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와 사회에 대한 깊은 불신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국가가 나의 노후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는 확실한 불신, 내가 아프기만 기다려 돈만 벌어갈 궁리를 하는 것 같은 병원, 내 아이의 미래를 책임질 생각이라곤 전혀 없는 공교육, 그리고 뭘 먹는지, 뭘 하고 노는지 항상 불안한 보육 서비스 때문에 새로운 형태의 소비자 운동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닌지. ... 나는 지금처럼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기보다는 걱정 없이 즐겁게 늙어갈 수 있는 국가에서 살고 싶다. 세금을 많이 내도 좋고, 지금보다 좀 더 힘들게 살아도 좋다. 하지만 지금처럼 갖가지 ‘불안’과 ‘불신’ 속에서 살고 싶지는 않다. ---「 김영미, [세 아이 엄마의 소망] 」 중에서
“나 이혼했어!”
일자리 상담 차 찾아오신 68세 박 할아버지가 나를 보자 던진 첫 마디였다. 이혼했으면 복잡한 표정이어야 하는데, 오히려 표정이 밝다. 의아하게 생각하면서 물었다.
“왜 이혼하셨어요?”
“이건 꼭 비밀로 해야 돼!”
검지를 입술에 갖다 대면서 진지한 표정을 지으신다.
“서류상 이혼했어. 아들 하나 있는 건 연락 두절된 지 5년이고, 달랑 집 한 칸 가지고 있는데 이것 때문에 기초노령연금도 못 받거든. 기초노령연금을 못 받으니 정부에서 하는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도 못하고 말이야. 수입은 없고 일은 해야 되고 기초노령연금도 받아야 하는데 방법이 없어. 그래서 이혼을 선택한 거야. 그러면 한 사람은 받을 수 있거든.”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다. 복지가 불충분한 우리 사회의 그늘을 볼 뿐이다. 할아버지는 멋쩍은 표정으로 “꼭 비밀이야” 하고 당부하신다. ---「 고현종 [어르신들이 노동조합을 만든 까닭] 」 중에서
국민건강보험료 30% 인상! 인상률 수치만 보면 깜짝 놀랄만하다. 하지만 국민 1인당으로 환산하면 월평균 1만 1,000원이다. 하위 계층은 더 금액이 적다. 형편에 따라 내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우리도 1년에 본인 부담금이 100만 원을 넘지 않는 멋진 병원비 해결 제도를 가지게 된다. 보험료는 소득에 따라 부과되고 급여는 아픈 만큼 지급되는 사회 연대 원리로 설계되는, 이 아름다운 제도를 왜 우리는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을까? ---「 오건호 [만 천 원의 기적을 호출하라] 」 중에서
조직된 노동자들은 눈앞의 현금인 기업 복지에 목을 매니 어음 같은 사회 복지는 딴 나라 얘기다. 조직되지 않은 노동자에게 사회 복지는 별나라 이야기다. 임금의 격차보다 기업 복지의 격차는 더 크다. 노조나 노동 운동이 기업 복지를 키우는 쪽으로만 계속 나가면서 사회 복지에 대해 적극적이지 않으면 ‘노동자는 하나’라는 얘기는 헛소리가 될 뿐이다. 노동자가 단결하기를 원한다면 사회 복지의 확대에 노조와 노동 운동이 더 적극 나서야 한다. 기업 복지의 확대는 노동자를 분열에 빠뜨리는 쥐약이라는 심각한 문제의식이 없다면 노동자의 격차는 점점 늘고 분열은 깊어갈 것이다.---「 조건준 [생존권, 사회적으로 보장되야 노동운동이 산다]」 중에서
우리는 나이가 차면 차별 없이 투표권을 얻는다. 일을 해서 투자를 해서 얻는 권리가 아니다.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사람도,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도 차별 없이 투표권을 가진다. 우리나라 최고 부자나 서울역 앞 노숙자도 똑같은 한 표의 투표권을 가진다. ... 우리가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누구나 굶주리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갈 권리를 개인의 능력이나 노력에 맡겨진 문제로 제한해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날 때부터 주어지는 기본권에 경제적 생존의 권리가 배제되어야 할 역사적인 필연성은 없다. 만일 당신이 매달 50만 원 정도의 최저 생계 수당을 천부인권으로 보장받는다면 갑자기 일자리를 잃거나 병이 들더라도 그 걱정의 크기가 지금과 같을까? ---「 이건범 [먹고 살 권리도 타고난다]」 중에서
후보 시절 박근혜 대통령은 신뢰를 생명으로 여긴다고 매번 강조했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의 눈으로 보면 보편 복지 철학과 정책에는 못 미치는 복지 공약이지만, 그 약속이라도 지키려면 복지 재정 확충에 전면적으로 나서야 한다. 우선 단호하게 재정 지출 개혁을 벌여야 한다.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 조치는 지난 쪽지 예산 당사자들에게 엄중한 경고와 정치적 불이익을 주는 일이다. 토목 세력과 단절하는 획기적인 재정 지출 개혁안을 세워야 한다.
동시에 복지 민심을 충족하려면 복지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한국의 낮은 조세 부담률로는 심화하는 고령화, 커가는 복지 민심에 대응할 수 없다. 국민과 함께 ‘증세’ 논의를 시작해라. ---「 오건호 [박근혜표 복지 예산 100조 원, 자랑인가 수치인가?]」 중에서
사회 복지 현장에서 다양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지만, 사회복지사는 아직 발 빠르게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이제 지역 주민들에게 착한 일을 한다고 칭찬만 받는 시대는 지났다. 보편적 복지국가로 가자는 지금 이 시점에서 복지 대상자는 이제 더는 수혜자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복지 서비스를 요구하고 있다. 저소득층에게만 국한된 서비스에서 벗어나 일반 주민도 보편적인 복지를 바라고 있다. ---「 안태용 [사회복지사가 털어놓는 불편한 진실] 」 중에서
확실히 한국의 대학은 시장이다. 그런데 이 시장에서 대학 간의 경쟁이 치열함에도 등록금이 낮아지지 않는 것은 대학의 서열 구조가 엄연하고, 대학별 정원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가격 경쟁보다는 목 좋은 곳에서 장사하려는 자리 경쟁이 치열하고, 이 자릿세를 내기 위해 등록금을 마구 올리는 구조가 굳어졌다.
이런 구조적 문제를 그대로 놔둔 채 매년 5조 원의 국가 장학금을 지급한다면 이건 사립대 먹여 살리기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 이건범 [교육 복지, 국립대 체제 개편과 함께 가야 한다]」 중에서
정권 교체의 열망이었던 48.0%를 복지국가에 대한 열망으로 바꾸는 것은 어떨까? 복지국가로 가는 길에 정의, 인권, 평등, 민주주의라는 초석들이 필요한데, 대개 이것들을 주창하는 이들은 세력이 왜소하다. 이들이 50.1%의 지지를 연합해 낼 수만 있다면 의회와 행정부를 통한 복지국가 실현이 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2012년의 48.0%를 복지국가에 대한 온전한 지지로 바꾸는 것을 복지 운동의 1차 목표로 설정해보자.
---「 이명묵 [48.0%의 열망을 복지국가 만들기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