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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을 닮았다

첫사랑을 닮았다

문스톤 | 동아 | 2020년 01월 1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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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1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528쪽 | 624g | 147*210*24mm
ISBN13 9791163022886
ISBN10 1163022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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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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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강우 부사장님? 처음 뵙게…….”
인사를 건네던 그녀의 눈이 살짝 커진다 싶은 순간, 얼굴에 싸늘한 기운이 스쳐 갔다. 그러나 그녀는 금세 아까의 예의 바른 표정으로 돌아와 인사를 마쳤다.
“……뵙겠습니다. 나라 건축 사무소 선우영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신강우입니다.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마주 앉은 두 사람 사이로 침묵이 흘렀다. 아무래도 자신을 바라보는 선우영의 시선에 묘한 느낌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여자들의 눈길에 워낙 익숙한 남자였기 때문에 그녀의 시선을 너그럽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사실 태강 건설의 부사장씩이나 되는 그가 건축 사무소 팀장을 직접 만나려고 나온 건 이런 시각적인 효과를 기대했기 때문이기도 했으니까. 솔직히 말하면 강우는 자신을 처음 보고 호감을 느끼지 않는 여자는 지금까지 한 명도 본 적이 없었다.
“바쁘신 것 같으니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네.”
“어떻게 하면 태강 건설의 프로젝트를 맡아주실 겁니까?”
“……부사장님, 그 부분은 전에 말씀드렸던 대로입니다. 내년까지 일정이 다 짜여 있어서요. 죄송합니다.”
“개인적인 이유로 태강 건설의 일을 하지 않는 건 아니고요?”
“무슨 말씀이신지…….”
“선일 그룹의 선우세진 회장님과 가까운 관계이시라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그 말에 눈썹 하나도 까딱하지 않았다.
“잘못 들으셨습니다. 그런 질문을 많이들 하시긴 합니다만, 저와는 아무 관계도 없는 분입니다.”
“그렇군요.”
그는 아닌 것 같은데, 라는 표정을 노골적으로 지으며 마지못한 듯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아직 확실하게 확인된 것이 없으니 당분간 이쪽으로는 더 밀어붙이지 말아야겠다.
“그렇다면 어떤 점이 마음에 안 드십니까?”
“부사장님, 방금 말씀드렸지만 태강 건설의 프로젝트를 거절한 건 순전히 저의 스케줄 문제…….”
“아닐 텐데요.”
그는 매력적인 미소와 함께 그녀의 말을 잘랐다.
“제가 듣기로 선우 팀장님은 지금 하고 있는 양평 별장 일이 마무리되면, 다음 일이 시작될 때까지 두 달 정도 여유가 생긴다고 하더군요. 그 정도면 저희 쪽 일을 진행하기에 딱 적당한 시간이 아닌가요?”
그제야 선우영의 무표정한 얼굴에 낭패했다는 기색이 떠오른다. 완전히 드러난 것은 아니고 아주 살짝만. 강우는 그런 그녀의 얼굴을 보며 다시 한번 여자들에게 잘 먹히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조건은 원하는 대로 맞춰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다시 한번 고려해 주셨으면 좋겠군요.”
잠시 침묵이 흐른 다음 선우영이 난처하다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사실 그 시간은 휴식과 재충전을 위해 사용할 생각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태강 건설 말고도 좋은 제의를 해 주신 곳은 많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어떤 의뢰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렇군요.”
“직접 시간까지 내주셨는데, 정말 죄송합니다.”
“재고의 여지는 없습니까?”
“네.”
“아쉽군요.”
“다음번에, 좋은 기회가 있으면 그때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선우영은 잠시 후, 일이 있어 먼저 나가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그녀가 나가고 나서도 느긋하게 남은 커피를 다 마셨다. 선우영이 말은 그렇게 했지만 벌써 어느 정도는 넘어왔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러니까 나머지는 다음 주쯤 그녀와 선우 회장과의 관계를 완전히 파악한 후에 진행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강우가 여유로운 기분으로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였다. 멀지 않은 곳에서 차에 기대어 전화 통화를 하고 있는 선우영의 모습이 보였다. 급한 일이 있다더니 역시 핑계였구나 생각한 그는 코웃음을 치며 차 문을 열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선우영의 작은 목소리가 정확하게 그의 귀에 꽂혀왔다.
“눈 호강은 무슨! 완전히 눈 버렸다고요! 그리고, 대표님이 제 스케줄 비어 있다고 흘리셨죠? 왜 그런 걸 아무한테나 소문내시고 그러는……. 아, 몰라요! 아주, 재수 옴 붙은 기분이란 말이에요!”
그 말과 함께 전화를 끊어 버린 선우영은 차에 타더니 순식간에 주차장에서 빠져나가 버렸다. 황당함과 현실 부정 사이의 어느 지점을 헤매고 있던 강우의 정신은 선우영의 차가 완전히 사라져 버린 다음에야 간신히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분노는 그보다 더 늦게 불붙기 시작했다.
강우는 어금니를 질끈 악물고 그녀의 말을 되새겼다.
눈을 버렸어? 재수 옴 붙었다고? 감히 이 신강우를 만난 다음 어떻게 그따위 말을 할 수가 있지? 선우영, 당신 잘못 걸렸어. 내가 이번 프로젝트는 무조건 당신한테 맡기고 만다. 그리고 두 달 동안 두고두고 괴롭혀 주지!
하지만 그는 모르고 있었다. 그 시각, 선우영 역시 같은 다짐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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