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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고양이 카페

검은 고양이 카페

: 손님은 고양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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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2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320쪽 | 410g | 127*188*21mm
ISBN13 9791160271621
ISBN10 1160271623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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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키 앞에 쭈그려 앉아서 얼굴을 들여다봤다. 얼굴빛은 나쁘지 않았다. 변함없이 잘생긴 얼굴을 하고 있다. 오뚝한 콧대, 입술 모양도 보기 좋다. 귀가 쫑긋 삼각형 모양이다. 너무 잘생겨서 눈길을 피하다가 문득 깨달았다.
귀가 쫑긋 삼각형?
뭔가 이상하다. 잘생긴 남자의 특징과 다른 뭔가가 섞여 있다. 구로키의 얼굴을 다시 바라보았다. 역시 귀가 삼각형 모양이다! 게다가 아까 봤을 때와 귀가 다른 곳에 달려 있다. 얼굴 옆에 있었던 귀가 머리 위쪽으로 옮겨 갔다.
“이건…….”
엉겁결에 손을 뻗자 구로키가 소리를 질렀다.
“저쪽으로 가버려어어……야오……옹.”
--- p.69

여우한테 홀린 기분으로 구루미는 카페 창문을 살그머니 열었다. 그러자 정말로 고양이들의 대화가 들렸다.
“……고개를 약간 기울여봐라냥.” “……이렇게옹.” “……그렇게냥. 그 각도에서 사람을 쳐다보라냥. 바보 같은 사람을 속이기는 너무 쉽다냥. 그렇게 하면 먹을 걸 많이 준다옹.” “……예옹.” “……다음에는 울음소리를 연습하자옹.” “……냐아.” “……좀 더 구슬픈 얼굴로 울어봐라냥.” “……냐아옹.”
들어서는 안 되는 소리를 들은 것 같다. 봐서는 안 되는 모습을 본 것 같다. 어미 고양이가 새끼 고양이에게 어떤 각도가 사랑스러워 보이는지 가르쳐주고 있었다. 심지어 울음소리까지 연습하고 있다. 고양이가 늘 사랑스러운 건 이렇게 연습을 하기 때문일까?
--- pp.80-81

“만져서는 안 된다냥! 만지고 싶어도 참아야 한다냥!”
욕구 불만인 변태인가. 사람 말투가, 아니 고양이 말투가 너무 불량스럽다. 숙녀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 부정했다.
“안 만졌어! 만지고 싶다니? 무슨 소리야!? 참으라고 뭘!?”
“마게타를 만졌잖냥! 마게타가 핥아주니까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잖냥!”
구루미가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을지도 모른다. 마케타에게 위로를 받은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부분은 쏙 빼놓고 구루미가 반론했다.
“진짜 고양이인가 아닌가 확인하려고 했을 뿐이라고!”
그러자 포가 폭탄 발언을 했다.
“확인할 필요 없다냥! 이 카페는 앞으로 고양이만 찾아올 예정이다냥!”
“뭐라고…….”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어쩐지 저절로 이해가 갔다.
“혹시……고양이 손님만 받을 생각이야?”
“달리 어떤 방법이 있냥? 처음부터 그럴 예정이었다옹. 이제 와서 무슨 소리냥?” _본문
--- pp.131-132

손으로 만져보던 담요를 원래 자리에 돌려놓고 포가 말했다.
“이렇게 비싼 담요를 살 필요 없어. 추우면 나를 껴안고 자면 되니까.”
“저도 껴안고 자고 싶습니다요. 저를 안고 자면 틀림없이 기분이 좋을 것입니다요.”
“장난하냐. 내가 훨씬 더 촉감이 좋거든.”
느닷없이 둘이서 아웅다웅하기 시작했다. 폭신폭신한 털을 자랑하는 고양이로서 서로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인 걸까. 미남 둘이 불꽃을 튀기며 경쟁했다.
“그만둬.”
“구루미는 나랑 자고 싶지?”
“구루미 님의 밤 친구는 제가 맡겠습니다요.”
불똥이 사방으로 튀었다. 문을 닫기 전의 한산한 백화점에 미남과 미소년으로 둔갑한 고양이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근처 매장의 직원들이 모두 구루미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이런 곳에서 싸우면 안 돼.”
구루미가 목소리를 낮춰서 주의를 주었지만 효과는 전혀 없었다.
--- p.206

“나는 원래 고양이야. 유미를 지킬 수 없다고. 오히려 내가 있어서 유미의 생활이 괴로워졌지.”
유미 씨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고 상처만 준 것은 유미 씨의 남편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밥을 안 먹으면 그만큼 절약이 되잖아?”
구루미의 눈길을 피하더니 어딘가 먼 곳을 바라보면서 유리가 중얼거렸다. 그 목소리는 작고 공허했다. 고양이를 기르려면 돈이 많이 든다. 사료 값과 간식비, 고양이 화장실 모래, 반려 동물 보험과 병원비 등이 든다. 한 달 동안 고양이를 기르는 데 드는 비용은 만 엔에서 이만 엔 정도라고 한다. 연금으로 생활하는 노인에게는 부담이 큰 금액이다.
“차근차근 상황을 이야기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누구한테 이야기해? 유미한테?”
그렇다. 평범한 사람은 고양이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사람으로 둔갑해서 마음을 전달하는 방법도 있지만 구루미 이외의 사람한테는 고양이가 둔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비밀로 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 pp.294-295

구루미는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고양이들 쪽으로 천천히 걸어왔다. 그러더니 포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작별 인사를 하러 온 걸까. 고양이를 버릴 때 이런 표정을 짓는 사람도 있다. 포의 눈에 옛 집사와 구루미의 모습이 겹쳐보였다. 포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구루미의 입에서 튀어나온 것은 완전히 다른 말이었다.
“이거…….”
구루미가 종이봉투를 쓱 내밀었다. 번화가 이케부쿠로에 있는 대형 백화점의 봉투였다. 도시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봉투였다.
“그게 뭐냥.”
“사왔어.”
구루미가 종이봉투에서 고양이 목걸이를 꺼냈다. 비싸 보이는 빨간색 가죽 고양이 목걸이가 들어 있었다. 변명하듯 구루미가 덧붙였다.
“지난번에 고양이 목걸이 사달라고 했잖아.”
--- pp.307-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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