 그런 일을 했을 리는 없을 테지만 그래도 선배도 남자잖아요? 설마 내일 마음이 바뀌는 건 아니겠죠?”
아준은 아예 대놓고 말을 꺼냈다.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탁 까발리듯 하는 아준을 보며 철민은 넥타이가 목을 조르는 것 같았다. 그러나 감정의 흔적을 싹 털어 버리고 무표정하게 대답했다.
“그건 누나하고 내 문제야. 동생이 간섭할 일이 아니라고 보는데? 아직 1학년이지? 공부하느라 바쁠 것 같은데 누나 문제까지 신경 쓰고 여자친구도 만나고 시간이 넘쳐나는 것 같군.”
아준의 입술이 삐뚤어졌다. 화가 났다는 표시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철민도 아직 솜털이 가시지 않는 아현의 동생과 다툴 의향은 없었다.
“그럼 한 가지 물어보죠. 누나가 가장 하고 싶어 하는 일이 뭔지 알아요?”
“어, 그게…… 결혼하는 거라고 했어.”
철민은 아현과 처음 만났던 날 그녀가 했던 말을 기억해내 대답했다. 그는 만족스런 대답을 했다며 스스로 흐뭇해했다. 하지만 아준이 콧방귀를 뀌자 철민의 기분은 순식간에 추락했다.
“그게 맞는다고 생각해요? 몇 번 만났으니까 우리 누나의 실체가 어떤지 잘 알 것 같은데 만났을 때 뭔가에 열중한 모습을 본 적 없어요? 예를 들면…….”
아준은 말을 꺼내려다 도중에 그만두었다. 철민은 청문회에 들어가 집중 공격을 받는 기분이 들어 불쾌했지만 화를 낼 수는 없었다.
“예를 들면?”
“정말 모르는군요. 아예 아무것도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하지 그래요? 그럼 내가 알려 줄 수도 있는데.”
빈정거리고 있었다. 아준은 철민이 자신보다 연상이고 선배라는 것도 잊은 것 같았다. 누나를 보호하기 위해 공격도 서슴지 않는 아준을 보며 철민은 새삼스럽게 자신이 외아들이라는 것이 정말 싫어졌다.
“앞으로 알아가면 되는 거야. 어차피 맞선이라는 게 서로에 대해 전부 알고 결혼할 수는 없어.”
“적어도 물어볼 수는 있죠.”
아준은 철민에게 그런 성의조차 없다고 단정 지어 버렸다. 철민은 아준의 멱살을 잡고 흔들어 주고 싶었다. 그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아준을 싸늘하게 응시했다.
“그래. 그렇겠지.”
“그런데 이를 어쩌죠? 성식이도 아현의 꿈을 아는데 말이죠.”
약 올리기 작전이라도 할 모양인지 아준은 계속 철민을 놓아주지 않았다.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2층까지 들려왔지만 아준은 철민의 반응을 살피느라 아래층에서 일어나는 일에 귀를 닫았다.
“최성식은 안다고?”
“당연하죠. 성식이는 누나를 구하기 위해 불길 속에라도 달려들 사람이거든요. 성식이는 누나의 꿈을 이루게 해주려고 무진장 애쓰고 있어요. 어떻게 해서든지 도움을 주려고 하죠. 물론 우리 가족도 누나의 꿈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죠.”
마지막에 덧붙인 가족이라는 말에 철민은 그 범주 안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아준이 못을 박는 느낌이 들었다. 서늘한 냉기가 가슴을 뚫고 지나가 버렸다.
“누나는 순진해서 사람을 쉽게 믿어요. 그래서 당한 적도 여러 번 있었죠. 좀 오래된 이야기인데. 누나가 어떤 집안인지 다 알고 만나던 사람이 있었어요. 그런데 누나는 헤어질 때까지 몰랐어요. 아버지가 알아채서 헤어졌는데 누나는 그저 마음이 안 맞아서 그런 줄 알죠. 그런 누나를 가지고 놀 생각이면 애초에 그만두는 게 좋을 겁니다. 혹시라도 누나 같은 여자를 옆에 두고 바람이나 피우려면 딴 데 가서 알아봐요.”
“간섭이 지나치면…….”
“간섭이 아닙니다. 가족의 한 사람이자 동생으로 걱정되는 마음에 충고하는 겁니다. 내 말 그냥 흘려듣지 마세요.”
아준은 여전히 빈정거리는 미소를 입가에 걸고 있었다. 철민은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내기 전에 아준에게서 벗어나야 할 것 같아 심호흡을 한 다음 아래층으로 내려가며 한 마디 쏘아붙였다.
“나는 누나를 잘 알고 있어. 처남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아준은 철민의 뒷모습을 보며 얄궂게 웃었다.
“과연 그럴까요?”
아준의 존재 자체가 위협적이지는 않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카리스마를 풍기며 아현의 동생이라는 것을 이용해 철민에게 경고를 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제 불찰입니다.”
철민은 거실에 앉아 있는 수권에게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아닐세. 내가 딸아이 교육을 잘못시켜서 그러네. 거기 좀 앉게나.”
“네.”
철민은 수권의 맞은편에 앉았다. 부엌에서 미라가 차와 과일을 가지고 나왔다. 아현을 기다리느라 저녁도 못 먹은 데다 첫날밤을 치른 터라 철민은 미라가 가지고 온 과일이 너무나 반가웠다. 하지만 어려운 자리라 허겁지겁 먹을 수도 없어 수권이 먼저 먹을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수권은 먹을 생각이 아예 없는지 찻잔만 들어 입에 갖다 대었다.
“어서 들어요. 과일도 먹고.”
“네. 감사합니다.”
철민은 미라의 말이 너무 반가웠다. 그는 사양하지 않고 과일을 포크로 찍어 입에 넣었다. 달콤한 사과가 입에서 사르르 녹는 것 같아 철민은 천국이 이런 기분일 거라고 생각했다.
“아버지가 전화를 하셨네. 상견례를 하기로 했는데 자네도 알고 있겠지?”
“네.”
“저번에 강 회장 댁에 아현을 데리고 갔었다면서? 먼저 언질을 좀 하지 그랬나?”
“죄송합니다. 먼저 찾아뵈어야 했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저희 집으로 아현을 데리고 가게 되었습니다.”
철민은 얼굴에서 식은땀이 흐르자 당혹스러웠다.
“아닐세. 아무것도 준비 못하고 찾아뵙게 해서 실수나 안 했는지 모르겠네.”
“그런 일 없었습니다.”
“어머, 그래? 다행이네. 아현이가 그래도 예절은 있거든. 호호. 알았어요. 가만히 있을 게요.”
미라는 철민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얼른 토를 달았다가 수권이 노려보자 얼른 입을 다물었다. 그런 두 사람이 이상해 철민은 번갈아 수권과 미라를 응시했다. 미라는 뿔이 난 사람처럼 뾰로통하게 있었고 수권은 불만스런 얼굴이었다.
“자네 집안에서 아현이를 잘 보셨다니 그건 다행이군. 오늘 일이 있기는 하지만 아현이가 어떤 아이인지 우리가 잘 아는 처지에서 오히려 내가 더 미안하네. 그리고 우리도 자네를 사윗감으로 정했네.”
“감사합니다.”
“하지만…….”
수권이 뭔가 말을 할 요량으로 머뭇거리자 철민은 과일을 하나 더 집으려다 멈추었다. 뭔가 말을 할 듯 말 듯 망설이는 수권을 보자 철민의 입 안이 바싹 말라갔다.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철민은 망설이는 수권을 계속 보고 있으려니 애간장이 타서 견딜 수가 없어 결국 먼저 말을 꺼냈다.
“자네 평판이 그리 좋지 않더군.”
심장에 화살 한 개가 날아와 꽂혔다.
“사실 무근이니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그래? 그럼 다행이고. 혹시라도 그런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면 당장 아현이를 데리고 올 테니 그리 알고 있게나. 내 이야기는 끝났네. 그럼 상견례 때 봄세.”
“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철민은 먹다 만 과일을 아쉬운 얼굴로 본 다음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권은 그 자리에서 인사를 받고 미라는 현관까지 따라 나왔다.
“문단속 하고 들어와.”
나가는 미라에게 수권이 신문에서 눈도 떼지 않고 말했다. 철민이 의아한 얼굴로 정원으로 나오자마자 미라에게 질문을 했다.
“저기 경비 보는 사람은 없나요?”
“경비? 아, 우리 집에는 없어요.”
미라는 당연한 말을 왜 묻는지 더 이상하다는 얼굴로 철민을 보았다. 철민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문 밖까지 배웅하는 미라에게 허리가 90도 각도가 되게 인사를 했다.
“이제 들어가세요.”
“그래요. 조심해서 가요.”
“말 놓으세요. 곧 사위가 될 사람입니다.”
“그럼 그럴까? 조심해서 운전하고 가요.”
“네. 안녕히 계세요.”
철민은 미라가 대문을 잠그는 소리를 들으며 집 바로 옆 골목에 주차해 놓은 차로 걸어갔다.
“어라? 어디 간 거야?”
철민은 자신의 차가 있어야 할 자리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자 다시 한 번 왔던 길을 돌아왔지만 여전히 아무것도 없었다.
“없어. 분명히 여기에 두었단 말이야. 대체 어떤 놈이 가져간 거야?”
철민은 하 실장에게 전화를 걸며 코트까지 차 안에 두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간신히 하 실장과 통화는 되었지만 아현의 집까지 오려면 무려 30분이나 걸린다는 말에 철민은 화가 났지만 꾹 참으며 전화를 끊었다. 철민은 돌계단에 털썩 주저앉아 하 실장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아현과 지냈던 밤을 떠올리다가 미소를 지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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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 06시 30분 이후 주문을 익일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단, 당일 00시~13시 사이의 주문은 취소 수수료 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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