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대학교 1년 과정을 마친 나는, 이후 진로의 방향을 열어놓은 상태다. 다만 나 혼자 윤택한 삶을 사는 것보다는 세상에 큰 발자국을 남겨 놓고 갈 수 있는, 영향력 있는 삶을 살고 싶다는 꿈만은 여전하다. 그런 일을 하는 데에 나의 학력이 도움이 될 수도 있고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지금까지 대입을 위한 공부를 하면서 연습한 것들 즉, 끈기 있게 인내하기, 목표 의식을 가지고 우선순위 세우기 등은 앞으로의 나의 삶에 좋은 자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1부 목적의식 : 공부, 도대체 왜 하나요?」
고백하자면,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에서 내가 했던 비교라는 것은 나를 안심시키기 위한 용도였다. ‘내 성적이 저 친구보다 낫구나’, ‘조금 뒤처지긴 했지만 난 여전히 상위권이야’라는 생각을 하며 나의 위치를 확인받고 싶어했다. 그러나 고등학교에 들어와서는 비교를 통해 나를 안심시키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특목고에 진학한 사람들이 진부하게 반복하는 얘기인데, 시험을 통해 선별한 학생들만 모아 놓다 보니 전보다 열등감을 느낄 기회가 정말 많아졌다. ‘기회’라고 쓴 것은 이런 경험을 굳이 부정적으로만 해석하고 싶지만은 않아서다. 나 나름대로 이리저리 부딪히며 조금이나마 나를 겸손하게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것은 좋았다. 그래도 여전히 내가 ‘평균’이 되는 것은 충격적인 경험이었다. 비교하면 할수록 나는 점점 상위권에서 평균으로, 또는 그 이하로 내려가곤 했다. 선생님들께 주목받는 것도 옛 얘기. 어느새 나는 6반 34번일 뿐이었다. ---「2부 나를 알아야 공부도 보인다 : 지피지기 백전불패」
옛말에 사당오락(四當五落)이라는 말이 있다. 네 시간 자면 붙고 다섯 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말이다. 잠을 자지 말고 공부하라는 뜻이지만 굉장히 무식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집중해서 공부한 시간이지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정 형편이나 다른 사정으로 학업에 전념하지 못하는 상황에 있는 학생이 아니라면, 일반적인 학생은 잠을 줄여가면서 공부해야 할 만큼 시간이 모자라지는 않다. 오히려 공부하는 중간에 컴퓨터 게임이나 인터넷 검색을 하고, 멍하니 앉아서 다른 생각을 하는 것 등으로 낭비하는 시간이 더 많을 것이다. 나는 이런 시간을 아껴서 잠을 많이 자고 공부할 때 더욱 집중해서 공부하는 방식을 택했다. ---「2부 나를 알아야 공부도 보인다 : 지피지기 백전불패」
나의 또 다른 동기 부여법은 ‘상상하기’다. 공부를 하다가 잠시 쉴 때 혹은 자기 전 잠자리에서, 원하는 대학, 원하는 학과에 합격해서 캠퍼스를 휘젓고 다니는 모습을 상상해보는 것이다. 연세대 경영학과에 합격을 한 그 순간 내가 얼마나 감격스러울지, 대학생의 나는 얼마나 예뻐져 있을지, 옷은 어떻게 입고 다닐지 머릿속으로 그려보았다. 사소한 것들이지만 그런 구체적인 상황을 상상하는 게 재미도 있고 ‘이렇게 남부럽지 않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선 지금 열심히 해야겠구나’라는 생각에 더 열심히 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상상했던 대로 고등학교 때보다 엄청나게 날씬해지고 예뻐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가장 바라던 꿈을 이뤘기에 그 누구 못지않게 행복하고 알찬 학교생활을 하고 있음은 틀림이 없다. ---「3부 동기부여 :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즐겨라」
공부하면서 가장 행복하다고 느꼈던 때는, 재수생활을 하면서 고3 시절과는 다른 마음가짐으로 공부에 임하는 나 자신을 보았을 때였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고3 수험생활은 나와 주변 상황을 끊임없이 비교하면서 나를 채찍질한 시기였다. 이로 인해 기분과 컨디션의 기복이 심했던 것 같다. 내가 남들보다 좋은 성적을 얻었을 때는 뛸 듯이 기뻤고, 남들 성적에 못 미쳤을 때에는 한없이 우울하고 허탈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수를 하면서, 초점을 나에게로 맞추게 되었다. 나 자신이 만족할 만큼 공부하고, 남들과의 비교 없이 내가 잘하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생각의 기준이 타인에서 나에게로 옮겨오면서, 한층 차분해졌고 묵묵하게 내 할 일을 할 수 있었다. 고3 때의 나와는 다른 내 모습을 보며, 작년의 나를 반성하면서 올해는 할 수 있겠다는 희망과 자신감을 느낌에 감사하고 행복했다. 그렇게 길고 긴 수험생활을 견뎌냈다. ---「3부 동기부여 :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즐겨라」
우리 학교에서는 졸음이 오거나 집중이 잘 안 될 때 대부분의 학생이 교실 뒤쪽으로 나가서 수업을 들었다. 겨울에 난방 때문에 졸음이 오면 뒷문을 열고 그 앞에 서서 찬 공기를 마시며 수업을 듣기도 했다. 졸음을 쫓는 나만의 비법 아닌 비법은 잠깐 다른 생각을 하며 주의를 환기시켜 정신을 맑게 하는 것이다. 가령, 대학생이 된 멋진 내 모습을 떠올려보고 마음을 다잡아 다시 수업에 집중하는 것이다. 아니면 먹을 것들을 앞에 두고 공부하는 것도 괜찮다. 사람은 웬만해선 음식을 먹을 땐 졸지 않는다. 때문에 과자, 초콜릿, 과립이나 사탕으로 된 비타민 C와 같은 작은 간식거리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조금씩 먹으면서 수업을 들으면 손과 입이 계속 움직이기 때문에 졸릴 틈이 없을 것이다. 단, 온 정신을 먹는 데에 쏟으면 안 된다! 눈은 칠판을 보고, 손만 조용히 움직여라! ---「4부 나만의 공부 비법 : 수능과 내신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전략」
주말을 통째로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미련을 버려라. 마음의 여유를 주자. 부담의 무게가 줄어들면 오히려 효율성이 높아진다. 이틀 내내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은 마음의 큰 짐이 되어 공부하는 동안 괜히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공부가 손에 잘 잡히지 않게 되고, 그러면 책상에 앉아 있어도 공부를 계획만큼 많이 하지 못한다. 그러면 그만큼 공부를 못했다는 생각에 더 자책감이 들고, 부담감이 생기고, 더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고, 그러면… 그러면……, 악순환에 시달리게 된다.
그러므로 큰 욕심을 부리지 말자. 토요일에 공부하고 일요일에 쉴 수도 있고, 토요일에 쉬고 일요일에 공부할 수도 있다. 아니면 토·일요일 오전은 모두 쉬고 오후에 공부할 수도 있다. 주말의 반만 잡으면 된다. 주변을 봐도 주말을 통째로 다 공부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루만 잡아도 경쟁력이 있으니 조급해하지 말자. 주말은 재충전의 시간이고, 새로운 계획을 짜기보다는 주중에 못다 한 계획들을 위주로 마무리하는 시간을 가져라. 딱 하루만 공부하자. ---「4부 나만의 공부 비법 : 수능과 내신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전략」
물론 틀린 문제에 대해서 ‘난 원래 알고 있었는데 어쩌다 실수로 틀린 거야’라고 생각하고 그냥 넘겨버리는 것도 문제였다. 그러다 보면 결국 실수가 실력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번 ‘난 이 영역이 약해’, ‘이런 유형의 문제는 항상 틀려’라고 생각하면 자신감이 없어지고 그 감정이 문제를 풀 때도 고스란히 반영된다. 결국 그런 문제들은 또 틀리기 쉽고 그럼 또다시 자괴감에 빠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일단 과감히 어떤 문제에 약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리고 비슷한 유형의 문제들을 많이 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평소 풀던 문제들보다 약간 난이도가 낮은 문제를 골라 풀면 자신감도 높아지고 나중에 더 어려운 문제가 나오더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5부 모두에게 똑같은 수능, 나에겐 남다른 수능」
간혹 풀이를 거듭해서 봤는데도 이해가 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이런 문제는 특히 사설 모의고사나, 문제집의 ‘고난도’ 부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문제는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묻는 학생이 많은데, 나 같은 경우 그런 문제는 버리는 편을 택했다. 문제를 많이 풀어보다 보면 이 풀이가 정말 개념을 활용한 뛰어난 문제인지, 이러한 풀이를 도출해 내기 위해 억지로 끼워 맞춘 문제인지 느낌이 오기 시작한다. 인위적인 냄새가 많이 나는 문제는 그냥 넘어가도 된다. 그런 문제는 수능에 절대로 나오지 않는다. 수능 문제를 분석해보면 다른 사설 출제기관에서 낸 문제들에 비해 얼마나 질적으로 뛰어난지 확연히 비교가 된다. 그러므로 이러한 문제들을 가지고 너무 스트레스 받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5부 모두에게 똑같은 수능, 나에겐 남다른 수능」
또한 사탐 과목은 학교에서 배우는 것으로 선택하는 것이 좋다. 내신과 수능을 따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결국은 하나다. 학교에서도 최대한 수능과 연계해서 수업을 하므로 같이 공부하는 게 도움이 된다. 그렇다면 또 고민되는 것이 학교에서 언제 배운 과목을 선택할지다. 3학년에 올라가며 많은 고민을 한 결과 나는 1학년 때 배운 국사, 2학년 때 배운 경제, 3학년 때 배울 사회·문화를 선택했다. 1, 2학년 때 배운 과목을 선택하면 미리 다 배웠기 때문에 복습을 하면서 감만 되살리면 되니 상대적으로 시간이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고, 3학년 때 배운 과목을 선택하면 내신을 준비하며 수능도 함께 공부하기에 무리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두 장점을 모두 살리도록 균형을 맞추는 것도 나쁘지 않다. 특히 2학년 때 배운 과목은 2학년 말에 있는 경시대회에도 도전할 수 있는 바탕이 되므로 그런 과목을 선택하면 내신, 수능, 스펙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나는 경제를 선택하고 경제경시를 준비했는데, 주위에는 법과 사회를 선택하고 생활법경시대회를 준비한 친구도 많았다. ---「5부 모두에게 똑같은 수능, 나에겐 남다른 수능」
좋은 인터넷 강의를 고르는 팁, 특히 과탐 과목의 인터넷 강의를 고를 때의 간단한 팁을 설명하겠다. 우선, 유명한 선생님의 인터넷 강의를 무작정 고르면 안 된다. 물론, 많은 사람이 듣는 강의를 하는 선생님은 어느 정도 증명이 된 분이라는 뜻이기도 하지만 그 강의가 자신과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실제로 내가 물리를 공부할 때 구매한 인터넷 강의 선생님은 수능의 난이도보다도 더 어려운 것을 강의해서 중간에 듣기를 포기한 적도 있다. 특히나 과학탐구는 인터넷 강의마다 다루는 난이도 차이가 매우 크기 때문에, 잘 알아보지 않고 선택해 들었다가는 쓸데없이 깊이 파고들어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문제집도 인터넷 강의처럼 문제집별 성향, 난이도 격차가 크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자신에게 맞는 문제집을 고르는 게 중요하다. ---「5부 모두에게 똑같은 수능, 나에겐 남다른 수능」
사실 나는 수능 당일 컨디션 관리에 실패하여 수능을 망친 사례에 속한다. 컨디션 관리는 굉장히 중요하다. 그중에서도 개인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수면 조절과 식단 조절이다. 고3 때는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멍한 상태로 수능을 보러 갔다. 내 친구들도 잠을 설쳐서 시험을 망친 친구들이 많다. 그러니 최소 1주 전부터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그리고 하루 전에는 유제품이나 길거리 음식 등을 먹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아무리 건강한 친구라도 극도로 긴장한 상태에선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고, 배탈이라도 나서 시험을 망치면 그보다 안타까운 일이 없기 때문이다. 모든 일은 마무리가 가장 중요하니 열심히 준비해온 것을 그르치지 말고 최상의 결과를 얻도록 했으면 좋겠다. ---「6부 마무리와 실전: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라」
수능을 준비하며 공부할 때, 앞으로의 인생이 수능시험 날 하루에 결정될 것이라 생각하니 부담스럽고 막막하고 뭔가 불공평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수능은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거쳐 가야 할 관문이고, 이를 피할 수는 없으니 즐기려고 노력해보자고 마음먹었다. 수능을 치르고 대학에 와서 생각해 보니 수능은 분명 중요한 시험이긴 했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그렇게 높은 산도 무거운 돌도 깊은 바다도 아니었다. 마찬가지로 나중에 나에게 맞는 직업을 찾고 꿈을 이루게 되면, 내가 지금 이렇게 심각하게 고민했던 것들도 수능처럼 한 번 웃고 넘길 수 있는 추억거리가 될 것이다.
---「7부 학창시절의 향기로운 추억: 대학생이 되어서야 깨닫게 된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