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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2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336쪽 | 338g | 128*188*21mm
ISBN13 9791190263047
ISBN10 1190263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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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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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훈은 시시때때로 인터넷 커뮤니티 ‘파갤’을 드나들었다. 파갤은 ‘파탄자들의 갤러리’를 줄여 부르는 말이었다. 가입 시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지 않았고, 이메일 주소 하나로 가입이 가능했다. 그곳에서 석훈은 ‘리버티84’였다. 석훈은 그곳에서 겉으로 점잔을 떠는 놈들을 다 까발려주고 싶었다. 알고 있는 철학적 개념을 적당히 버무린 직설적 분석에 적당한 음모론을 섞어 올리면, 사람들은 리버티84의 글에 열광했다.
사람들에겐 석훈이 올리는 글들이 어디서 왔는지, 진짜가 맞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몇 달간의 파갤 활동으로 알게 된 한 가지가 있었다면, 사람들은 자기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사실이었다.
…중략…
‘내가 세상을 이용할지언정, 세상이 나를 이용하게 하지는 않겠다!’
--- 「그들의 세계」 중에서

스마트폰 화면에 석훈에겐 낯선 화면이 비쳤다. 석준이 아영의 얼굴에 얼굴을 바싹 붙이는 바람에 네 개의 눈이 하나의 화면을 응시했다.
[갑이 되려는 여자들의 모임]
“이게 뭐야?”
“갑녀라고 요즘 아주 핫한 커뮤니티야!”
“이런 것도 있어?”
“어차피 흙수저로는 살기 힘든 세상. 어떻게든 바둥거리는 애들이 모여 있는 곳이랄까?”
“그래서, 갑이 될 수는 있대?”
“오빠, 공사 친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지?”
“알지, 호구 같은 새끼들만 당하는 거 아니야? 왜 너도 나한테 공사 치려고?”
“아니, 그게 아니라 오늘 갑녀에 올라온 글 중에 호구 잡은 얘기가 올라왔는데, 그 호구가 학교 선생이더라고…. 갑자기 오빠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
“뭐? 어디 한번 봐봐.”
글쓴이는 ‘한남헌터88’이었다.
아이디에 쓴 88이라는 숫자로 짐작건대, 1988년생. 최미래의 나이는 석훈보다 세 살 아래였다. 석훈은 ‘한남헌터88’이 최미래임을 직감했다. 소개팅 정황과 남자의 조건, 그리고 여자의 조롱.
--- 「그들의 세계」 중에서

곽 사장이 들여다본 메시지에 장 이사와 상해의 투자자 제임스가 주고받은 인챗 대화 내용이 캡쳐되어 들어와 있었다. 물론 메시지는 상덕이 정교하게 조작하여 만든 것이었다.

아무래도 이제 자금을 옮겨야 할 것 같습니다.
┖ 잘 생각하셨습니다. 제가 말씀드린 대로 자금 세탁은 홍콩보다는 케이만 군도를 활용하는 게 정석입니다.
그러니까요. 이 방법을 왜 지금까지 몰랐는지,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하하! 그래야 저 같은 전문가들이 밥 먹고 사는 거 아니겠습니까?
말씀하신 수수료는 일이 끝나면 드려도 괜찮겠죠?
┖ 그럼요, 전 입으로 신뢰를 외치는 인간들을 싫어합니다. 눈으로 직접 확인시켜 드리죠!

대화창으로 짐작하건대, 장 이사가 곽 사장을 배제하고 자금을 옮기려 한다는 것이었다. 입을 굳게 다문 곽 사장이 말없이 앉아 지난 밤의 일과 남겨진 메모, 앞으로의 계획 등을 생각해내려 애썼다. 그는 순간적 감정에 휩싸여 일을 망치는 하수는 아니었다. 적어도 짝퉁 장사로 20년이 넘는 시간을 그렇게 살아 남은 인물이었다. 멍하니 앉아 장 이사의 배신을 바라만 볼 그가 아니었다.
--- 「끝까지 의심하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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