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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우물 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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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12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61쪽 | 153*224*20mm
ISBN13 9788975994586
ISBN10 8975994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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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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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승에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이 아는 일 보다 모르는 일이 더 많다. 마치 가느다란 명주실 타래가 뒤엉키듯 시작과 끝의 이치가 얽히고설켜 도저히 분별이 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그 줄기의 근원을 찾는 작업보다 과감히 뒤엉킨 실타래를 끊어 버리고 싶은 때가 있다. 그러나 그런 작업은 허물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에 견디고 참는 고뇌를 겪는다. 그러므로 계속 얽히고설킨 인연의 실타래를 찾아 고르며 갈라야 한다고 믿는다. 요컨대 시는 삶의 과정에 일어나는 얽혀있는 무명無明의 이미지들을 통일된 한 줄기로 이어가며 그 근원과 본질을 찾아 가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리하여 마침내 나의 정체와 본질을 형상화하는 작업이라고 확신한다. ---「저자 서문」

생의 시작에 끝이 포함되어 있다면 생의 끝에는 또한 시작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이것이 곧 알파와 오메가, 처음과 나중, 시작과 끝이 하나를 이루는 원점이라면 다음과 같은 당부는 적어도 시간 안에서 시간 밖으로의 여행을 꿈꾸는 시인의 의식이 어느덧 원점에 이르렀기에 그 관조가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그러므로 다음 시는 우리의 삶과 이 시집의 시작과 끝을 동시에 품고 있다.

새에게
나무에게
들판에게
사월의 햇살은 내려와 앉아
속삭이듯 말한다

너무 서두르지 마라
천천히 말하라
쉬 잎이 파랗게 될 거라
쉬 꽃이 돋아 날거라
쉬 편안해질 거라고
---「봄햇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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