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빚는다고 한다. 그만큼 정성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술빚기에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효모가 활동할 수 있는 최적의 여건을 만들어 주는 일뿐이다. 좋은 재료를 사용하고, 양조도구를 잘 소독하고, 전분재료의 호화도를 높여주고, 고르게 치대어 주고, 발효관리 해주는 등의 역할이 전부이다.
집집마다 빚어오던 가양주는 오랜 역사와 함께 세시풍속, 반주문화 등 우리 민족의 삶 속에 녹아있는 문화의 일부이다. 우리 술의 다양한 맛과 향을 찾아내고, 제도적 뒷받침이 따른다면 우리 술도 세계 속의 명주로 새롭게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 「1장 전통주란 무엇인가」 중에서
- 술 빚기 기초학습
1. 양조용수와 전분질 재료(쌀), 발효제 등 술 빚기 재료에 대해 알아보기.
2. 양조시 계량단위 이해하기.
3. 술 빚기 도구 살펴보기.
4. 단양주. 이양주, 삼양주/ 밑술, 덧술 이해하기
5. 효소와 효모의 역할에 대해 알아보기
6. 우리 술의 종류 알아보기.
--- 「2장 술 빚기 기초 학습
누룩이란 무엇인가
누룩은 밀, 쌀, 보리, 녹두 등을 빻아 반죽, 성형하여 공기 중의 미생물을 자연번식시킨
것으로 술의 씨앗이다.
누룩 속에는 전분질 재료를 당화시키는 곰팡이(효소)와 알코올발효를
하는 효모, 잡균을 억제하는 젖산균 등 많은 미생물이 있다.
밀누룩(조곡)
밀누룩은 술빚기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다. 이화주나 백수환동주, 오메기술 등 특수누룩을 사용하는 술을 제외하고 일반적으로 밀누룩을 사용한다.
이화곡(梨花·)
이화곡은 쌀로 빚는 누룩이다. 이화곡을 이용하여 배꽃 필 무렵 빚는 술이 이화주(梨花酒)다. 이화주는 고려 때부터 전해 내려온 고급 탁주다.
백수환동주곡(白首還童酒·)
백수환동주곡은 백수환동주를 빚는 누룩이다. 녹두와 찹쌀을 이용하여 빚는 고급 누룩이다.
·재료: 녹두 1kg, 찹쌀 500g
·누룩 빚기
1. 찹쌀을 깨끗하게 씻어 3~4시간 불렸다가 곱게 가루를 낸다.
2. 녹두를 거칠게 갈아서 거피한다.
3. 녹두를 비린내가 나지 않을 정도로 10~15분 찐다.
4. 삶은 녹두를 식힌다.
5. 쌀가루와 녹두를 섞어 다시 빻는다. (떡집 또는 절구 이용)
6. 중체에 내려 고르게 섞는다. ·물을 주지 않아도 쌀과 찐 녹두에 흡수된 물로 성형이 가능하다
7. 오리알 크기로 단단히 뭉친다.
8. 누룩과 솔잎 또는 짚을 켜 켜로 재워 30~35도에서 발효관리한다.
9. 7일 후에 뒤집기 해 주고, 14일 후에 햇볕에 말려준 후, 다시 7일 후에 꺼내어 건조시킨다.
10. 껍질을 칼로 벗겨내고 곱게 빻아서 사용한다.
--- 「3장 술의 씨앗 누룩」 중에서
·술 빚기 공정
단양주
쌀 씻기 ·헹굼 ·침지 ·헹굼 ·물 빼기 ·고두밥 ·냉각 ·(고두밥+물+누룩) 혼화 ·입항 ·발효관리 ·술 거르기
이양주
·밑술
쌀 씻기 ·헹굼 ·침지 ·헹굼 ·물 빼기 ·쌀 가루내기 ·재료의 처리(죽, 범벅, 구멍떡, 백설기 등) ·필요시 탕수 부어 냉각 ·(재료 + 누룩) 혼화 ·입항 ·발효관리
·덧술
(쌀 씻기 ·물 빼기) 밑술공정과 동일 ·고두밥 ·냉각 ·(밑술+ 고두밥) 혼화 ·입항 ·발효관리 ·청주 채주 ·탁주 거르기
단양주의 경우 청주를 떠내지 않고 고운체나 거름망을 이용하여 술을 거르면 질 좋은 탁주를 얻을 수 있다. 탁주는 물을 부어 거를 수도 있다. 이 경우 알코올 도수가 낮아져 쉽게 산패되기 쉬우므로 원주 상태로 마시는 것이 좋다. 알코올 도수가 낮은 술을 원한다면 음용하기 2~3일 전에 가수하여 두었다가 마시면 좋다. 처음 술 빚기에서 체가 없어 이중 면수건을 잘라 막걸리를 걸렀다. 거름망도 몰라 체를 이용하여 술을 걸렀다. 술 빚기보다 술 거르기가 너무 힘들다고 투덜거렸다. 술을 함께 배운 공학박사가 ‘간이 술 거르는 기계’를 만들어 왔다. 몇 번 사용해 보았지만 불편하여 지금은 고이 모셔두고 있다. 그 마음이 너무 고맙다. 지금은 거름망을 이용하여 아주 편하게 술을 거른다.
--- 「4장 우리 술의 이해」 중에서
송계춘(松桂春) 고문헌 <주찬>의 송계춘 방문을 보고 어떤 술일까 궁금해졌다. 부재료를 사용하지 않은 술인데 소나무 향과 계수나무 향이 난다는 술이다. 방문을 보니 일반적인 술과 달리 밑술 량이 덧술에 비하여 많다.
멥쌀 2.7kg를 가루 낸 쌀가루 3.7kg을 2.6L의 물로 범벅을 하는데 30%도 익지 않는 느낌이다. 혼화를 하면서도 이런 상태로 밑술이 제대로 될까· 의구심이 들었다. 그래도 이틀이 지나자 강한 탄산가스 냄새가 풍 기며 발효가 시작되었다.
덧술 시 방문에는 물량이 명시되지 않고 죽을 쑤는 것으로 되어 있어 물량은 쌀 대비 최소량인 2배로 하였다. 술 빛깔도 예쁘고 솔 향이 나는 아주 드라이한 술이 탄생하였다. 술 좋아하는 친구들이 좋은 평가를 해준 술이다. 다시 빚어 보고 싶지만 빛는 과정이 쉽지 않아 조금 남은 술을 바라보며 머릿속에서만 그리고 있다.
.술 빚기
밑술
1. 멥쌀을 깨끗이 씻어 3~4시간 물에 담가둔다.
2. 쌀을 곱게 가루 내어 체에 내려준다.
3. 물을 끓여 쌀가루에 붓고 범벅을 만든다.
4. 범벅을 차게 식힌다.
5. 범벅에 누룩, 밀가루를 넣고 고르게 혼화한다.
6. 술밑을 술독에 담아 3~5일 발효시킨다.
덧술
1. 찹쌀을 깨끗이 씻어 3~4시간 물에 담가둔다
2. 쌀을 곱게 가루 내어 체에 내려준다.
3. 죽을 쑤어 차게 식힌다.
4. 죽에 누룩을 넣고 1차 혼화한다.
5. 밑술을 넣고 2차 혼화한다.
6. 술밑을 술독에 담아 발효관리한다.
백화주(百花酒)
가향제(加香制)를 사용하여 빚은 술 중에서 으뜸은 백화주다. 술 속에서 온갖 꽃들이 품어내는 향기는 말로는 표현할 방법이 없다. 우리말의 여유로움은 백화주가 꼭 100가지의 꽃을 넣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꽃을 넣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럼 몇 가지 꽃을 넣어야 백화주 반열에 오를까· 백화주 이름에 걸맞게 백 가지 꽃을 넣은 백화주를 빚어보고 싶었다. 2010년 이른 봄부터 산수유를 시작으로 꽃 모으기를 선포했다. 씻고 말려 한지봉투에 넣어 냉동실에 보관했다. 과정이 장난이 아니었다. 20여종 모으며 괜히 시작했나 후회도 하였다. 그만두고 싶은 망설임도 있었지만, 하나둘 모으는 재미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주위에서 꽃을 모은다는 이야기를 듣고 쉽게 구하기 어려운 배, 사과, 매화, 자두꽃 등 유실수 꽃을 모아서 전해 주기도 했다. 산과 들로 많이 헤매고 다녔다. 메밀꽃, 고추, 토마토, 유채, 고구마, 감자, 호박꽃 등은 직접 재배하여 모았다. 장마철에 꽃이 마르지 않아 건조기도 마련하였다.
냉동실이 부족하여 커다란 냉장고도 다시 준비했다. 이름도 모르는 식물이름을 찾아보기 위하여 야생화 책도 두 권 구입하였다. 늦가을 감국(甘菊)까지 수집하고 나니 128종이나 되었다. 모은 꽃을 펼치고 분류하여 백화세트를 만드는 데 5시간이나 걸렸다. 1년 동안 꽃과 씨름하다 보니 이듬해에는 모든 꽃들이 보기가 싫어 외면했다. 2013년 키르기즈스탄 여행시 해발 3,000m에 위치한 송쿨호수에서 생애 처음으로 본 에델바이스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에델바이스를 포함한 5가지 꽃을 수집하여 돌아왔다. 133가지 꽃을 사용한 백화주는 그렇게 탄생했다. 2013년 11월 인사동 ‘북촌유정’에서 ‘전통주연구회’ 우리 술 전시회에 133가지 꽃으로 빚은 백화주를 선보여 많은 분들에게 시음을 시켜주었다. 원기를 보하는 기능이 있다고 알려진 백화주. 평생 한 번 빚기 어렵고, 평생 한 번 마셔보기도 어렵다는 백화주를 여덟 번이나 빚었다. 주위에서 한두 번 시음한 지인들은 쉽게 백화주 타령을 한다.
화우(花友)
화우는 필자가 붙인 술 이름이다. 고산 윤선도 선생의 오우가(五友歌)에서 힌트를 얻었다. 윤선도 선생은 변하지 않는 친구로 물(水), 돌(石), 소나무(松), 대나무(竹), 달(月) 다섯 친구를 노래했다. 필자가 가향재로 선택한 꽃 친구는 봄의 전령사 매화, 수줍음 가득한 진달래, 자태가 요사스런 도화(桃花), 향기가 매혹적인 자두화, 늦가을 서릿발에 빛을 발하는 감국(甘菊)이다. ‘화우(花友)’. ‘꽃친구’라고 술 이름을 지었다. 왠지 친근감이 드는 이름이다. 술 역시 꽃의 향기를 머금고 감미로움으로 화답했다.
증류주의 숙성
증류 직후의 소주는 알코올과 물의 혼재로 소주독과 알코올취가 심하다. 최소 6개월 이상 숙성시켜야 맛이 부드럽고, 향도 좋아지며 숙취성분도 사라진다. 숙성용기로는 옹기종류가 좋다. 옹기는 환기성이 있고 옹기의 금속성분이 용출되어 소주의 화학적 숙성을 촉진한다. 증류량이 소량이다 보니 옹기나 항아리에 넣지 못했다. 유리병이나 페트병에 두세 병 넣어 6개월에서 1년 이상까지 실온에서 숙성시켰다. 엄밀히 말하면 숙성도 아닌 보관인
셈이다. 오크통에 넣을 분량의 소주도 없지만 오크향이 나는 소주는 어떤 맛일까 하여 오크칩을 넣어 숙성시켜 보았다. 소주가 엷은 갈색으로 색깔은 좋아지지만 소주 고유의 향이 오크향에 묻혀 아쉬움이 남는다. 2014년도에는 증류용 발효주를 따로 빚어 증류를 하였다. 옹기로 만들어진 5리터용과 10리터용 숙성용기 ‘숙아리’를 몇 개 준비하였다. 용기 속에 자리 잡은 증류주는 새로운 탄생을 꿈꾸고 있다.
숙성시 주의할 점은 용기를 가득 채워 산화를 방지하고 빛을 차단하여야 한다. 용기 표면에 발효주의 이름과 증류일자, 알코올도수를 기록하였다. 숙성용기 속에 웅크리고 있는 증류주를 보고 있으면 마음은 부자가 된다. 기대도 크다.
부록2 전통주 제조업체
문화재나 명인주로 지정하고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전승되고 함께 누리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서울시가 지정한 4대 명주가 삼해약주, 송절주, 향온주, 삼해소주다. 모두 문화재로 지정된 술들이지만 삼해소주를 제외하고는 접하기 어렵다.
문화재급으로 지정된 술들은 연 1~2회 시연행사로 명맥만 유지할 것이 아니라 일반인들이 항시 접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지원과 관리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소중한 문화유산임을 인식하고, 추석이나 설 명절에만 찾는 술이 아니라 항시 아끼고 사랑하는 술이어야 할 것이다. 여기에 소개하는 전통주 제조업체는 아스파탐 등 인공감미료를 사용하지 않은 업체로 한정하였다. 주종은 탁주, 약주(혼양주 포함), 증류주(리큐르 포함)를 대상으로 하였다. 과일주나 살균주는 제외하였다. 용량기준은 업체에서 여러 제품을 생산하는 경우 타 주종과 형평을 이루는 용량을 기준으로 하였다. 소재지와 전화번호는 생산지를 기준으로 하고, 별도 구입처가 제시된 경우에는 제시된 구입처의 전화를 기준으로 하였다. 전통주 제조업체의 대부분이 자체 홈페이지를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 가격도 제시하지 못하는 영세업체가 대부분이다. 일일이 전화를 하여 확인하였다. 일부 가격 변동이 있을 수 있고 구입하는 수량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수도 있음을 밝혀둔다.
--- 「5장 우리 술 빚기」 중에서
해파랑 길을 걷는다는 것은
걷는다는 것은 섬처럼 갇힌 마음 활짝 열어 보는 일이다
밤새 일렁이며 수평선 지키는 파도의 친구가 되고
파도와 노는 갈매기의 친구가 되어 보는 일이다
해변의 주인 잃은 의자에 앉아 보고
주인 없는 백사장에 앉아 연엽주 한잔 마시며
소금기 좋아하는 갯방풍을 가까이서 바라보는 일이다
오륙도에서 고성까지 동해 천구백 리 길
걸어온 길 아득하고 걸어갈 길 까마득해도
차가 다니는 길 다니지 못하는 길 자전거가 가는 길
가지 못하는 길을 천천히 가 보는 일이다
하루를 열흘처럼 마디게 살고
각지고 뒤틀린 마음 갈고 바로잡아 한 걸음 또 한 걸음
당신에게 가까워지는 일이다
* 해파랑(海波浪)길은 동해의 떠오르는 해와 푸른 바다를 길동무 삼아 함께 걷는다는 뜻으로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770km의 걷기 길을 말한다. 그 길을 혼자 21일에 걸쳐 걸었다.
길동무라도 하여 함께 걸으면 서로 보조를 맞추어야 하고 먹고 자는 것 모두가 신경이 쓰이니 하루 이틀이 아닌 21일간을 함께 걸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숙소와 먹거리를 찾아서 야간에도 걸었다. 하루에 50km를 넘게 걷기도 하였다. 발가락에 물집이 잡혀 열 발가락에 붕대를 감았다. 12년간 마라톤 하며 풀코스 완주 28회와 두 번의 100km 울트라 마라톤을 뛰었던 경험이 큰 힘이 되었다. 완주증도 받고 고된 일정과 걷던 기억을 생각하며 기념하는 술을 하나 빚고 싶었다. 백두산에 갔을 때 장백폭포 물을 담아 와서 술을 빚은 기억이 있다. 그렇다고 짠 동해의 바닷물을 이용하여 술을 빚을 수는 없었다. 바다가 고향인 다시마를 이용하여 술을 빚었다. 바다 이야기 가득한 해파랑주(海波浪酒) - 해향(海香)이 탄생한 이유다. 혼자 걸었기에 더 많은 생각을 하고 더욱 의미가 있는 듯하다. 덕분에 해파랑 관련 7편의 시도 수확하였다. 웬 횡재가 이리도 큰지, 21일에 좋은 술 하나 낳고 시 7편을 쓸 수만 있다면 언제든지 걸을 준비는 되어있다.
--- 「부록 4 주천 작은 시화집」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