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이전의 제국은 자신이 우주의 중심이며 절대적, 보편적이며 분리불가능한 최고의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제정으로 전환된 기원후 로마제국은 유럽에서 온전한 주권개념을 보여 준 본격적 정치공동체였다. 다른 제국들의 주권성을 인정하지 않는 점에서 근대 주권과는 다른 개념이지만 근대 주권국가들은 로마제국의 주권 개념을 상당 부분 계승한 것으로 본다. 중세로 넘어오면서 신성로마제국과 비잔틴제국, 이슬람제국은 모두 주권 개념에 걸맞은 궁극적이고 최고의 권위 개념을 가지고 있었고 이는 모두 제국적, 신학적 뿌리를 가지고 있었다. 이들 중 신성로마제국이 온전한 주권을 실현시키기에 분열적 정치환경에 처해 있었고, 교황과 황제 간의 대립과 경쟁이 지속되었다. 기독교 신의 주권 개념에 영향을 받아 개념적으로는 매우 강한 주권 담론을 유지했지만 실제로는 주권을 온전히 담지한 주체가 성립되지 못한 채 교황과 황제의 대립, 하향식 정치 개념과 상향식 정치 개념 간의 대립, 주지주의와 주의주의 간의 대립 등 주권 개념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근대로 이행하면서 제국이 붕괴되고 종교혁명으로 하나의 종교가 유지될 수 없었던 상황은 근대 국가 주권 개념이 출현하는 중요한 배경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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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전체로 보면 소수의 제국들 간의 타협이었고, 이들 제국은 약한 유럽의 단위들과 비유럽에 대해 제국의 권위를 주장하였다. 또한 강력한 타 제국, 오토만제국과의 관계에서는 유럽 제국들 간의 타협을 적용하지 않았다. 유럽의 제국 간 정치에 유용할 때에만 다른 정치단위의 주권성을 인정하는 주권부여의 국제정치를 추진하게 된다. 국가주권 우선의 원칙과 국제법과 규범에 의해 국제질서를 세우려는 노력 간의 긴장은 20세기 국제정치의 중요한 축이 된다. 힌슬리는 국제연맹과 같은 시도가 비극적 결말을 맺게 되었고 이를 해결하는 해결책은 요원하다고 보았다. 칸트의 명제처럼 많은 전쟁과 고난을 거쳐 조금씩 높은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뿐이다.
국제법 학자들의 논의와 실제 국제정치 간에는 간극이 존재함을 피할 수 없었다. 18세기에 접어들면서 유럽의 국제정치는 주권국가의 개별적 이익추구 원칙에 따라 점차 변형된다. 기독교 보편규범은 물론 자연주의자들의 규범, 실정법에 의한 약속 모두 실제의 국제정치를 유지하기에는 한계를 보인다. 오히려 18세기 중반에 이르면 세력균형의 원칙이 가장 중요한 규범으로 자리 잡는다. 국가들의 외교행태를 묘사하던 개념에서 규범적 개념으로 변형된 세력균형은 제국과 같이 타국의 이해를 침해하는 거대 권력체의 출현을 방지하는 중요한 규범이자 원칙이 되었다. 1760년대부터 세력균형의 원칙은 유럽의 많은 정부들이 추구하는 공통의 방향타로 자리 잡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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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주의자들은 제국을 중심의 자본의 역학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유럽의 제국들은 상호 간의 세력균형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국가별 국력 축적을 원하였고 식민지 개척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지정학적 이익을 극대화하고자 하였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자본가는 국가의 정치적,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기 때문에 제국주의 정책에서 독자적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따라서 국제치의 논리가 작용하는데, 유럽 국가들 간의 국제정치 논리와 이들의 식민지 개척 논리가 결합되어 있다. 식민지 개척에서 얻어지는 이익을 국가이익에 병합하여 유럽 국가들 간의 세력 경쟁에서 승리하고자 하는 것이 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유럽 국가들의 전략적 목표였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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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 국제질서가 국가주권의 국제법적 평등에 기반하고 있더라도 미국이 주권국가들 간의 협력의 방향을 설정하고 예외적 상황에서 결단력을 독점한다면 국제정치의 정상상태는 권력구조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 형식적 주권의 평등성에도 불구하고 주권적인 정도(sovereignness)가 불평등한데 핵심적인 불평등은 주권의 양이 아니라 종류의 문제다. 자유주의 메타주권은 어느 정도 의도한 것인가와 상관없이 이러한 불균형을 자신의 이익으로 활용할 수 있는 막대한 권력자원을 획득하게 된다. 결국 2차 세계대전 이후 메타주권은 주권국가들로 이루어진 정상상태에서 예외상태를 결단하는 주권적 힘을 발휘하였다. 자유주의 메타권력은 변화하는 시대규범을 반영하기 위해 진화된 방법을 구사하지만 많은 국가들과 불균등한 힘의 관계를 새롭게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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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치는 국내정치와 다른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이러한 명확한 주권자의 모습을 상정하기는 어렵지만, 단지 국가들 간의 관계나 규범을 창출하는 힘이 아닌, 국제정치를 규정하는 헌정적 힘, 더 나아가 헌정적 힘을 넘어선 결단적 권력을 가진 주체가 있는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여태까지 주권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진화해 왔는지를 본다면, 조직원리를 결정하고 이를 변화시키는 힘의 핵심을 간과할 수 없다. 국제정치의 이론화는 조직원리가 주어진 것, 혹은 상호작용에서 창발하는 것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였는데, 이를 힘의 관계로 재이론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권력정치를 강조하는 현실주의 역시 조직원리를 창출하고 유지, 변형하는 힘의 정치를 외면하였다는 점에서 충분히 현실주의적이지 못한 문제를 안고 있다.
역사적으로 비유럽의 주권은 저항적, 배타적 반제국주의 독립성의 의미였고, 제국이 아닌 국민국가 간의 관계라는 긍정적 의미로 변화되었다. 이후 그 과정에서도 개입하는 외세에 대항하는 개념으로 몇 차례 의미가 바뀌면서 진화해 나간다. 20세기 중반 전후부터 형식적 독립이 이루어진 이후 3세계 국가들은 주권의 불완전성을 내장하고 이러한 불완전성을 활용하는 주변의 강대국, 지구적 제국의 영향하에 놓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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