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콤 왈라펜은 중얼거리며 텔레비전의 소리를 높였다.
폐허가 된 영상 위로 해설자의 목소리가 나왔다.
“……수백 명의 사상자가 났습니다. 구조 대원은 생존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하지만 훈훈한 기적이 있었습니다. 십 대 소년이 차가운 물속을 거의 10분이나 헤엄쳐 들어가 무너진 집 속에서 다섯 살 난 여자아이를 구했습니다.”
말콤 왈라펜은 한쪽 눈썹을 치켜떴다. 기자들이 추워서 덜덜 떠는 열 서너 살쯤 되어 보이는 눈썹이 진한 라틴계 남자애와 인터뷰를 했다.
“얘, 대체 어떻게 한 거니?”
한 기자가 물었다.
“전 숨을 쉬지 않아요. 태어날 때부터 그랬어요. 그래서 아이를 구할 수 있었어요.”
아나운서는 아이가 거짓말한다고 생각해 피식 웃었다. 하지만 말콤 왈라펜은 마시던 맥주를 내뿜으면서 벌떡 일어섰다.
옷은 다 젖었지만, 신경 쓰지 않고 곧바로 전화기를 들었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인간 중 한 명에게 전화를 걸었다. 바로 벤자민 볼스테드. 하지만 그를 아는 모든 사람은 늘 검은 옷만 입고 다니는 그를 다크 대령이라고 불렀다.
(...)
위고, 페드로, 엘리자, 카를로스와 폰 브라운 박사는 또다시 밤길을 떠났다. 다들 지칠 대로 지쳐서 말없이 걸었다. 나무들이 병풍처럼 둘러선 광장에 다다랐다. 그곳에는 몹시 낡았지만, 50년 전에는 아주 훌륭했을 건물들이 서 있었다. 널찍한 건물 정면에는 기둥이 줄줄이 나 있고, 계단은 대리석이고, 나무문은 정교하게 세공되어 있고, 석고 벽면에는 과거의 영광을 보여 주는 몇몇 그림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원래 이 도시가 치안이 불안한 곳은 아니었어. 십여 년 전만 해도 산업 열풍이 불던 활기찬 곳이었지. 지금 너희가 보는 이 건물들은 여러 개발 회사였고, 경영자와 임직원이 묵던 호텔이었어. 물론 이윤이 줄어들자, 모두 떠났지. 가난한 사람들만 빼고. 자, 들어가자.”
카를로스가 말했다.
카를로스는 큰 건물 중에서 한 곳의 입구에 갔다.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자물쇠로 잠긴 문을 열었다.
“신사 숙녀 여러분, 저희 누추한 창고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위고, 엘리자와 페드로는 깜짝 놀라 입이 쩍 벌어졌다. 생각지도 못한 아주 멋지고 호화스러운 호텔 로비였다. 깨끗한 대리석 바닥, 떡갈나무로 된 카운터, 모서리를 비스듬히 깎은 거울, 크리스털 샹들리에와 중앙에는 위층으로 올라가는 환상적인 계단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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