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십대는 바야흐로 저물어가고 있는 중이다. 얼마 후에는 스물이 된다. 나도 스물이 되기 전에 여자를 알고 동정을 떼고 어른이 될 것이다. (/ 본문 중에서)
솔직히 말하면 섹스를 하는 것도 사실은 두렵다. 아무것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스물이 되는 그 자체가 두렵다. 스물이 되어봤자 아무것도 없을 것 같다. 그냥 이대로, 언제까지나 열아홉일 수는 없을까. (/ 본문 중에서)
인생은 아이러니하고 나는 행운아다. 내가 못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많은 것들이 결과적으로 실패로 돌아갔다. 가령 하다 만 공부라거나 짧았던 직장생활이 그러하고 또한 인간관계들, 그러니까 사람을 소망하고 단념하는 나의 방식들이 그러했다. 반면에 정작 잘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글 쪽에서는 자알 한다며 소설가 타이틀을 달아주고, 상도 주고, 돈도 주는 것이 아닌가. 도대체 이 무슨? 그나저나 글이 밥이 되다니! 이 소설은 그 첫 번째 결과물이다. 이렇게 십 년이 지나도록 사라지지 않고 있다가 이제 개정판까지 내게 되었다. 이제는 찾아보기 어려운 소설들이 많이 있고, 그 중에 훌륭한 소설들이 적지 않다는 걸 생각해보면 이건 정말이지 고마운 일이다. 전적으로 당신 덕분이다. 고마워요. (/ 작가의 말 중에서)
공부는 죽어도 하기 싫고 어떡하면 여자하고 한번 자보나, 오로지 동정(童貞) 딱지 떼는 일에만 앉으나 서나 자나 깨나 골몰하는 고3 십대의 성(性)의식을 정면으로 다뤘는데도 조금도 외설스럽지 않고 밝고 가볍고 건강하다. 성적 자극에 대책 없이 노출된 청소년기 자녀와 부모가 함께 읽었으면 싶게 교육적이면서도 되잖게 누굴 계몽하려 들지 않는 것도 이 소설이 상쾌하게 읽히는 까닭이다. 야하면서도 건전하고 불순하면서도 순수한 젊은 호흡이 느껴진다. 박완서(소설가)
이 소설은 "한번 하자"로 시작해서 "한번 하자"로 끝난다. 그런데 외관상 동일한 그 시작과 끝의 언어 사이에는 중요하게도 악센트의 차이가 있다. 시작과 동결의 두 지점 사이에는 소년의 '변화'가 발생해 있고 새로운 언어를 배우려는 소년의 '전환'이 개입해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성장한다는 것이 오히려 성인의 세계를 떠나는 일이라는 독특한 메시지를 담은 독특한 성장소설이다. 도정일(문학평론가)
[동정 없는 세상]이 풍부한 잠재력을 지닌 한 문학적 재능의 산물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섹스에 대한 욕망과 환상에 빠져 있는 십대 소년의 이야기를 적절한 디테일을 갖추면서도 쾌활한 템포로 풀어가며, 어쩌면 싱거웠을지 모를 그 이야기를 인간 성장의 보다 넒은 맥락에서 다양하게 읽히게 만든다. 황종연(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