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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는 있고 학교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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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는 있고 학교에는 없다

: 민주주의의 도전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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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2월 11일
쪽수, 무게, 크기 220쪽 | 270g | 148*206*20mm
ISBN13 9788968800320
ISBN10 896880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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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 자 소 개
홍서정 : 청소년녹색당, 2012년 11월 1일까지 기독교계 사립학교인 명지고등학교에 다니면서 학내 운동을 했습니다. 현재는 녹색당 안의 청소년 당원 조직인 청소년녹색당에서 청소년 참정권을 쟁취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최병우 : 전남 중등 교사, 교직 처음에는 학생들과 첫사랑처럼 만나 일요일 저녁때는 월요일 만남을 떠올리며 가슴 설레었으나 지금은 순도가 예전 같지 않음. 정년 4년 반을 남긴 이제 다시 처음 4년 반처럼 학생들을 만나고 싶어 함.

조영선 : 서울 중등 교사, 교사로 ‘행복한 밥벌이’를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다가 학생인권을 만났습니다. 학생인권을 통해 ‘내 안의 꼰대스러움’으로부터 해방되면서 학교를 견디는 힘이 커지고 있어요. 학교에서 좌충우돌하는 것을 귀찮아하지 않는, 괜찮은 교사이기보다는 ‘괜춘한’ 인간이고 싶습니다.

정은균 : 전북 중등 교사,학생들을 만날 때 “학생은 ‘교복 입은’ 민주주의 시민”임을 강조하는 국어 교사입니다. 학교가 민주주의의 산 교육장이라는 믿음을 갖고 책 읽기와 글쓰기와 현장 실천을 위해 나름 애쓰고 있습니다. 《교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시 공부의 모든 것》, 《국어와 문학 텍스트의 문체 연구》, 《한글 이야기》 등의 책을 냈습니다.

임동헌 : 광주 중등 교사, 학생들의 말을 ‘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말을 ‘듣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를 지향합니다. 교사의 성급함을 버리고 학생들과의 인간적인 유대를 바탕으로 함께 소통해 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교사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고민과 실천이 언제쯤 끝날지 조금은 막막하지만 그래도 교사로 살아가는 것은 축복받은 거라 생각하며 학생들과 함께 살아갑니다.

이희진 : 대구 초등 교사, 발령 첫해, 운동회에서 부채춤 지도를 맡았습니다. 조회대에서 마이크를 들고 학생들에게 줄에 각이 잡히지 않는다고 소리를 지르는데 다른 교사가 달려와서 여기서 이러면 안 된다고 말렸습니다. 그 다음부터 경어를 쓰며 지도했지만, 제가 잘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 교사의 말이 교실 ‘밖’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는 의미였구나 하는 걸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나에 대한 반성과 교실의 경계에 대해 고민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2011년에 공개적으로 양심적 체벌 거부 선언을 했습니다.

이윤승 : 서울 중등 교사. 2013년에도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같은 학교에서 그때와는 다른 학생들과 지내는 교사입니다. 지금은 검열이 없는 선거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학생회의 자치가 완성되기까지는 멀고 긴 과정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제 학교가 민주주의의 배움터가 아닌 실천의 장이 되는 데 더 애써 보겠습니다.

이용석 : 경기 중등 교사, 학생들과 함께 잘 살아 보겠다고 애쓰고 있는 교사. 경계와 중심의 이분법을 부정하며, 모든 억압에 저항하려고 발버둥치고 있는, 뭔가 어설픈 인간 동물.

이만희 : 대학생, 지역에서 뭘 해 볼까 고민만 하고 있습니다.

성동석 : 대학생, 고등학교 때는 교사들과의 은근한 마찰, 졸업한 뒤 재수생 시절에는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반대, 그리고 그걸로 끝일 줄 알았는데 대학에 와서도 총장실 점거를 하다 5주의 유기 정학을 당하는 등 ‘조용하게’ 살고 있음. 스카웨이커스, 언니네이발관을 좋아함.

밀루 :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남쪽 광주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 글을 쓴 지 2년이 넘게 지났는데, 광주학생인권조례는 한 번의 위험한 고비를 넘겼고 저는 아직 아수나로에서 청소년운동을 하고 있네요. 여전히 갈 길이 먼 듯합니다.

미나리 : 대구 초등 교사, 스물두 살에 정당에 처음 가입했습니다. 교대에 다닐 때는 내가 지지하는 후보의 대선 교육 정책 난상 토론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민주 시민이 되었지만, 교사가 되고 난 후 탈당해야 했습니다. 이제는 민주 시민이 아닌 교사입니다.

김수현 : 경기 중등 교사, ‘권리’에 대한 관심이 학생인권 문제로까지 이어져 인권 관련 일에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스스로 공부가 부족한 것을 깨닫고 현재 성공회대에서 공부하고 있는 평범한 선생임.

김동이 : 노원지역청소년인권동아리 ‘화야’, 학생참여단 2기, 학생인권과 관련해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고, 앞으로 더 알고 싶은 사람입니다. 학생인권에 대해 포괄적으로 접근하고 싶습니다. 학생이어야만 학생인권운동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학생일 때 조금이라도 더 배우고 연구하고 싶습니다. 가르침에서 배움으로 인식이 바뀌기까지 많은 고마운 경험들을 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인권을 학교 현장에 녹여낼 수 있을지, 하고 싶은 공부들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을지 늘 고민합니다. 그런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합니다.

강성규 : 대구 중등 교사, 평범한 사고뭉치가 길을 낸다고 믿는 십수 년 차 국어 교사. 10대의 생명력에 매료되어 소진된 줄도 모르고 계속 배움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학교 구성원들이 민주적으로 소통하는 일에 관심이 많습니다. 좌충우돌, 뚜벅뚜벅 우선 걸어 작은 길이나마 내는 것을 선호합니다. 학교에서 이따금 혼자 밥을 먹지만, 가슴 벌렁벌렁하게 무언가 살고 싶게 만드는 수업을 늘 하고 싶습니다. 학생들과 함께 연극하고 노래하고 둘러앉아 얘기할 때도 좋지만, 함께 촛불을 들 때, 같이 행진할 때 가슴에 품은 낱말들이 이루어질 것 같아 설레는, 일렁이는 촛불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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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가 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침묵하고, 누군가 문제 제기를 하면 그 사람은 조직의 배신자가 된다. 철저히 따돌려지고 무시당하고 외면당한다. 지금의 학교는 그런 곳이다.
--- p.25

오전 7시 반쯤 되었을 때 학교 앞 편의점에 붙인 대자보가 훼손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곧이어 화장실 앞에 대자보를 붙이려던 팀도 순찰을 돌던 교감에 걸려 제지를 당했다는 카톡이 떴다. ‘3분 컷’이라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전날 여고는 10분, 모교는 3분 만에 대자보가 떨어져 나갔다. 전날 여고에서 대자보를 붙인 일과 모 역사 교사의 양심선언으로 인해 우리 학교 윗선들의 신경이 곤두서 있었던 탓이다. 학생들 사이에선 부정적인 기류가 감돌기 시작했다. 모교의 입장은 확고했다. 교과서를 채택하는 과정에서 외압은 전혀 없었으며 교학사 교과서를 ‘공정하고 엄중한 잣대’에 의해 결정했다는 것이다.
--- p.36

나는 게시판은 학교 구성원 누구나 쓸 수 있는 공간이라 생각했고, 학교가 민주 시민을 기르는 공간이라면 이 정도는 당연히 가능한 일이라 여겼지만 학교의 생각은 달랐다. 학교엔 민주주의가 없었다. 학생부장은 허락도 없이 대자보를 붙여선 안 된다며 나에게 잘못을 했으니 경위서를 써 오라고 했다. 어이가 없었다.
--- p.47

사회 교사는 모든 사람에게는 인권이 있다고, 사람은 모두 평등하며 신체의 자유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그 ‘모든 사람’에 포함되지 않는 것 같았다. 모든 사람에게 정치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는데 왜 나는 “네가 무슨 정치냐, 공부나 해라” 소리를 듣는지, 모든 사람에게 신체의 자유가 있다는데 왜 나는 화장실 한번 가는 데도 교사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지, 교실 안에 가만히 앉아서 창밖을 바라보며 뛰어내리고 싶다고, 나가고 싶다고 되뇌기만 해야 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
--- p.55

아마도 내가 계속 학생인권 관련 활동을 하는 이유는 내가 아는 한 여기만큼 ‘진짜 배움’이 있는 데가 없어서이지 않을까. 살면서 이렇게 재밌어 본 적이 없다. 활동은 삶과 연결되는 거였다. 학생인권을 만난 후의 삶이 뭐가 좋은지 묻는다면 이렇게 답할 것이다. 내가 배운 것이 생활에서 바로 적용되는 걸 발견하는 게 좋다. 의견 갈등은 있어도 그로 인해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분위기들이 좋다.
--- p.78

학교는 어느 곳, 어느 때보다 정치적이어야 한다. 학교 민주주의를 방해하는 온갖 구조, 제도, 규정들이 온존해 있다. 가장 정치적이면서 가장 비정치적일 것을 요구하는 기만의 시스템이 교무실과 교실을 지배한다. 예링이 말한 ‘투쟁’이 필요한 이유다. 학교 정치의 필요성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 p.90

이번에는 학교장이 수행평가에 대해 반발하였다. 수행평가 비율을 50퍼센트로 줄이길 요구했다. 학교에 오지도 않는 심신장애 학생에게 만점을 준 것에 대해서도 심히 분노하였다. 심신장애 학생에 대해서는 학기 초 학생들의 동의(약자 배려)를 얻어 만점을 부여하였다. 그러나 학교장은 이를 문제 삼았다. 내가 설득이 되지 않자 성적관리위원회를 동원하여 공격하기 시작하였다.
--- p.94

성교육 표준안은 상황을 다르게 만들었다. 나라에서 학생들에게 동성애는 말하면 안 된다고 표준안으로 정한 것이다. 이건 내가 항의나 민원을 스스로 감당하겠다고 결심하거나 다른 사람과 논쟁할 그런 성질의 것이 아니다. 내가 지켜야 하는 규칙으로서 나라가 내게 정해 주는 것이다. 그 전까지는 학생들과 동성애에 관해 대화하면 항의를 받지 않을까를 걱정했다면 이제 나는 ‘징계를 받지 않을까’가 걱정된다.
--- p.104

사실 세월호 계기 수업을 둘러싸고 주로 이야기가 되었던 것은 진실을 감추려는 정부와 진실을 알리려는 교사들 사이의 대립이었다. 학생들이 이 진실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에서도 정작 학생의 입장은 배제된 것이다. 어찌 보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아픔이 ‘(아직 미성숙하여) 가만히 있으라는 정보를 곧이곧대로 들은 학생들의 희생’이라는 이미지에 갇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서로가 이야기하려는 진실의 내용이 다를 뿐 이 사건을 대하는 학생들의 주체성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우리는 정말 교육부와 다른 입장을 갖고 있는 것일까?
--- p.117

혹자들은 ‘민주주의가 불만을 토로하는 거냐?’라고 따지듯이 묻겠지만 그런 것까지도 포함하는 것이 민주주의다. 이런 이유로 눈 씻고 봐도 학교에서는 ‘민주주의’나 ‘자치’의 가치를 찾을 수 없다는 거다.
--- p.166

대부분의 후보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학교의 문제 상황을 알고 있었고, 공약에서도 익명 게시판의 부활, 대의원 회의 개최 등 소통과 관련한 공약들을 대부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월요일 오후에 학교 곳곳에 게시된 후보자들의 포스터에선 그 공약들을 볼 수 없었다. 위에서 말했던 조항 “학교의 허락을 받지 않은 홍보물은 교내에 부착할 수 없고 이를 어기면 후보 자격 박탈” 때문이었다. 조항을 근거로 생활지도부 교사는 포스터를 ‘검열’했고, 학생들은 교사의 지시라 어쩔 수 없이 내용을 수정하였다.
--- p.173

함께 공부해 가며 신문이 큰 무리 없이 제작되던 중 우려하던 일이 발생했다. 기사의 내용이 교사와 학생 간의 갈등, 교장과 학생 간의 갈등을 다루게 되면서 학생들이 주저하기 시작한 것이다. 학생들은 “선생님, 이 기사 교장 선생님 이야기인데 실을 수 있나요?”라고 물어 왔다. 학생들이 스스로 검열을 하는 것이다. 심각하게 우려가 되어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어떠한 대상도 두려워하지 말거라. 너희가 정말로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이 기사가 진실인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 p.190

2011년, 스승의 날이자 세계 병역 거부자의 날인 5월 15일에 나는 공개적으로 ‘양심적 체벌 거부 선언’을 했다. 많은 보호자들이 내게 “때려도 괜찮으니 잘 가르쳐 주십시오”라고 말하고 동료 교사나 관리자들이 더 엄하게 학생들을 다루어야 한다고 조언을 하던 때였다. 사람들은 학생들이 교사를 무서워하지 않아 학교의 질서가 무너지고, 사고가 나고, 학생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고, 예의가 없어지는 거라고 했다. 난 체벌을 강요받는 느낌이었다. 아니 강요받았다. 하지만 난 체벌 후 학생들이 날 바라보는 그 혐오와 거부와 불안의 눈빛을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
--- pp.199-200

학생이 대자보를 붙이자 교사가 이에 호응하는 대자보를 붙인 일이 감동적인 사례로 신문에 소개되는 이유는 그것이 기삿거리가 될 정도로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도, 자랑스럽게 학생들의 대자보를 올리는 학교보다는, 우리 학교처럼 꿈틀거리는 학생들과 애면글면 이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학교와 교사들이 더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 pp.216-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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