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는 야위어갔다. 두 뺨은 창백해지고 얼굴은 길어졌다. 그녀의 검은 머리채, 커다란 두 눈, 곧은 콧날, 새와도 같은 걸음걸이, 게다가 이제는 항상 침묵에 잠겨 있는 그 모습은, 마치 삶에 닿을 듯 말 듯 스쳐만 지나가는 것 같고 그 무슨 숭고한 숙명의 알 수 없는 표적을 이마에 새겨 가지고 있는 것 같아 보이지 않는가? 그녀는 동시에 너무나조 슬프고 너무나도 차분하고 너무나도 부드럽고 또 다소곳했기 때문에 그녀의 곁에 가까이 가는 사람은 마치 교회 안에서 대리석의 냉기가 서린 꽃 향기에 몸이 으스스 떨리듯, 그 어떤 싸늘한 매혹에 사로잡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도 이 같은 매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약제사는 곧잘 이렇게 말했다.
'대단한 여성이야. 군청에 데려다 놓아도 결코 빠지지 않을거야'
중류층 마누라들은 그녀의 검소함을, 환자들은 그녀의 예의바름을, 가난한 사람들은 그녀의 자비로움을 칭찬했다. 그러나 그녀는 탐욕과 분노와 증오로 가득 차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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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당신을 원망하지 않아요' 하고 그는 말했다.
로돌프는 잠자코 있었다. 그러자 샤를르는 두 손으로 머리를 싸쥐고 꺼져들어가는 목소리로, 무한한 고통을 채념하는 어조로 다시 한번 말했다.
'그래요. 이제 더 이상 당신을 원망하지 않아요'
심지어 그는 태어나서 여지껏 한번도 입에 담아본 적이 없는, 단 한마디 엄청난 말을 덧붙이기까지 했다.
'이게 다 운명 탓이지요'
이 운명을 인도한 당사자인 로돌프에게는 그 같은 처지에 놓인 사내가 하는 말 치고는 어지간히도 마음 좋게 들릴 뿐 아니라 우스꽝스럽기조차 했거 약간 비굴하게도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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