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닫기
사이즈 비교
소득공제
초록야차의 환시

초록야차의 환시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정가
13,000
판매가
11,700 (10% 할인)
배송안내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11(여의도동, 일신빌딩)
지역변경
  • 배송비 : 유료 (도서 15,000원 이상 무료) ?
eBook이 출간되면 알려드립니다. eBook 출간 알림 신청
  •  해외배송 가능
  •  최저가 보상
  •  문화비소득공제 신청가능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30쪽 | 370g | 140*210*15mm
ISBN13 9791190526005
ISBN10 119052600X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우철이 닭의 목에 칼을 댔다.
순간, 몸속에서 취기와는 다른 기이한 열기가 솟았다. 닭목의 중간을 겨냥하고 도끼질하듯 내리쳤다. 삼 분의 일쯤 잘렸을까, 피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우철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그의 얼굴이 조금 창백해졌다. 내리치는 두 번째 칼에 목이 떨어져 나갔다. 순간, 다리를 휘저으며 몸을 일으키려는 듯 닭이 꿈틀거렸고 목에서 뿜어지는 피가 붉은 리본처럼 허공에 너울거렸다.
--- 「살계(殺鷄)」 중에서

한 시간 반. 휘발유가 소진되고 시동이 꺼졌다.
온몸뚱이가 왕달맞이꽃, 명아주, 벌개미취, 쑥, 바래기, 억새의 육편으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역하고 진한 초향은 어느새 쪽빛 핏내로 내 시각과 후각을 점령했다. 보안경을 벗었다. 희뿌옇게 빛나던 사위는 초록색 안개로 가득했고 희뿜한 햇살 자리만 군데군데 남아 있었다.
이후, 나는 청무에 갇혀 방위를 잃을 때까지 두 시간 더 예초기를 돌렸다. 얼룩무늬 작업복이 검푸른색으로 젖었고 소금꽃이 피기 시작했다.
하루 반나절 동안 나는 초록색 야차가 되었다.
--- 「초록야차의 환시(幻視)」 중에서

어렴풋이 잡히던 하늘이 정상에서 빗장을 열었다.
청명하기 그지없는 날이다.
뛸 때 뛰더라도 시야에 들이치는 장관을 밀어낼 필요는 없다.
지리산은 땅에서 가을을 빨아 하늘로 내뿜고 있었다.
여기가 남쪽이겠구나. 저게 덕산인가? 이쪽은 산줄기, 발아래 산맥들이 굽이치고 있다. 낮은 구름 한 무리가 부유하고 있다. 해발 1915미터.
--- 「천왕봉」 중에서

심한 백내장으로 간신히 형체만 볼 수 있는 반종욱의 앞에는 검은색 정장을 빼입은 친구가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다. 자신의 곤궁한 상황에 혀를 차고 안타까워하면서도 아무것도 내주지 않고 있었다.
“제미, 자네하고 나하고 동고동락하며 보낸 세월이 고작 이 정도인가! 자네가 어찌 나한테 이럴 수 있나!”
반종욱의 음성이 높아졌다. 그의 심장이 쿨렁거렸다.

“어르신, 친구분 가셨어요. 아직도 여기 계시면 어떡해요.”
반종욱의 귓가에 나직한 남자의 목소리가 울렸다.

북적거리던 5월이 지고 있다.
데리사요양원 4층, 반들거리는 바닥을 주유하는 휠체어는 자신이 누군지 잊어버린 노인이 바퀴를 굴리고, 창가의 행운목과 고무나무 가지에는 빛바랜 슬픔과 후회가 맺혀있다.
자물쇠가 채워진 창문으로 두 시간 넘게 하늘을 관찰하던 노인이 혀를 차며 겉옷을 여몄다.
“겨울이 유난히 길다, 봄은 언제 오려는지…”
이른 더위가 세상을 덮고 있지만 환희동의 계절은 저마다의 시간에서 머무르고 있었다.
--- 「환희동(歡喜洞)의 5월」 중에서

2011년 8월 1일 오후.
그가 떠났다.
사무실 창문 밖으로 비가 내리고 있었다. 여름에 내리는 비 같지가 않다.
가늘게 내리는 비다. 어둑한 도화지에 떨어지는 흔적을 남기며 실처럼 거미줄처럼 지면에 내려앉는다. 복지관 마당에 만항하사의 빗줄기가 떨어지고 있었다.
빗방울의 끊김이 보이지 않는다. 영원히 이어질 것 같은 비다.
--- 「해우(解憂)」 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데레사요양원’의 4층 ‘환희동’은 치매 노인들이 머무는 구역이다. 지금은 저장된 생의 기억을 하나하나 잃어가는 무력한 존재들이지만, 얼마 전까지는 주체적 판단과 의지를 지니고 삶을 이끌어갔던 사람들이었다. 연결되지 않는 구멍 나고, 엉키고, 조각난 기억을 지니고 있지만, 삶은 이곳에서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중략…
독자적인 생존이 불가능한 유아기에 부모의 돌봄이 필요하듯, 생의 마지막 시기에 그런 돌봄을 받는 것이 부끄럽거나 수치스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이 또한 무(無)로 돌아가기 위한 마지막 여행이라고 생각한다면 말이다. 박황의 ‘환희동의 5월’을 읽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 정영자 (문학평론가)
작가의 시대적 소명이 불편한 진실을 말하는 것이라면, 박황 소설가의 글들은 이와 맞닿아 있다. 그는 자신이 처한 현실의 모순과 이상과의 경계에서 여지없이 무너지기는커녕, 두 팔을 뻗어 마치 불교의 선(禪)과 합(合)을 이루려는 시도가 보인다. 특히, 그의 작품 중 살계(殺鷄)는 궁극적으로 우리 삶의 보편적인 의지와 종속에 관한 살계(殺戒)라 지칭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이다.
- 이인규 (소설가)
소설은 허구의 산물임에도 박황 작가는 직접 부딪히고 땀을 쏟으며 치열하게 작품 속을 헤집고 다닌 듯 생생하다. 글이 날것인 채로 펄펄 살아있다. 그래서 흥미롭고 때론 힘이 들었다. 초록야차의 환시(幻視)를 읽는 내내 땅벌에 쏘인 작열감에 호흡이 불규칙해지고 오색의 연무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버둥거리는 닭 모가지를 단칼에 끊어내는 살계(殺鷄)에서는 사방으로 흩어진 피비린내와 가슴으로 흘리는 그의 눈물을 보았다.
- 이진숙 (소설가)

회원리뷰 (0건) 회원리뷰 이동

  등록된 리뷰가 없습니다!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한줄평 (0건) 한줄평 이동

  등록된 한줄평이 없습니다!

첫번째 한줄평을 남겨주세요.

배송/반품/교환 안내

배송 안내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배송 구분 예스24 배송
  •  배송비 : 2,500원
포장 안내

안전하고 정확한 포장을 위해 CCTV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님께 배송되는 모든 상품을 CCTV로 녹화하고 있으며,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작업 과정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목적 : 안전한 포장 관리
촬영범위 : 박스 포장 작업

  • 포장안내1
  • 포장안내2
  • 포장안내3
  • 포장안내4
반품/교환 안내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과 관련한 안내가 있는경우 아래 내용보다 우선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반품/교환 방법
  •  고객만족센터(1544-3800), 중고샵(1566-4295)
  •  판매자 배송 상품은 판매자와 반품/교환이 협의된 상품에 한해 가능합니다.
반품/교환 가능기간
  •  출고 완료 후 10일 이내의 주문 상품
  •  디지털 콘텐츠인 eBook의 경우 구매 후 7일 이내의 상품
  •  중고상품의 경우 출고 완료일로부터 6일 이내의 상품 (구매확정 전 상태)
  •  모바일 쿠폰의 경우 유효기간(발행 후 1년) 내 등록하지 않은 상품
반품/교환 비용
  •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 반송비용은 고객 부담임
  •  직수입양서/직수입일서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20%를 부과할수 있음

    단, 아래의 주문/취소 조건인 경우, 취소 수수료 면제

    •  오늘 00시 ~ 06시 30분 주문을 오늘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오늘 06시 30분 이후 주문을 익일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단, 당일 00시~13시 사이의 주문은 취소 수수료 면제

  •  박스 포장은 택배 배송이 가능한 규격과 무게를 준수하며,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의 반송비용은 박스 당 부과됩니다.
반품/교환 불가사유
  •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 전자책 단말기 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 예) CD/LP, DVD/Blu-ray,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 이상 다운로드를 받았을 경우
  •  eBook 대여 상품은 대여 기간이 종료 되거나, 2회 이상 대여 했을 경우 취소 불가
  •  모바일 쿠폰 등록 후 취소/환불 불가
  •  중고상품이 구매확정(자동 구매확정은 출고완료일로부터 7일)된 경우
  •  LP상품의 재생 불량 원인이 기기의 사양 및 문제인 경우 (All-in-One 일체형 일부 보급형 오디오 모델 사용 등)
  •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  쿠폰은 결제 시 적용해 주세요.
1   11,7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