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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정석

돈의 정석

: 인생의 격을 높이는 최소한의 교양

리뷰 총점8.9 리뷰 28건 | 판매지수 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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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1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552쪽 | 650g | 155*223*26mm
ISBN13 9788960517691
ISBN10 8960517690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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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란 보통 즉시 구매를 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자산을 일컫는다. 현금은 돈이다. 거기에는 당좌예금을 비롯해 수표를 발행할 수 있도록 연동된 계좌에 들어 있는 예치금도 포함된다. ‘지금 당장’ 뭔가를 구매하는 데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고급 차나 대형 주택은 ‘돈’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둘 다 큰 가치가 있고, 부의 원천이 될 수 있지만, 상거래를 하는 데 자주 쓰이는 자산들은 아니기 때문이다.
당신의 은행 금고에 스페인 금화가 들어 있다 해도 지금은 돈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과거 언젠가 돈으로 통용되는 시대가 있었겠지만 말이다. 주식과 채권도 돈이 아니다. 그것들은 돈과 교환할 수 있는 자산이고, 그렇게 돈으로 교환한 다음에야 무엇을 구매할 수 있다. 따라서 모든 돈은 부지만, 모든 부가 돈은 아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워런 버핏이 나보다 돈이 더 적을 수도 있다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그는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주식과 채권을 가지고 있고, 거기에 더해 자가용 비행기 하나와 호텔 몇 개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가 지갑과 현금 통장에 나보다 더 많은 돈을 가지고 있을까?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 p.24

계산 단위로서 화폐는─그것이 달러화든 엔화든 돌고래 이빨이든 간에─어떤 언어든 통역이 가능한 만국어 통역기 역할을 한다. 우리는 양털 스웨터가 당근 몇 개의 가치를 지니는지, 표시 가격이 평면 TV 27대 값인 토요타 코롤라가 경제학 입문서 3000권 값인 혼다 시빅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인지 머리를 쓰지 않아도 된다. 모든 것을 달러로 전환해서 비교하면 되기 때문이다. 물리적 화폐가 사라진다 해도, 우리는 항상 거래 가격을 결정하는 계산 단위로서 화폐를 필요로 한다.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사고 현금을 내는 대신 카드를 긁을 수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커피 한 잔의 가격을 달러와 센트 단위로 생각한다. --- p.43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문제는 통화 정책을 세울 때 부딪히는 근본적인 이율배반을 잘 보여 준다. 실물화폐는 하이퍼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해 준다. 어떤 정부도 막대한 양의 새로운 금이나 은이나 고등어를 새로 만들어 낼 수는 없다─나중에 설명하겠지만 실물화폐도 명목화폐보다 덜하긴 하지만 어느 정도의 인플레이션을 야기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공급에 유연성이 없고 제어가 불가능한 실물화폐는 그 나름의 문제가 있다. 특히 경기가 침체될 때 정부가 경제적으로 유리하게 통화 공급을 조절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2008년 금융 위기가 한창일 때, 당시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 벤 버냉키가 위기에 빠진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 미국을 새로운 고등어 파우치로 뒤덮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는 분명 새로운 달러를 만들어 낼 수는 있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벤 버냉키가 ‘대침체Great Recession’에 대처할 수 있게 해 준 통화의 유연성은 로버트 무가베가 짐바브웨에서 100조 달러짜리 지폐를 만들어 낼 수 있게 해 준 유연성과 동일한 것이었다. --- p.59

완벽하지는 않아도, 도시소비자물가지수(이하 소비자물가지수)는 우리가 주로 사는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 변화를 가장 잘 반영하는 수치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소비 형태가 변화하면 소비자물가지수를 계산하는 데 포함되는 재화와 서비스 바스켓의 내용물도 같이 변화한다.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들은 빠지고 새로운 것들이 추가된다. 자동차는 1935년에, 에어컨은 1964년에, 휴대전화는 1998년에 추가됐다. 그런가 하면 타자기를 사는 일반 소비자의 숫자가 줄어들다가 결국 완전히 없어짐에 따라, 이 물건에 대한 가중치가 점점 줄다가 종국에는 완전히 바스켓에서 빠졌다. 그러나 휴대전화(혹은 텔레비전, 컴퓨터, 자동차) 같은 것은 재화 바스켓에 포함시키기로 결정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또 다른 방법론적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 가격만 변화하는 게 아니라 제품 자체가 점점 좋아지고, 빨라지고, 작아지고, 안전해지기 때문이다. (…) “이 모든 혁신은 분명 우리 삶의 질을 높인다. 그러나 정말 얼마나 높이는 것일까?”
바로 이 부분에서 우리는 가격의 변화를 측정하는 것이 과학일 뿐 아니라 예술이기도 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우리는 2015년형 텔레비전이 2005년형 텔레비전과 같은 물건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토요타 캠리도 마찬가지다. 물가지수를 측정할 때 꼭 해야 할 질문은 “가격 인상분 중 어느 정도를 품질 향상분으로 상쇄해야 하는가”일 것이다. --- p.95~96

우리가 여기서 얻어야 할 중요한 교훈은 단순하고도 논쟁의 여지가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금융 패닉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고, 그런 일이 일어나면 그 피해가 당사자들에게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2008년을 생각해 보자. 거품이 낀 주택 시장과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금융의 몰락이 가져다준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상황이 나빠지면 우리 모두 전당포와 내기 당구장을 기웃거리는 신세가 되고, 정부는 소위 ‘잔해를 청소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 『이코노미스트』에서 말했듯 “은행가들은 이윤을 주머니에 넣을 때는 자본주의를 믿고, 손해를 막아야 할 때는 사회주의를 믿는다는 옛말이 있다. 웃고 넘겨 버리기에는 너무나 진실에 가까운 말이다.” 이와 관련한 정책 목표는 금융 위기가 벌어질 확률을 낮추고, 그런 일이 일어났을 때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개입을 해야 하는지,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이런 논의는 늘 있어 왔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 p.130

중앙은행들이 얼마나 성공하고 얼마나 실패하는가에 따라 세계 경제의 운명─고용, 파산, 부, 심지어 전쟁과 평화 등─이 달라진다. 1차 대전 후 채택된 전 세계적인 통화 정책은 대공황을 잉태했고, 나치가 권력을 쥐는 데 도움을 준 경제적 긴장 상황을 만들어 내는 데도 커다란 영향을 준 바 있다.
한편 온갖 사람들이 온갖 이유(때로는 서로 상충하는 이유)를 대면서 중앙은행에 맹공을 퍼붓곤 한다.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는 중앙은행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물가안정과 꾸준한 경제 성장)에 관한 기본적인 합의가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그 목표를 어떻게 이룰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 전반적으로 정치적 우파는 금융 위기에 대한 연방준비제도의 조처가 무분별하며 인플레이션을 초래하는 것들이라고 비판한다. 극단적인 예로, 텍사스 주지사 릭 페리는 2012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 중에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으로서 벤 버냉키가 취한 공격적 조처들은 ‘거의 반역죄’에 가까웠다고 주장한 예도 있다.
정치적으로 정반대쪽에 서 있는 진보파도 비판을 하기는 마찬가지다. 노벨상을 수상한 바 있고 통화 정책에 있어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진보적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연방준비제도가 금융 위기 이후 금리를 낮추는 데 훨씬 더 공격적으로 나섰어야 했다고─그리고 유럽인들은 그 점에 있어서 여전히 너무 겁을 낸다고─믿는다. 한편 론 폴Ron Paul과 같은 극단적 자유주의자들은 연방준비제도를 아예 없애 버리고 금본위제로 돌아가기를 원한다. 그래서 그의 책 제목은 『연방준비제도를 없애라End the Fed』이다. 좌우 진영에 모두 포진해 있는 음모론자들은 연방준비제도가 전 세계적 검은 음모의 중심에 서 있다고 믿는다. --- p.164~165

통화가 강세를 보이면 수출업자들은 어려움을 겪지만 수입업자들은 축제 분위기에 휩싸인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스타벅스는 전 세계에서 커피콩을 사들인다. 달러의 가치가 20퍼센트 올라가면, 모든 커피콩이 20퍼센트 싸진다. 우리가 마시는 라테의 값이 더 싸지거나 스타벅스 주주들의 수익이 더 올라갈 것이다. 어느 쪽이 됐든 좋은 일이다. 많은 기업들이 수출과 수입을 모두 하기 때문에 환율 변동은 두 가지 상반된 효과를 가져다준다. 보잉은 일본, 캐나다, 이탈리아, 프랑스, 스웨덴 등 여러 나라로부터 수입한 부품으로 시애틀에서 보잉 787기를 조립한 후 전 세계로 수출한다.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 해외 시장에서 비행기를 팔아 생기는 이윤이 올라가지만, 이와 동시에 수입하는 부품의 가격은 올라간다. 스타벅스 역시 마찬가지다. 커피콩 값이 싸져서 생긴 축제 분위기는 금방 위축될 수도 있다. 해외에서 올린 수익을 미국 달러로 환산하면 그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느 쪽이 좋은 것인가? 강세 혹은 약세? 어느 통화든 구매력 평가 기준과 크게 차이가 나는 수준에서 환율이 유지되면 국민의 일부를 희생시켜서 다른 일부에게 이익을 주는 불공평한 상황이 생긴다. (…) 자국 화폐의 가치를 고의적으로 낮게 유지하는 정부는 결국 수입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에게 세금을 물려서 수출업자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독자라면 자신이 구매하는 모든 수입 상품에 대해 세금을 더 냄으로써 정부가 그 돈을 수출품 생산 기업들에게 제공하도록 하는 데 동의하겠는가? --- p.213~214

안타깝게도 금본위제의 단점 역시 장점으로 작용하는 특징들에서 기인한다. 케인스가 지적했듯 금의 공급은 국제 경제의 성장률과 유효한 연관성이 없다. 이 말은 금이 많이 생산되면 물가가 오르고, 금의 공급이 나머지 경제 부문의 성장을 따라가지 못하면 물가가 떨어진다는 의미다. 처칠은 후자가 특히 치명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됐다. 앞에서 살펴본 바 있듯, 고정 환율의 경직성 또한 단점이 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여러 나라들이 금본위제를 매개로 서로 묶여 있으면,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자국의 경제적 이익에 반하는 정책을 써야 할 때가 많다. 바로 이것이 1차 대전과 2차 대전 사이에 영국을 무너뜨린 요소였다. 다른 나라들도 이와 유사한 실수를 함에 따라 이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됐고, 이로 인해 대공황의 골은 더 넓고 더 깊어졌다. 바로 이 때문에 노벨상 수상자 로버트 먼델Robert Mundell이 엉망진창이 된 국제 통화 체계가 ‘히틀러, 대공황, 2차 대전을 초래했다’는 엄청난 선언을 한 것이다. --- p.252~253

독립전쟁이 시작되면서 미국인들은 조폐기를 돌릴 자유를 다시 누릴 수 있게 됐다. 각 식민 주들은 군비를 지불하기 위해 새로운 지폐를 발행했고, 그 과정에서 새롭고 혁신적인 지폐 디자인을 고안하는 것도 즐겼다. 메릴랜드 식민지는 ‘조지 3세가 아메리카 도시에 불을 지르면서 마그나 카르타를 짓밟고 있는 그림’을 지폐에 실었다.각 주에서 발행한 통화와 함께 새로 결성된 콘티넨털 의회는 ‘달러’라고 명시된 새로운 종이화폐를 발행하기 시작했다(식민지에서는 항상 스페인 달러가 통용되고 있었기 때문에 증오의 대상인 파운드를 대체할 계산 단위로 달러라는 이름이 자연스럽게 선택됐다). 독립전쟁 초기에 제대로 된 전국 단위의 세금 제도가 없는 상태에서 콘티넨털화는 콘티넨털 의회가 전쟁 자금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현대 티파티 운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아마 전혀 깨닫지 못했겠지만, 역설적이게도 대영 제국에서 독립한 공화국은 종이화폐를 발행하는 적자 예산을 토대로 시작됐다).19 조지 워싱턴이 나무 틀니로 유명했을지는 모르지만, 미국 역사의 방향에 더 큰 영향을 준 것은 그가 발행한 종이화폐였다. --- p.284~285

모든 문제의 근원은 연방준비제도가 금본위제를 엄격히 고수했던 것이었다. 그 때문에 파산하는 은행들을 구하고 물가 하락에 대처하는 능력이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연방준비제도는 어려움에 빠진 은행들에 대해 최종 대출자 역할을 하는 데 필요한 새 돈을 찍어 낼 수 없었다. 새로 찍어 내는 돈을 금으로 보증해야 했기 때문이다. 또한 경제가 더 위축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극적으로 금리를 낮출 수도 없었다. 그렇게 하면 금이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어려움을 겪는 다른 나라들도 이와 동일한 제한을 받았다. 미국에서, 그리고 전 세계에서 정책 입안자들은 금리를 높게 유지함으로써 금의 공급을 보호했다. 그러나 경제 회복을 꾀하기 위해서는 정반대 정책이 필요했다. 피터 테민은 『대공황의 교훈Lessons from the Great Depression』에서 이렇게 결론을 맺는다. “산업화된 경제를 금본위제에 묶어 놓은 것은 최악의 정책이었다.”
금본위제를 고수하지 않은 나라들(예를 들어 중국)은 대공황을 거의 완전히 피해 갈 수 있었다. 금본위제를 먼저 포기한 나라들(예를 들어 영국)은 먼저 회복될 수 있었다. 금본위제를 제일 오래 고수한 나라들(미국과 독일)은 불황을 가장 깊고, 가장 길게 겪었다. 피터 테민은 금본위제를 고수하는 동안 의미 있는 회복을 지속적으로 이루어 낸 나라는 전혀 없었다고 지적한다. --- p.330~331

2011년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렇게 논평했다. “일본은 경제학자들이 풀 수 없는 난제가 된 지 오래되었다. 마치 미열이 있으면서 증상이 더 나빠지지도 더 좋아지지도 않고, 퇴원도 하지 않는 환자와 같다.”
경제 정체의 원인은 복합적이고, 일본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중 하나다. 하지만 일본이 처한 곤경에 대한 거의 모든 분석은 디플레이션이 경제 정체를 더 심화시켰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일본 경제를 괴롭히고 있는 부분이 물가가 오른다고 모두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그럼에도 디플레이션이 끝난다면 아마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명목화폐 시대에 인플레이션을 유도하는 것이 정말 쉬운 일이라면, 일본의 중앙은행은 왜 물가 상승을 일으키지 못하는(혹은 일으키지 않는) 것일까? 그저 거기 보이는 파이 한 조각과 밀크셰이크만 주문하면 살을 찌울 수 있는데 말이다.
하지만 어쩌면 기존 경제학이 문제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일본은행(일본의 중앙은행) 전 총재는 일본만의 특수한 인구 분포를 볼 때 인플레이션을 유도하려는 것은 ‘허공에 대고 주먹질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그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기대 심리가 중요하다고 반론을 제기한다. 중앙은행 총재부터 물가가 오르리라는 것을 믿지 않는다면 아무도 그걸 믿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일본은 인구가 감소하며 점점 노령화되는 부자 나라이고, 높은 수준의 공공 부채, 그리고 경제 전체의 건전성과 이해관계가 부합하지 않는 조직화된 정치 세력들이 존재한다(디플레이션은 예금주들과 고정 수입으로 생활하는 노인들에게 유리한 경향이 있다). 선진국들 가운데 다수가 결국은 일본을 닮아 갈 것(느린 성장과 높은 노인 인구 비율)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는 일본의 잃어버린 수십 년, 그리고 그 수십 년을 잃는 데 통화 정책과 금융 부문이 한 역할을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 p.368~369

가족 중에 누군가 죽거나, 일자리를 잃거나, 돈 문제가 생기는 등 상황이 나빠지면 관계에 스트레스가 쌓인다. 유로존의 경우, 2008년 금융 위기는 그 모든 문제가 한꺼번에 터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 이후 독일과 그리스는 신경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미국의─그리고 세계 여러 곳의─부동산 거품이 터지자 유럽에서는 세 가지 위기가 겹쳐 일어났고, 그것들은 상승 작용을 일으키며 각각의 위기를 더욱 악화시켰다. 첫 번째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각국 은행들을 덮치기 시작한 위기였다. 유럽 은행들은 미국 부실 자산들(말도 안 되게 AAA등급을 달고 있는 자산들)의 가장 큰 구매자들이었다. 스페인과 아일랜드는 자체적으로 부동산 거품을 경험하고 있었고, 그로 인해 은행들은 큰 곤란을 겪었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곤란에 빠진 은행들은 경제 전체를 물귀신처럼 함께 끌어내리며 추락하는 경향이 있다.
두 번째 문제는 국가 부채, 즉 정부가 진 빚이었다. 그리스를 비롯한 여러 국가들은 낮은 금리로 대출할 수 있게 된 새로운 기회를 이용해 어마어마한 빚을 졌다. 이 때문에 독일이나 유럽중앙은행, 혹은 그 둘 모두가 그리스와 같은 재정적 문제아를 도와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무책임한 대출을 해 준 투자자 측의 모럴 해저드에 관한 논쟁도 있었다. 금융 위기의 여파 속에서 이제 소심해진 투자자들은 그리스나 이탈리아 같은 부채가 많은 정부들을 비뚤어진 시각으로 보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금리가 치솟았고, 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나라들의 대출금 상환 비용이 더 비싸졌다. 정부 부채 문제는 은행 문제와 겹쳐 더 악화됐다. 독일 은행들을 포함한 유럽의 은행들이 부채를 진 정부들에 큰돈을 빌려준 당사자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세 번째 문제는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같은 나라들이 독일을 비롯해 생산성이 더 높은 유럽 각국과의 경쟁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성장이 둔화됐다는 점이다. 논쟁의 여지가 있기는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유로가 피해를 가장 많이 끼친 부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유로를 쓰는 나라들은 독자적인 통화 정책을 운용하거나 자국 통화를 평가절하시킬 수 있는 능력을 잃었다. 두 방법을 쓸 수만 있었어도 국내 경제를 촉진하는 데 큰 효과를 볼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 p.408~410

당시 중국은 미국의 재무부 채권으로 약 8000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었다. 지금은 1조 3000억 달러 가까이 된다. 중국은 미국 정부의 최대 외국 채권자다. 한 채권자에게 너무 많이 의존하면 많은 단점이 생긴다(이 문제에 대해서는 그리스 정부에 물어보라). 특정인에게 자주 돈을 꾸다 보면 그가 이를 빌미로 다른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수 있다. 미국이 중국 대출에 의존한다는 사실을 이용해서, 중국은 인권 문제, 타이완 문제, 남중국해 문제 등 외교적 분쟁 이슈를 해결하려 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나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지적했듯 “누군가 은행에서 1000달러를 빌리면 그의 운명이 은행 손에 달려 있지만, 100만 달러를 빌리면 은행의 운명이 그의 손에 달려 있게 된다.” 그리고 일부 중국 관리들이 주장했듯, 만일 누군가 은행에서 1조 3000억 달러를 빌렸다면 은행은 그의 포로가 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미국이 새로운 대출에 대해 중국에 의존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분명한 건 중국의 경우 ‘1조 달러가 넘는 돈을 갚는 문제에 있어서’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13년, 미국 의회가 예산 문제로 교착 상태에 빠지고, 공화당 의원들이 예산 적자 상한선을 올리는 데 합의하지 않겠다고 했을 때─그렇게 되면 엄밀히 말해 미국 정부 부채의 채무불이행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중국 정부는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당시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발표한 성명서는 히스테릭한 10대가 쓴 것처럼 들렸다. 중국은 국제 준비 통화를 달러가 아닌 다른 화폐로 바꾸고(꼭 중국 위안으로 바꾸자는 것은 아니었지만 뭔가 다른 나라 화폐로 바꾸자는 것이었다), ‘탈미국화된 세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는 다음과 같은 헤드라인으로 당시의 큰 그림을 포착했다. “중국, 자국 돈이 위험에 빠지자 미국을 비난하고 나서다.” --- p.424~425

화폐가 일종의 결산 내지 ‘기억’의 수단이라면, 컴퓨터 코드로 만들어진 전자화폐인 비트코인도 돌로 만든 라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둘 다 기록을 보존하기 위한 수단이다. 게다가 아이러니하게도 라이와 비트코인이 모두 ‘채굴’되어야 한다는 기막힌 우연까지 겹친다. 라이는 채석장에서, 비트코인은 복잡한 컴퓨터 알고리즘을 통해서 채굴된다는 것만 다르다. 연방준비제도의 경제학자가 야프 섬의 돌 화폐에 대해 보고서를 쓴 데는 이유가 있다. 2004년(비트코인이 나오기 몇 년 전), 마이클 브라이언은 실물화폐와 명목화폐(정부가 발행하고, 본질적인 가치가 없는 화폐), 그리고 미래의 화폐를 연결시켜 본 뒤 이렇게 추론했다. “명목화폐는 거래를 추적하고 기억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실물화폐만큼이나 효율적이며, 제조와 저장 비용은 훨씬 저렴하다. 사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모든 거래에 전혀 비용이 들지 않고, 모든 사람이 볼 수 있게 즉시 기록할 수 있어서, 화폐, 적어도 물리적인 실체로서의 화폐가 쓸모없어지는 미래도 예측해 볼 수 있다.”
바로 그 미래가 도래한 것이다. 나라야나 코처라코타는 〈돈은 기억이다〉 보고서에서 이렇게 쓴다. “화폐가 수행하는 기능이 모든 거래에 대한 완벽한 기록으로 대체될 수 있다면, 그때 화폐의 유일한 기술적 역할은 그 기록을 제공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비트코인은 그 일을 한다. 비트코인은 참여자들이 컴퓨터를 이용해 그것을 전 세계 어디로나 보낼 수 있도록 해 주는 분산 장부다. 웨스턴 유니언 같은 금융?통신사와 비슷하지만, 더 빠르고 더 저렴한 데다 익명이 보장되며, 달러 대신 비트코인이라는 새로운 계산 단위를 쓸 뿐이다. 비트코인은 인터넷, 똑똑한 프로그래밍, 강력한 암호화로 보장되는 보안성, 그리고 정부의 합법적 보증을 받는 화폐를 그렇지 못한 전자화폐와 기꺼이 거래하겠다는 기업가, 투자자, 자유주의자들의 의지가 결합함으로써 가능해진 거래의 기록이다. --- p.455~456

이 모든 문제에도 불구하고 주요 경제학적 이론들의 도움을 받아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이루어 낸 업적을 잊어서는 안 된다. 물론 금융 위기의 경험에서 배워야 할 것은 겸손이기도 하다. 하지만 2008년 위기 후의 상황은 대공황이나 그 이전에 있었던 수많은 금융 패닉 때보다 훨씬 양호했다. 우리가 금융 패닉에 대처하는 기술은 꾸준히 진보하고 있다.
명목화폐를 운용하는 것─무에서 돈을 만들어 내거나 그런 돈을 없앨 수 있는 엄청난 힘─과 관련된 도전은 늘 존재할 것이다. 신경외과의가 살아 있는 사람의 뇌를 회복시키기 위해 수술할 때는 항상 악화시킬 위험이 따르듯, 중앙은행도 경제 전체에 그와 비슷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우리의 일자리, 저축, 집 등이 모두 그 영향권 안에 있다. 연방준비제도의 결정에 따라 사람들이 말 그대로 죽거나 사는 건 아니라 할지라도, 엄청난 영향을 받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 책을 통해서 나는 적어도 돈 문제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독자들에게 설득하는 데 성공했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는 돈을 적게 가지는 것보다는 많이 가지는 것이 더 낫다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우리 주머니에 20달러짜리 지폐가 들어올 수 있게 해 주는 시스템이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다른 모든 경제 활동을 가능하게 만든다는 이야기였다.
--- p.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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