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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책 52권

내 인생의 책 52권

: 오직 자신의 힘으로 스스로 변화를 원하는 사람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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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2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450g | 143*210*18mm
ISBN13 9791187390206
ISBN10 1187390208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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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플렉스가 없는 사람이 있을까? 인간이란 존재가 완벽하지 않기에 누구나 크고 작은 콤플렉스 하나 있지 않겠는가. 신체적인 콤플렉스에서부터 성격, 습관, 관계, 지위, 경제 등 어느 하나 걸리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보면 우리 인간에게 콤플렉스는 타고난 것인지도 모른다.

고대 그리스의 극시인 소포클레스(B.C.496~B.C.406)의 『오이디푸스 왕』은 콤플렉스를 연구한 프로이트에게 귀중한 자료가 되었다. 물론 이야기의 바탕은 차이가 있다.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은 신화를 바탕으로 한다. 테베의 왕 오이디푸스가 부왕을 살해하고 친모와 결혼할 것이라는 신탁 때문에 태어나자마자 버려진다. 그나마 목숨은 잃지 않고 다른 나라의 왕자로 성장한다. 그러나 그가 돌아온 곳은 태어난 테베였다. 아무래도 숙명은 어쩔 수 없었던지 부친인 라이오스 왕을 죽이고 스핑크스를 무찔러 오이디푸스는 왕으로 추대된다. 그리고 라이오스의 왕비 이오카스테가 오이디푸스의 왕비가 된다. 신탁대로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는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 물론 오이디푸스는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

테베에 역병이 창궐하게 되자 재앙에서 벗어나려면 라이오스를 살해한 자를 알아내서 죽이거나 추방해야 한다는 것. 라이오스를 죽인 범인을 찾는 과정에서 오이디푸스는 모든 사실을 알게 된다. 절망에 빠진 오이디푸스는 스스로 자신의 눈을 찌르고, 그의 어머니이자 왕비인 이오카스테는 자살한다. 『오이디푸스 왕』은 알고 보면 웬만한 막장드라마를 넘어선다. 출생의 비밀에 존속살인과 근친상간이라니! 하지만 누구를 탓하겠는가. 운명을 탓하는 수밖에. 마치 누군가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것처럼 신탁에 의해 조종되는 게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

이렇게나 복잡하게 얽힌 비극 『오이디푸스 왕』을 콤플렉스라는 개념으로 내세운 이가 심리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이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는 이론을 14년에 걸쳐 완성했다. 그는 『꿈의 해석』에서 사람의 성장과정 중 유아기에 어머니를 사랑하는 마음이 커서 아버지를 질투하는 심리가 형성된다고 했다. 그것의 근원을 오이디푸스에서 끌어온 것이다. 그는 오이디푸스의 비극적인 행위를 무의식 속에 잠재된 죄책감에서 찾았다. 인간의 깊은 곳에 있는 원죄 같은 죄책감이 콤플렉스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콤플렉스는 그 자체로 부정적인 면을 포함하고 있다.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가게 되면 자존감을 잃거나 타인과의 관계도 원만하지 않게 된다. 물론 프로이트는 유아기에 생기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극복하면 비로소 성인의 정상적인 성애로 발전한다고 했다. 그는 이 콤플렉스가 인간에게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것으로 보았다. 다만 극복하지 못한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현대사회가 복잡해져서 그런지 별의별 콤플렉스가 존재한다. 원조 격인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비롯하여 여자아이가 아버지에게 애정을 나타내는 엘렉트라 콤플렉스, 형제간의 적대 감정을 나타내는 카인 콤플렉스, 어른이길 거부하고 계속 어린이로 있고 싶어 하는 피터팬 콤플렉스, 공산주의에 대한 과민반응을 나타내는 레드 콤플렉스, 여성이 일시에 자신의 인생을 화려하게 변모시켜 줄 남자를 기다리는 심리적 의존 상태인 신데렐라 콤플렉스, 착한 여자 콤플렉스 등등 많은 콤플렉스가 있다. J.모러스가 쓴 『콤플렉스, 걸림돌인가 디딤돌인가』에서는 나르시스 콤플렉스?돈 후안 콤플렉스?롤리타 콤플렉스?프로메테우스 콤플렉스?파에톤 콤플렉스?삼손 콤플렉스?카프카 콤플렉스 등 무려 41가지 콤플렉스를 나열했다.

이러한 콤플렉스의 기저에는 열등감이 존재한다. 문제는 열등감이 자존감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다.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인 자존감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형성된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는 느낌을 가질 때 자존감도 높아진다. 물론 열등감은 누구에게나 있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을 없으니 말이다. 그런데 열등감의 정도가 심하게 되면 그 인생이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당연히 자존감은 낮아지게 된다. 그렇다고 열등감을 부정적으로만 해석할 수는 없다. 자신이 부족하다는 열등감은 변화의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 부족한 점이 있다면 채우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심리학에서는 콤플렉스를 부정적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인간의 내면에 새로운 가능성을 부여하기도 한다. 프로이트 역시 『오이디푸스 왕』을 통해 인간 본연의 모습을 찾으려 했을 지도 모른다.

『오이디푸스 왕』의 내용을 보면 막장이 따로 없지만, 이야기의 중심인물인 오이디푸스라는 존재까지 막장은 아니다. 그는 자신이 알지 못한 상태에서 신탁대로 움직였을 뿐이었다. 그것이 그의 죄라면 죄다. 그럼에도 오이디푸스는 진실을 밝히려고 했고, 자신의 잘못이 드러났을 때는 스스로 책임지려는 자세를 보여주었다. J.모러스의 책 제목처럼 콤플렉스를 걸림돌로 삼느냐 디딤돌로 삼느냐는 바로 자기 자신에게 달려 있다. 저주와도 같은 오이디푸스의 운명은 출생 전부터 이미 정해졌지만, 그는 자유의지를 갖고 있는 인간으로서 자신의 운명에 대응한다. 그 결단의 순간부터 우리에게 주인공 오이디푸스는 다르게 다가온다. 그의 노력은 결국 자신의 출신과 범죄를 대면하는, 지극히 고통스러운 순간으로 이어지지만 결코 진실을 회피하려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진실을 금세 알아차리지 못했던 어리석은 자신을 스스로 단죄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도 어쩔 수 없는 문제였는데도 자신의 눈을 찌를 수밖에 없었던 오이디푸스의 행위는 진정한 책임의 자세를 느낄 수 있다.

[친구들이여! 아폴론, 아폴론 바로 그 분이시오. 내 이 쓰라리고 쓰라린 고통이 일어나도록 하신 분은. 하나 이 두 눈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가련한 내가 손수 찔렀소.]

자신의 부족한 면을 회피하려 할 때 콤플렉스는 단단해질 뿐이다. 오이디푸스가 상황을 외면했다면 그야말로 막장드라마 그 자체였을 것이다. 신은 그에게 막장 같은 운명을 던졌으나 오이디푸스는 운명을 받아들이되 뒤로 숨지 않았다. 여기에서 우리가 특히 주목할 점은 오이디푸스가 자신의 눈을 찔렀을 때, 비로소 자신과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의 허상을 진실하게 볼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즉, 육체의 눈은 멀어졌지만 오히려 정신은 밝아진 것이다. 이는 상당히 역설적인 설정이 아닐 수 없다. 내 안의 콤플렉스를 보면서 움츠려들 것이 아니라 당당히 맞선다면 그 콤플렉스도 자신이 만든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지도 모른다. 콤플렉스가 있어서 인간적인 것이다. 그러나 너무 오래 품고 있을 필요는 없다. 자신이 성장하는 만큼 콤플렉스는 작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콤플렉스(complex): 『오이디푸스 왕』, 나약할 수밖에 없는, 그러나 인간적인」중에서

이기심과 자기애는 어쩌면 종이 한 장 차이가 아닐까 싶다. 인간은 자기를 보호하려 하고, 자기 자신의 이익과 안위의 본능이 있다. 그런 본능이 이기적인 자기욕망으로 발전하면 이기심이 되는 것일 테니 말이다. 자기애든 이기심이든 보호본능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어쩌면 이기심이 본능에 더 가까울 지도 모른다. 오래 전 방송 프로그램에서 ‘나만 아니면 돼’라는 표현을 희화적으로 쓰곤 했는데, 이는 이기심의 한 표현으로 현실사회에서 벌어지는 현상이기도 하다. 자신은 피해입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본능이지만 이기심을 키우는 것도 인간의 의지다.

‘일본의 셰익스피어’라고 불리는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 1867~1916)의 소설 『마음』은 자기애와 이기심의 경계에서 고뇌하는 지식인의 이야기다. 『마음』은 일본 메이지시대 말인 1910년대를 배경으로 한다. 도쿄 데이코쿠대 학생인 ‘나’가 서술하는 ‘선생님과 나’, ‘부모님과 나’, 그리고 ‘나’에게 보내는 ‘선생님’의 서간체 서술인 ‘선생님과 유서’의 상·중·하로 구성된다. 재산가의 아들로 태어난 ‘선생님’은 청년기에 부모를 잃고 숙부에게 유산마저 사기당하면서 인간에 대한 불신감을 갖게 된다. 자신은 그런 무리들과 다르다고 생각하던 ‘선생님’은 자신 속에 내재된 추악한 이기심을 발견하게 된다. 하숙집 아가씨에 대한 사랑 때문에 친구 K와 경쟁한 끝에 결국 그를 자살로 내몰게 된 것이다. 그러한 ‘선생님’의 그늘을 접하면서 한편으로는 그의 사상에 감염된 ‘나’는 ‘선생님’의 내면세계를 더 알고 싶어 하지만 ‘선생님’의 수수께끼 같은 마음은 좀처럼 열리지 않는다. 결국 선생도 친구와 같이 자살을 택하면서 나에게 유서를 남긴다.

‘선생님’은 왜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마음』에는 주인공인 ‘나’가 두 명 등장한다. ‘선생님과 나’, ‘부모님과 나’에 등장하는 주인공 ‘나’는 전체 이야기를 끌어가는 화자이다. 반면 ‘선생님과 유서’를 이끌어가는 주인공 ‘나’는 ‘선생님과 나’의 선생이다. 후자의 ‘나’는 순수함을 추구하는 메이지 시대의 지식인으로서 젊은 날 자신으로 말미암아 자살한 친구 때문에 늘 번뇌에 사로잡힌 인물이다. 그는 죽기 직전에 자신이 걸어온 인생을 털어놓는다. ‘선생님과 유서’의 ‘나’는 정신주의자, 구도자적인 모습을 하면서 항상 정진이라는 말을 쓰는 ‘K’가 마땅치 않다. 근대의 자유로움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있었던 ‘나’에게 ‘K’의 인격주의적 정진의 모습은 자신이 거부하고 싶은 모습이었다. 왜? 나보다 깨끗하니까 거부감이 드는 것이다. ‘나’의 ‘K’의 정진의 자세에 대한 비판은 오히려 ‘K’에 대한 열등감의 반증이었다.

‘나’는 자신이 만들어 놓은 인간다움의 기준을 ‘K’에게 끼워 맞추려 하면서 자신이 몰래 사랑하던 하숙집 딸 시즈와 ‘K’가 가까워지도록 계획한다. 시즈와 ‘K’의 사이를 의심하게 되면서, 다급해진 ‘나’는 시즈에 대한 사랑을 그녀의 어머니에게 고백한다. ‘나’와 시즈의 결혼 소식을 알게 된 ‘K’는 자살을 하게 된다. ‘나’라는 인물이 얼마나 오만한가를 알게 되는 대목이다. 인간관계를 제멋대로 좌지우지 하려 했으니 말이다. 그 후 ‘나’는 이기심이 죄의식으로 발전한다. 자기만을 생각하고 주위를 돌아볼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나’는 인생전체를 죄의식으로 몰고 가는 불행한 결과를 낳고 말았던 것이다. 결국은 타인에게도 자유를 주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자유도 거부하면서 의무와 책임도 지지 않는 고독한 인간의 길을 걷게 된다.

[나는 지금보다 더 외로울 미래의 나를 견디기보다 외로운 현재의 나를 견뎌내고 싶은 겁니다. 자유와 자립과 자아로 가득한 현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은 모두 그 대가로서 이 고독을 맛보지 않으면 안 될 겁니다.]

자신의 뜻대로 사랑을 얻었지만 모든 인간을 불신하고 자신만을 믿었던 ‘나’는 자신에게 환멸을 느끼고 자신을 지탱하고 있던 자기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무너지면서 갈등하게 된다. 윤리적으로 약점을 갖고 있다고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나’는 ‘K’의 결백함과 윤리적 순백함에 대비되는 자신의 모습에 대해 수치심을 느낀다. 그래서 결벽에 가까운 습관으로 내적으로 갖추지 못한 순백함을 외적인 것으로 충족시키고자 한다. 그리고 아내도 순백의 상태로 있기를 원한다. 그러나 혼자서 괴로워하는 ‘나’를 보면서도 그 이유를 알 수 없는 아내는 ‘나’와 같은 무게의 고통을 짊어진 채 결혼 생활을 한다. ‘나’는 아내를 위해 자신의 과거를 숨기고 최선을 다하지만, ‘나’의 의도와는 달리 남편과 과거를 공유할 수 없는 아내는 결혼생활 내내 불행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자신 외에는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극도로 자신의 과거에 얽매여 있었다. 자기를 살린다는 개인주의로 ‘K’를 자살로 이끌게 했다고 자책하면서도 자기를 살리기 위해 아내의 일생을 불행하게 했을 거라며 결국 자살을 택한다.

‘선생’의 과거를 알게 된 ‘나’는 ‘선생’의 과거를 통해 ‘선생’의 비열한 모습이 아니라 인간의 모습을 보았다. ‘나’는 ‘선생’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타인의 과거와 사상을 상대화 시켜 바라 볼 수 있고 자아개념에 대해 익숙한 세대였다. 인간이 본능적으로 갖고 있다는 자기보존의 욕구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세월이 지나고, ‘선생’의 과거를 알고 난 후에도 존경심을 갖고 ‘선생’이란 호칭을 쓰고 있었다. 그럼에도 ‘선생’은 끝까지 이기적이었다. ‘선생’은 자기를 지키기 위해 자아가 남에게 침범당하는 것을 싫어하면서도 자신의 척도로 친구 ‘K’의 내면에 너무 깊이 파고드는 실수를 범한다. 그로 인해 ‘선생’과 ‘K’의 불행은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끝까지 다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결벽을 견디지 못해 자살을 했지 않은가. ‘선생’ 내면의 투쟁이 인간적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선생’은 이기심을 버리지 못했다.

빅토르 위고는 “인간에게는 세 가지 싸움이 있다. 첫째는 인간과 자연과의 싸움이요, 둘째는 인간과 사회와의 싸움이요, 셋째는 인간과 마음의 싸움이다.”라고 했다. 살아남기 위해 자연과 사회와 싸워야 하듯이 자신을 이기기 위해 마음과 싸워야 한다. 그런 자신과의 싸움은 가장 어렵다. 선과 악, 양심과 욕심의 경계에서 끊임없이 자기 마음속의 적과 싸워야 한다. 그것은 자신이라는 존재를 찾는 일이며 자신의 인격을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사람이야말로 인생에 있어서 진정한 승리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기심(利己心): 『마음』, 이기심은 왜곡된 자기애다」중에서

영화와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유명한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가족을 소재로 영화를 많이 만든다. 그중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라는 영화는 6년 간 키운 아들이 자신의 친자가 아니고 병원에서 바뀐 아이라는 소식을 들은 아버지의 고뇌가 담긴 이야기다. 키운 자식과 낳은 자식 간의 양육으로 갈등을 겪던 아버지는 부성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세상에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있듯이 가족에 얽힌 이야기도 많다. 혼인이나 혈연으로 맺어진 집단이 가족이라지만, 혈연으로만 규정지을 수는 없다. 그럼에도 많은 가족들이 혈연을 내세운다.

『허삼관 매혈기(許三觀 賣血記)』는 중국 제3세대 소설가 위화(1960~ )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제목 그대로 허삼관이 피를 판 이야기라는 뜻이다. 『허삼관 매혈기』는 연극으로 상연된 적도 있고, 중국과 한국에서 영화로 상영되기도 했다. 실제로 1995년 이전까지 중국 곳곳에는 ‘유상매혈’이 공공연하게 시행되었다고 한다. 가난한 하층민의 피를 사들여 제약회사에 되파는 피 장사는 실제로 존재했던 것이다. 위생 문제가 발생해서인지 1995년부터 중국에서는 매혈 행위가 공식 금지되었다. 작가 위화는 “매혈은 중국에서 벌써 반세기 동안 존재했다”고 밝혔다. 그래서 『허삼관 매혈기』는 가슴에 깊이 파고든다. 피를 뽑는 행위는 같지만 매혈은 헌혈과 엄연히 다르다. 불특정한 남을 위한 희생이 아니라 자신이나 가족이 살기 위해 피를 뽑는 것이다. 설마 매혈을 통해 번 돈으로 재산을 축적하겠는가. 최악의 생존 조건에 내몰린 사람이 선택한 마지막 연명 수단일 뿐이다.

『허삼관 매혈기』에 주를 이루는 이야기는 피다. 여기서는 두 가지의 피를 이야기한다. 하나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허삼관이 그의 몸에서 뽑은 피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허삼관의 핏줄, 즉 허삼관의 유전자를 받은 자식을 말한다. 이 두 가지 피 이야기가 소설을 큰 줄기를 이룬다. 허삼관은 일을 하면 될 것을 왜 굳이 피를 팔았을까? 분명 성안의 생사 공장에서 누에고치 대주는 일을 하는 노동자라는 직업이 있는 허삼관이었다. 만일 그 당시 중국 사회가 피를 매매하는 일이 없었다면 이 소설은 출발부터가 달랐을 것이다. 허삼관이 처음 피를 팔 때는 생계가 절박하기보다 결혼을 위해서였다. 가족을 만드는 일이니 자신만을 위한 일은 아니었다. 그가 사는 마을에서는 피를 안 팔아본 남자는 여자를 얻을 수 없었다. 피를 팔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건강하다는 것이고 결혼의 조건으로 더할 나위가 없었다. 동네 미녀 허옥란과 결혼하기 위해 피를 팔았고, 결국 사귀었던 하소용이 아닌 허삼관과 결혼한 허옥란이었다.

허옥란과 결혼한 허삼관은 즐거움이란 의미로 지은 일락, 이락, 삼락의 세 아들을 낳고 안정되게 사는가 싶더니 일락의 문제로 균형이 깨지게 된다. 맏아들 일락이가 허삼관의 아들이 아니라는 소문 때문이었다. 여기서 중국 사회의 한 단면을 보게 된다. 중국 고사성어에 ‘삼인성호(三人成虎)’라는 말이 있는데, 세 사람이 똑같이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없던 호랑이가 있는 것으로 되어버린다는 의미다. 확실하게 증명이 되지 않았지만 일락은 허삼관의 핏줄이 아니게 된다. 나중에는 허옥란의 소문도 진실처럼 되어버린다. 허삼관은 한동안 갈등을 겪는다. 허옥란에 대한 배신감에 애초 결혼에서 저울질했던 여자와 바람을 피우기도 하고, 하소용에 대한 미움과 질투로 아이들에게 엄한 소리도 한다. 일락이에게는 대놓고 차별까지 한다. 하지만 허심관의 방황은 그리 길지 않다. 그는 가족이라는 끈을 놓고 싶은 마음이 없다.

결국 그는 첫아들 일락이가 자기 핏줄이 아닌 줄 알면서도 그의 사고 처리를 위해 다시 피를 팔았고, 가뭄 때문에 온 가족이 굶주릴 때, 문화대혁명으로 농촌을 떠나야 하는 아들의 손에 돈을 쥐어주기 위해 피를 팔았다. 가장 극적인 것은 갑작스런 병으로 상하이 병원에 입원한 일락이를 살리기 위해 피를 팔 때였다. 상하이로 가는 길에 연달아 피를 팔아서 병원비를 벌기로 결심한 허삼관은 연달아 피를 뽑아 팔다가 죽을 위험에 놓이기도 하고, 오히려 수혈을 받기도 한다. 그렇게 마지막까지 피를 팔아 일락을 찾아갔을 때는 뭉클했다. 허삼관은 일락이에게 “사람은 양심이 있어야 한다. 난 나중에 네가 나한테 뭘 해줄 거란 기대 안 한다.”, “내가 늙어서 죽을 때, 그저 널 키운 걸 생각해서 가슴이 좀 북받치고, 눈물 몇 방울 흘려주면 난 그걸로 만족한다.”라는 식으로 말하는데 말로는 표현을 다 못하는 우리네 아버지의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이 자식들아, 니들 양심은 개에게 갖다 주었냐. 너희 아버지를 그렇게 말하다니. 너희 아버지는 피를 팔아서 번 돈을 전부 너희들을 위해서 썼는데, 너희들은 너희 아버지가 피를 팔아 키운 거란 말이다. 생각들 좀 해봐. 흉년 든 그해에 집에서 맨날 옥수수죽만 먹었을 때 너희들 얼굴에 살이라고는 한 점도 없어서 너희 아버지가 피를 팔아 너희들 국수 사 주셨잖니. 이젠 완전히 잊어먹었구나.]

그래도 허삼관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은 그의 아내 허옥란이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자신을 위해 피를 팔려고 했다. 피를 뽑고 난 허삼관이 몸을 보충하기 위해 의식을 치르듯 시켰던 볶은 돼지 간 한 접시와 데운 황주가 생각나서였다. 하지만 늙은 피는 가구 칠에나 쓰일 뿐이라며 병원에서 쫓겨난다. 그래도 그의 곁에는 아내 허옥란이 있었다. 쓸쓸해진 남편에게 돼지 간과 황주를 먹이기 위해 승리반점으로 데려간다. 그가 처음 피를 팔 때는 누구보다 건강한 피를 가졌는데, 정작 자신을 위해 피를 팔려고 했을 땐 늙어 쓸모없는 존재처럼 취급되었다. 그의 마음이 어땠을지, 그의 아내라도 이해해주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까.

『허삼관 매혈기』는 요즘 말로 웃프다. 웃기면서도 슬프다. 그러면서도 건강함이 느껴진다. 그래서 결국 따뜻해진다. 가족이란 그 모든 것을 함께 하는 존재이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도 그렇고 부성애는 가족들과의 관계에서 성장하는 것이다. 부모라는 존재도 처음부터 잘 할 수는 없어 마음과는 달리 시행착오를 겪는다. 그래서 때론 자식이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또 가족 안에서 치유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가족(家族): 『허삼관 매혈기』, 가족은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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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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