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철 (창문에 대고) 저리 비켜. 여기 이 개가 어떤 갠 줄 알지?
(개를 창문으로 들어 보이며 위협하자 일순 웅성대는 사람들 소리) 그럼 얼마짜린지도 알 거야. 여긴 이렇게 값나가는 개들이 아주 많아. 생명으로 따지자면 물론 훨씬 더 소중한 것들이지. 자, 이 소중한 생명체들을 죽이고 싶지 않다면 지금부터 내 말대로 해.
경찰 이봐 진정하고 무모한 짓 하지 마. 그게 무슨 인질도 아니구.
준철이 흉기로 개를 위협하자 사람들의 비명소리 들려온다.
준철 사람이 아니라 우습게 생각하는 모양인데, 이게 사람이 아니고 개라 나도 죄책감 느끼지 않고 일할 수 있어서 아주 좋았거든.
경찰 진정하고 인질을, 아니 견질을 풀어줘라. 내가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이게 뭐 하자는 거야 대체.
어서 개들을 풀어주고 자수하기 바란다.
준철 자수를 하라고? 내가 무슨 그리 큰일을 저질다고 사람을 이 꼴을 만들어 놓고 뭐, 자수를 해?
경찰 그래, 별거 아니니까 자수만 하면 정상참작돼서 형을 줄일 수 있을 거다. 그러니 어서 자수해라.
준철 (개를 다시 들어 보이며) 저 경찰 입 좀 다물라고 해.
수연 아저씨, 제발 자수해요. 저 사람 엄마 불러요. 가족들을 보면 마음이 약해질 거예요.
준철 (개를 다시 들어 보이며) 저 인간들 입 좀 다물라고.
--- 「개를 찾습니다」 중에서
난수 내, 너의 날개옷을 어디에 두었는지 가르쳐주랴.
경패 어디에 두다니. 설마, 진정 네가 숨겨두었더란 말이냐.
난수 (벗어두었던 웃옷을 들어 바느질 자국을 따라 반으로 뜯더니 그 속에서 경패의 날개옷을 꺼낸다.)
자, 여기. 이리 두면 들킬 염려가 전혀 없지. 알다시피 날개옷이란 게 깃털보다 가벼워 옷 하나 덧입은 느낌도 전혀 없으니 아주 좋은 방법이 아닌가. (웃음)
경패 처음부터 날 여기로 데리고 올 작정이었던 게로구나. 그러고도 목숨을 부지하길 바라다니 참으로 양심도 없다.
난수 적반하장이라더니. 너도 나랑 살아서 좋지 않았더냐, 사내 맛도 보고. 솔직히 내가 낮일은 좀 못 해도
밤일 하난 잘하제. 너도 그 맛에 붙어 있었던 거 아니냐. 그렇지 않음 네 반반한 그 미색에 벌써 딴 놈이랑 붙어 도망갔지 암.
경패 허, 네 왕후장상의 씨라도 된다더냐. 비실비실 다 곯아빠진 놈이 뭐 어째.
난수 헛 참, 내 씨를 보면 알 게 아니냐.
난수, 아이 모양의 허수아비 두 개를 경패 앞으로 던져둔다.
--- 「나무꾼 콤플렉스, 선녀 히스테리」 중에서
남자 저 말이에요, 저…. 어금니요, 꼭 빼야 되나요?
의사 아, 그럼 요즘 누가 어금니를 씁니까. 소두 아니고. 어금니를 그렇게 놔두니까 송곳니가 제구실을 못
하는 거 아닙니까. 송곳니를 키우세요.
남자 저기, 저.
의사 (기구를 손에 들고 남자를 향해) 자, 아 해보세요. (남자 입을 벌린다.) 좀 더 크게요. (남자, 좀 전보다
더 크게 입을 벌린다.) 조금만 더 크게 벌려 보실래요. (남자, 한계점까지 입을 벌린다.) 네, 됐습니다. 그대로 계세요. (치과용 도구로 입안을 이리저리 살펴본다. 남자, 어느새 입이 다시 오므라들어 작아진다.) 입을 오므리시면 어쩝니까. 자, 다시 크게 벌려보세요. (남자 입을 크게 벌린다. 의사 다시 치과 도구들을 입 속으로 들이대고 여기저기 살펴본다. -사이- 남자 입이 다시 오므라든다.) 아 참, 이렇게 자꾸 입을 오므리시면 어쩌자는 겁니까. 입을 크게 벌리셔야 이빨을 뽑든가 할 거 아닙니까. (사이) 이거 안 되겠는데, (간호사를 향해) 개구기(開口器) 줘봐.
간호사, 의사에게 개구기를 건네준다.
남자 저, 뭐부터 하실 건가요? 왼쪽? 오른쪽? 사랑니? 어금니? 치료부터 하실 건가요? 아님 뽑기부터?
의사 (개구기를 손에 들고) 자, 아 하십쇼.
남자 오늘만 하면 끝인가요?
의사 아 하세요.
남자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저도 알아야 할 거 아닙니까.
의사 아, 내 참, 아 하세요.
남자 아니, 저기, 저…….
의사 거, 치료 안 하실 겁니까? 글쎄 저기고 여기고 간에 아 하세요.
--- 「기초 생활법에 의거한 신지식인 만들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