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수많은 환자가 미국 의료기관에서 상해를 입는다. 그 수는 조금씩 달라지지만 규모는 한결같이 엄청나다. 1999년에 나온 미국의학연구소 (IOM) 보고서 『사람은 누구나 잘못할 수 있다 (To Err is Human』에 따르면 실수와 태만 때문에 매년 환자 9만 8,000명이 목숨을 잃는다. 5분 22초마다 한 명이 사망하는 셈이다. 최근인 2016년의 추정으로는 실수와 태만이 의료 사망의 세 번째 사인이다. 사망 환자 수는 매년 25만 1,000명이다. 2분 6초당 환자 한 명이 사망한다는 뜻이다. 2013년 『환자 안전 저널 (Journal of Patient Safety)』에서 추정한 최대치는 연간 환자 44만 명의 사망 원인이 실수 또는 태만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 추정을 전제로 하면 1분 11초당 한 명이 사망한다.
--- p.18, 「서론」 중에서
안전 개선을 가속화하는 데 도움이 될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으려고 애쓰던 리더들은 괄목할 만한 안전 기록을 보유한 다른 업계에서 개선 모델을 찾았다. 그중에는 핵발전소, 여객기 운항 업체, 항공기 활주로 운영 업체 등이 있었다. 칼 와익이나 캐슬린 서트클리프, 르네 아말버티, 칼린 로버츠, 시드니 데커 등의 학자들은 이른바 고신뢰 조직들을 연구하고 이들의 성공에 기여한 중요한 특성과 운영 원칙에 대한 이론을 만들었다. 이제 의료계에 적절하게 응용하기 위해 ‘고신뢰’ 원칙을 검토할 때가 되었다.
--- p.46, 「Chapter 1. 현대적인 안전운동의 역사」 중에서
안전에 헌신하는 책임자는 공정문화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공식적으로 분명히 드러내야 한다. 공정문화란 안전문화를 가능하게 해주는 조직의 가치와 믿음으로서, 최선의 실천을 격려하고, 업무 중에 실수를 저질렀더라도 직원을 처벌하지 않는 것이다. 사람이 저지른 실수 때문에 환자가 사고를 당하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관리자나 동료들은 그 사람에게 손해를 입히는 대책을 활용했다. 그런데 정직한 실수와 관련하여 사람을 처벌하면 실수와 결함을 더 이상 보고하지 않은 채 지나가게 된다. 그러다 보면, 조직은 경험으로부터 아무것도 학습하지 못하고 업무상의 습관적인 행동도 개선하지 못하게 된다.
--- p.63, 「Chapter 2. 안전관리 체계에 대한 소개」 중에서
리더들이 시스템 수준에서 안전을 강화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학습 시스템을 통해 ‘문화’를 바꾸는 것이다. 문화는 사람들이 공유하는 가치와 믿음이다. 안전 시스템에서 문화는 중심적이다. 의료에서 문화가 특별히 중요한 이유는 의료 시스템이 전력 생산이나 운송업, 제조업의 시스템과 달리 유난히 복잡하게 인간을 둘러싸고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문화는 시스템의 블런트 엔드에서 행동을 결정하는 단일 요소로서는 가장 중요하며, 행동을 결정하는 다른 요소들을 하나로 묶는 역할도 한다. 수술실에서는 안전한 외과 수술을 위한 체크리스트를 사용하는데, 이것 하나만으로는 사고를 방지할 수 없다. 수술실의 모든 사람이 각자 자신을 체크리스트를 이용하는 팀의 일원이라고 생각해야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 p.90, 「Chapter 3. 안전과학과 고신뢰 조직」 중에서
다른 업계도 의사소통과 동료 관계, 팀워크가 일관적인 안전성과를 달성하는 데 필수라고 인정했다. 2015년 5월 원자력발전소운영연구소 (INPO, Institute of Nuclear Power Operations)는 취약한 조직과 리더십이 원자력발전소의 성과를 저해한다는 오래된 우려를 재차 강조했다. 업계의 강점과 개선의 여지를 조사하고, 성과가 높은 조직의 업무 습관을 평가하고, 업계의 그룹들과 경영진에 대한 컨설팅을 수행한 연구자들은 팀의 5가지 속성과 높은 성과의 연관성을 제시했다. 첫째는 공동의 목적과 비전과 목표에 맞게 팀이 배치되어 있는지, 둘째는 팀원들이 팀의 성공에 헌신하는지, 셋째는 팀원의 역할과 책임이 분명히 규정되어 있는지, 넷째는 상호 존중과 신뢰가 자리 잡혔는지, 다섯째는 효과적인 의사결정과 갈등 해결 방법이 정립되어 있는지의 여부 등이다.
--- p.171, 「Chapter 6. 의사소통, 동료 관계, 팀 워크」 중에서
1997년 환자안전재단 (National Safety Foundation)의 루시언리프연구소 소장이었던 루시언 리프는 미 의회에서 안전에 관해 증언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가 의료에서 마주하고 있는 가장 큰 장벽은 바로 실수했다는 이유로 사람들을 처벌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보았듯이 그러한 처벌 때문에 일선 직원들이 안전과 관련된 실수를 보고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조직이 시스템 문제를 전향적으로 고쳐나갈 수 있는 기회도 막고 있다. 공정문화는 항공기 승객이나 승무원에게 했던 것과 똑같이 환자와 의료종사자들의 안전을 극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제로함에 다가가려면 현재 의료조직이 신뢰를 쌓기 위해 하는 활동들을 더 기민하게 할 필요가 있고, 또한 직원들이 안전과 편안을 느끼도록 도모할 필요가 있다. 공정문화에는 모두의 힘이 필요하다. 관리자와 직원 모두가 하나의 소명으로 함께 노력해야 한다.
--- p.209~210, 「Chapter 7. 공정문화」 중에서
공개된 자료를 살펴보면, 의료인들의 안전을 확보하는 일은 윤리적으로 옳을 뿐 아니라 경영 관점에서도 재정적으로도 이익이다. 직원 상해가 가져오는 재정적 비용은 직원 자신이나 조직의 입장에서 막대하다. 조직의 누적 비용을 산출하려면 구체적인 비용을 광범위하게 고려해야 한다. 직원에게 보상하는 비용, 이직 비용, 상해를 입은 직원을 교체하는 데 드는 초과 근무 비용, 생산성 손실 등이다. 2011년부터 최근까지 누적된 자료에 따르면, 그동안 의료계에서 직원 상해로 소요된 비용은 131억 달러 (약 15조 7,000억 원)에 달한다.
--- p.261, 「Chapter 10. 직원 안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