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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월의 에티오피아

13월의 에티오피아

김대원 | 꽃씨 | 2019년 12월 1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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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2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50쪽 | 406g | 140*200*15mm
ISBN13 9791196806019
ISBN10 1196806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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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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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여름, 아프리카는 그저 뜨거운 가슴만 가지고 도착한 나를 있는 그대로 맞아 주고, 받아 주고, 용납해 주었다. 아무것도 모르던 새내기 봉사자가 아프리카 땅을 헤집고 다니는 동안 검은 대륙 아프리카는 묵묵히 나를 참아 줬고, 이익을 따지지 않고 사랑해 줬다. 덕분에 나는 봉사자로도 조금씩 성장할 수 있었다.
--- p.15

그리고 에티오피아 새해의 시작은 우리처럼 1월 1일이 아닌 9월 11일이다. 달력이 다른 것처럼 시간 체계도 달랐다. 낮과 밤을 각각 12시간으로 계산하는데, 일출을 하루의 시작인 0시로 삼고 일몰을 하루의 끝인 12시로 여긴다.
--- p.34

‘역시 된장찌개가 약이군.’
--- p.51

“으~ 도저히 못 참겠다. 난 분명 아프리카에서 얼어 죽은 최초의 인물이 될 거야.”
--- p.58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분나 세리머니에 손님 초대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한다. 커피를 마시지 않던 내가 가는 곳마다 권하는 커피를 거절하자 ‘커피를 못 마시는 사람도 있어?’라는 눈빛과 함께 아주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게 되었다. 나는 하는 수 없이 커피 마시기를 연습했다. 우리나라 밥상을 보면 대부분 김치가 오르지만 집마다 김치 맛이 다 다르듯 이곳에도 이 집 저 집 분나 세리머니를 하는데, 맛은 다 다르다. 분나 세리머니의 형식은 이렇다.
--- p.62

흙먼지가 많고 물이 부족해 채소나 과일을 깨끗이 씻는 것이 어려운 이곳에서 우리는 최대한 아픈 곳 없이 잘 지내다가 귀국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생겼다. 현지 식당에서 외식을 하면 샐러드 속에 작은 애벌레가 붙어 있거나 상추 뒷면에 곤충알들이 박혀 있는 것을 발견한다. 흙이 씹히는 일이 빈번해지자 맹장염에 걸릴까 걱정됐다. 건강염려는 집에서 밥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수돗물을 틀면 석회는 물론 흙도 나오고, 작은 실지렁이 같은 것이 움직인다. 그래서 마시는 물은 사서 마시는데 거기에도 석회가 심하니, 이곳에 사는 외국인들은 건강을 지키기 위한 정보에 민감하다.
--- p.83

‘아 이래서 두 사람이 울었구나.’
내가 울자 옆에서 알렘이 한마디 했다.
“그렇죠? 목소리만 들어도 그냥 눈물이 흐르죠?”
“맞아 맞아. 나도 그냥 막 눈물이 나더라. 근데 신기한 것은 통화만 했는데도 다 나은 것 같아.” 테스파네쉬가 한마디 거들었다.
“진짜 그렇더라. 안 울려고 하는데도 눈물이 막 흘러.” 나도 한마디 했다.
--- p.90

아스파와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고 사무실로 올라가는 길에 ‘차이 게자(찻집)’에서 땅콩차를 마셨다. 땅콩차는 시중에서 판매하는 땅콩 잼을 큰 수저로 푹 떠서 찻잔에 넣고 설탕도 한 스푼 크게 넣은 후 끓는 물을 붓고 잘 저어 마시는 것이다. 둘 다 아침을 먹지 않고 출근해서 마을을 다니다 보면 허기지기 때문에 차이 게자는 우리가 애용하는 찻집이었다.
--- p.104

풍성한 삶을 미리 살아 본 학생들은 말투가 달라졌고, 행동이 달라졌고, 눈빛이 달라졌다. 학생들의 눈은 더 이상 그저 그런 눈이 아니었다. 보석이었고 태양이었다.
--- p.127

티그라이주는 8월 22일부터 3일 동안 여성을 위한 아셴다 축제가 열린다. 평소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는 여성들이 그 축제 기간만은 충분히 자신을 표현하고 사랑받고 주목받을 수 있다. 마음에 드는 여성이 있으면 남자들은 그 아가씨가 지나갈 때 레몬을 발 앞에 살짝 던진다. 여성은 레몬을 던진 남자가 마음에 들면 그 레몬을 슬쩍 주워 자신도 마음이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 집에 가져가서 먹지만, 혹시 마음에 안 들면 그냥 밟고 지나간다.
--- p.133

다혈질의 극을 달리는 나는 그 말을 듣는데 화가 확 났다. 그러나 영혼이 다 빠져나간 듯 멍한 눈으로 충격을 감추지 못하며 공증서류를 전해 주는 아스파의 표정을 보니 차마 화를 낼 수 없었다.
--- p.155

“팀장님, 꿈이 있는 청년들에게 가난은 문제가 되지 않아요.”
--- p.182

전기장판이 고장 났다.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라는 것이 이런 때를 두고 하는 말일 듯하다. 단전 탓에 아프리카로 파견되는 단원들의 전기장판은 남아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었다. 유독 추위를 타는 나는 전기장판을 아주 조심히 사용했으나 나의 보물 1호 전기장판은 내 허락도 없이 고장 나 버렸다.
--- p.191

나는 창피했고, 반성했다.
학생들은 도전했고, 실천했다.
--- p.202

혹시 메켈레로 가시는 분이 있다면 꼭 잊지 말아야 할 팁 한 가지! 그것은 바로 ‘메켈레 우체국은 데스크에 앉아 있는 사람이 말하는 게 곧 법’이라는 사실이다.
--- p.225

내가 파견기간을 잘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기까지 나를 지켜준 티그라이 가족들이 그리울 것 같다. 아주 많이.
--- 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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