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권력’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의사결정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가 생각하는 정치는 민주적 통제가 가능한 ‘민주정치’다. 따라서 정치는 누구를 위해 하느냐가 핵심이다. 시민의 행복을 위해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 이것이 정치고, 내가 정치를 사랑하는 이유다.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는 출마”라고 했다. 대의민주주의에서는 시민들이 국회의원과 대통령을 선출하고, 이들이 결국 시민의 행복을 가름하는 의사결정을 내린다. 지금 시민들이 행복하지 않다면 새로운 정치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런 깨달음으로 2010년 지방선거에 도전해 동네에서부터 새로운 정치를 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제는 지역주민과 국민 전체를 위한 정치에 도전하려고 한다.
--- p.37~38, 「동네 안에 국가 있다」중에서
말초신경부터 모세혈관까지 우리 몸의 감각기관이 모두 제대로 작동해야 우리는 자신을 지키고 생존할 수 있다. 이 이야기를 사회로 확장해보면 감각기관 역할을 하는 곳이 지역, 즉 작은 동네와 골목이다. 동네 골목을 누비며 활동하는 사람들이 네트워크를 만들어 연대한다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기초 단위의 자치에 주어진 권한과 영향력이 아직도 너무 제한적이다. 예산과 권한 등이 전부 중앙정부와 광역단체에 집중해 있다. 동네에서 주민들이 자기 일에 관해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하고 그에 따른 예산 편성과 집행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분권의 원리와 운영의 원리가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서 이뤄져야 주민들 스스로 삶을 가꿀 수 있다.
--- p.55, 「더 큰 마을, 기댈 언덕이 되는 국가」중에서
노무현과 문재인, 두 대통령을 모시고 국정을 경험했다. 그 사이에는 광산구청장으로 현장을 뛰었다. 넓게 조망하는 망원경과 자세히 들여다보는 현미경의 감각을 동시에 기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물론 우선순위는 있다. 나는 여전히 지역주의자다. 지역에서 출발해 지역으로 환원하는 것이 내 정치의 지향이고 목표다. 개별 지역의 에너지와 성과가 중앙에 모이고, 중앙은 이를 다시 지역으로 확산하는 선순환 구조를 권력 작동방법으로 일반화하는 것, 내가 꿈꾸는 한국정치의 구조다. 국회는 이와 같은 선순환 구조가 작동할 수 있도록 조정·타협·합의해야 한다. 때로는 물러설 수 없는 투쟁도 불사해야 한다. 오직 투쟁만 한다면 문제겠지만, 사실 투쟁은 피할 수 없는 정치 과정이다.
--- p.75, 「자치가 진보다」중에서
지역을 바꾸겠다는 당찬 포부가 제도적인 벽에 부딪혀 좌절될 때도 있었다. 지방의 권한과 역할이 지나치게 제한적이어서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지방자치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많은 권한이 중앙과 광역에 집중되어 있었다. 제한적으로 허용된 범위 안에서는 시민의 만족도를 높이기 어려웠다. 226개의 기초지자체가 모여서 하나의 국가를 형성하고 있는데도 권한과 역할 면에서 보자면 ‘국민’과 ‘시민’은 분리되어 있었다. 8년간 아산시장 직을 수행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아쉬움이 있다면 중앙집권형 국가 운영 방식의 문제점이었다. 현장 경험을 하다 보면 매일 그 가로막힌 벽을 마주해야 했다. 나는 자연스럽게 지방분권형국가로의 전환을 내 정치의 새로운 목표로 삼게 됐다.
--- p.88, 「시민이 곧 국민이다」중에서
주권자 자신의 그릇에 직접민주주의 요소를 담아야 하는데, 우리는 하향식 민주주의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다. 물론 지금은 그런 허구가 깨지는 중이다. 1987년 이후 국민이 각성했고, 각각의 자치집단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제도적으로 지방자치와 주민자치를 경험해봤고, 자기 삶의 현장에도 변화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이 쌓여 촛불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1987년에 만든 민주주의라는 그릇 자체가 불완전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제도 변화에 관해서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대의민주주의 중심이었던 낡은 제도에 직접민주주의 요소를 어떻게 가미하고 조화를 이루게 할 것인지에 관한 고민을 병행해야 한다.
--- p.112, 「촛불혁명 이후의 민주주의」중에서
문재인 정부의 정책 곳곳에는 민주당 지방정부가 만들어낸 성과들이 녹아들어 있다. 여기서 우리가 조심해야 할 점은 지방분권이나 균형 발전을 그저 지역에 더 많은 권한과 재정을 부여해준다고 단순화해서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분권과 균형 발전은 우리 사회의 구성 원리를 바꾸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 와서는 기업도 직위 중심의 상하 위계 체제에서 벗어나 수평적 네트워크 체제로 혁신하고 있다. 지방분권의 영역뿐만 아니라 정치의 영역에서도 자치가 민주주의라는 의식적·문화적 변화가 수반돼야 한다. 현대 사회의 민주주의 역량을 높이기 위해서는 시민의 정치적 자율성과 주체성을 키워야 하는데, 자치분권이 중앙집권 체제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생산적이다.
--- p.124, 「지역주권과 자치분권」중에서
이 시대 최고의 감정 영역은 ‘공감’이다. 공감 없이는 문제 해결이 안 된다. 어떤 사람이 아픔을 겪을 때 이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은 그 아픔을 해결해줄 수 없다. 공감에 기초한 문제 해결형 공무원 집단을 양성해야 한다. 공감을 기본으로 해서 공직 사회에 다음과 같은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 첫째, 위기관리. 사전에 위기 발생을 감지해서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시스템으로 일종의 레드 팀이다. 둘째, 문제 해결.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모든 역량을 동원해 문제를 해결하는 일종의 블루 팀이다. 공무원은 자기 직분에 충실하다. 업무분장이 세세하게 돼 있다. 갈수록 예측할 수 없는 위기 발생의 빈도가 높아지는 시대다. 정부 부처에 레드 팀과 블루 팀을 만들어야 한다.
--- p.196, 「포용국가로 가기 위한 정부 혁신」중에서
국회의원이 행정의 위치에 있으면 시민적 요구에 훨씬 더 많이 노출되고 소통이 원활해진다. 우리나라는 행정이 관료적으로 비대하고 시민적 요구와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많다. 국회의원이기 때문에 민원에서 자유롭지 않고 이권에 개입할 여지가 크다는 비판이 있지만, 시민의 감시망을 잘 짜면 극복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행정부와 국회가 일상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독일은 의원내각제를 채택했지만, 매년 정부 운영에 관한 백서를 발간한다. 백서에는 시민적 요구를 어떻게 반영했는지에 관한 내용을 모두 담는다. 이와 같은 플랫폼을 만들고 정치를 시민에게 더 쉽게 노출해서 공론화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 p.240, 「지금 대한민국 정치는 안녕한가? 결국 문제는 정치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