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는 수학자가 되고 싶었지만, 갑자기 겁도 없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상상하고 이야기 짓는 걸 가장 좋아해서 최종적인 진로는 글쟁이로 결정했다. 지은 책으로는 『영원한 황금 지킴이 그리핀』 『잘하면 살판』 『세상을 구한 활』이 있고, 어린이동산 공모전에서 중편동화 『안녕, 방상시』로 입상했으며, 청소년 소설 『엘리스 월드』를 출간했다.
저자 : 선자은
1981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는 수학자가 되고 싶었지만, 갑자기 겁도 없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상상하고 이야기 짓는 걸 가장 좋아해서 최종적인 진로는 글쟁이로 결정했다. 지은 책으로는 『영원한 황금 지킴이 그리핀』 『잘하면 살판』 『세상을 구한 활』이 있고, 어린이동산 공모전에서 중편동화 『안녕, 방상시』로 입상했으며, 청소년 소설 『엘리스 월드』를 출간했다.
370이 최면술사처럼 나지막하게 말했다. 나는 반신반의하며 육 년 전 마당에 엎드려 있던 아빠를 떠올렸다. 그 옆에는 공포에 질려 눈물도 흘리지 않는 어린 내가 있었다. 그 사건은 그림이 되어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었다. 아빠가 툭툭 털고 일어나 ‘장난이었어’라고 말해 주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달개비가 아빠 손을 핥고 아빠는 간지럽다며 웃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육 년이나 지난 지금도 그런 헛된 바람은 끝나지 않고 계속해서 내 마음속을 어지럽혔다. 아빠. 보고 싶다. 이 남자가 하는 말이 진실이었으면 좋겠어. 이 거울로 아빠를 봤으면 좋겠어. 아빠. 아빠. 아빠를 보여 줘! 팟. 누군가 스위치를 올린 듯 거울 안이 환해졌다. 한 남자의 뒷모습. 어쩐지 익숙하고 그리운 그 뒷모습. 남자는 아무것도 없는 새하얀 방 한가운데 기타를 들고 앉아 있었다. 어딘지는 몰라도 꼭 이 세상처럼 느껴지지 않는 기묘한 분위기를 풍겼다. 남자는 끊임없이 기타를 쳤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빠른 주법인 듯했다. 뒤에서 봐도 알 정도로 손놀림이 빠른 남자였다. 들썩이는 저 등을 나는 알고 있다. 이윽고 남자가 벌떡 일어서 뒤를 돌아보았다. 맞아. 저 얼굴. “아빠!” 나도 모르게 손을 뻗었다. 막 거울 표면에 손가락이 닿았을 때, 팟. 이번에는 누군가 스위치를 끈 것처럼 거울은 다시 깜깜한 더께로 덮여 버렸다.
--- pp. 42~43
“기타만 있어도 참 좋을 텐데.” “그러게 말이야.” 존이 말하며 내가 등에 멘 기타 가방을 힐끔거렸다. 물론 나는 그냥 무시해 버렸다. 나에게는 더 중요한 일이 있으니까. “이것 좀 보세요.” 존과 뚱이 입을 떡 벌렸다. 나는 괜히 우쭐했다. 내가 악보를 찾았다는 생색과 우리 아빠가 자작곡을 만들었다는 자랑스러움이 섞여 기분이 좋았다. “이거 연주자님이 만들었다고 하신 그 곡 같아!” “오호라, 이거 어디서 찾았어? 아가씨.” 나는 대답 대신 기타 가방을 두드렸다. 악보 대신 넣어 둔 약초 가루 주머니가 터지지 않게 조심하면서. 아빠는 밴드가 결성된 초기부터 자작곡을 만들어 왔다고 한다. 계속 기존 음악으로 합주를 한 통에 음악적 갈증을 느껴 왔고, 자작곡은 아빠가 죽기 직전에야 완성되었다. 하지만 존과 뚱은 악보를 본 적이 없었다. 아빠는 이상하리만큼 악보를 숨겼고, 미완성임을 강조했다고 한다.
열한 살 때 아빠를 사고로 잃고 아빠와의 추억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은조에게 어느 날 엄마가 청천벽력의 소식을 전한다. 아빠의 손때가 묻었던 집을 팔고 이사를 간다는 것이다. 은조는 격렬히 반항하지만 힘들어하는 엄마를 위해 마지못해 이사를 결심한다. 아빠가 가르쳐 준 기타도 더 이상 연주하지 않으리라 결심하고 경매 사이트에 아빠의 유품 펜더 스트라토캐스터를 매물로 올린다. 아빠가 직접 디자인한 장식이 들어간 기타를 올린 날 한 남자가 기타를 직접 보고 싶다며 집으로 찾아온다. 자신을 수상쩍게 생각하는 은조에게 그는 자신이 은조 아버지의 죽음을 조사하는 명부 특별감사 370이라고 정체를 밝힌다. 그리고 은조의 아버지가 단순 사고로 죽은 게 아니라며 함께 사건을 조사하자고 제의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