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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이 빛나는 순간

얼음이 빛나는 순간

[ 양장 ] 푸른도서관-60이동
리뷰 총점9.4 리뷰 25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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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문학 top100 5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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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4월 25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320쪽 | 378g | 128*188*30mm
ISBN13 9788957983492
ISBN10 895798349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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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우리는 매순간 자기 앞에 놓인 삶을 선택해야만 한다. 그 과정에서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저지르고 시행착오를 겪는다. 자기 선택으로 얻게 된 결과가 한없이 후회스럽고 지리멸렬하게 느껴질 때도 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다음엔 보다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 내는 게 우리에게 주어진 책무이고 운명일 것이다. 그런 생각을 많은 선택 앞에서 갈등하고, 도망치고, 결과에 아파하고 후회하면서 자기 앞의 생과 마주하는 지오와 석주를 통해 보여 주고 싶었던 것이다. 이번 작품을 통해 어릴 때부터 내 책을 읽고 자란 이십 대 독자들과도 만날 수 있다면 좋겠다. 지오 같고 석주 같을 그들에게 누구에게나, 언젠가는 빛나는 순간이 있으며 그 시간은 자신이 만드는 것임을 말해 주고 싶다. ---「작가의 말」

갑자기 엉망인 성적표로 남은 지난 1년이 허망하게 여겨졌다. 지오는 대학에 들어오면서 아예 길을 잃어버린 느낌이었다. 어쩌면 대학 합격이 인생 최대의 목표였고 그 이후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는 게 맞는지도 모르겠다. 지오가 보기에 부초 같기는 같은 과 신입생들도 마찬가지였다. 하나같이 운이 나쁘거나 실수해서 왔다는 아이들은 학교에 뿌리 내릴 생각 대신 반수나 편입으로 학벌 세탁할 생각들만 하고 있었다. 성공률이 희박한 목표나 꿈은 자기 위안에 불과할 뿐이다. 열패감에 잠겨 시작하는 아이들에 비하면 지오는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합격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있는 터였다. 하지만 아버지는 지오가 입학하기도 전부터 학점 잘 따서 상위권 학교로 편입하기를 바랐다. 1학년 성적에서 그 가능성이 사라지자 아버지는 다른 목표를 세워 놓고 지오를 닦달했다. ---pp. 34~35

지오는 기둥에 비스듬한 자세로 기대앉은 채 기타 치는 시늉을 했다. 그는 무릎 위에 기타가 놓인 양 허공에서 코드를 잡고 줄을 튕겼다. 기타 잘 치는 형을 둔 석주가 보기에 능숙한 손놀림이 시늉만은 아닌 것 같았다. 빈손으로 저러는 걸 보면 기타 치는 걸 좋아하는 모양인데 왜 동아리에 가입을 안 했는지 이상했다. 지오에겐 자전거 여행이 아니었으면 몰랐을 면모가 많았다. 어쨌거나 기타 선율은 석주 마음속에서도 울려 퍼졌다. 은설이 움직이는 대로 음표가 그려졌다.
은설은 절벽을 내딛는 산양처럼 여기저기 가볍게 뛰어다녔다. 석주에겐 은설이 점차 꽃뿐만 아니라 마치 새나 나비, 바람에 산들거리는 나무 같은 풍경의 일부로 보였다. 살아 있는 생명, 그 덩어리 같았다. 힘들고 지쳤을 때 은설을 보면 저절로 힘이 솟을 것 같았다.
(중략)
차가 달리기 시작하자 손을 흔드는 은설이 사이드미러 속에서 멀어졌다. 석주는 은설과 함께 뒤로 물러나는 과수원에서의 일들이 꿈만 같았다. 그리고 곧 모든 것이 아스라이 사라져 갔다. 석주는 은월 농원에 무엇인가 빼놓고 가는 기분이었다. 이유도 없이, 능선 위로 번지는 노을처럼 슬픔이 밀려왔다.
---pp. 129~130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스물세 살의 휴학생 지오는 어느 날 갑자기, 고등학교 시절 한방을 썼던 옛 친구인 석주로부터 메일을 받는다. 용건 없이 날짜와 시간, 장소만을 알려온 불친절한 초대 메일은 실연으로 인해 공황상태에 빠진 지오를 충동적으로 추풍령행 기차에 오르게 만든다. 지오는 석주에게 가는 동안 잊고 싶었던 과거의 시간들을 하나씩 복기해 가며 자신의 지난 선택과 그 결과들을 떠올리게 된다. 캐나다 조기유학의 경험, 부모의 불화, 귀국 후 강압적인 아버지에게 짓눌린 채 자신의 삶에서조차 아웃사이더로 서성이던 시간들, ‘세상 어디에도 무풍지대는 없’다는 것을 깨닫고 폭력으로부터 달아나며 느낀 열패감, ‘스무 살이 넘으면 빛나는 인생이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지만 현실은 지리멸렬함뿐인 데서 오는 공허함까지. 어느 것 하나 흡족한 기억이 없는 지난 시간들에 지오는 자괴감을 느낀다.
한편, 석주 또한 예기치 않은 사건들로 가득한 5년의 시간을 보냈다. 엄마의 전략대로 고분고분하게 살아온 삶은 지방의 기숙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묘하게 뒤틀리고, 최초의 일탈이었던 지오와의 자전거 여행을 통해 우연히 만나게 된 소녀 은설은 이후 석주의 삶을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이끈다. ‘태어날 때부터 고3으로 살아온 기분’을 느끼며 이 시대 대한민국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무미건조한 수험생의 시간을 견뎌낸 지오는 은설의 임신 소식으로 인해 견고하게 쌓아 올린 자신의 세계가 처참히 무너져 가는 것을 목도한다. 급기야 ‘바닷물에 퉁퉁 불고 물고기에 눈알을 파 먹힌 시체로 엄마와 은설에게 발견되고 싶’다는 자기 파괴적 충동을 느끼며 바다로 달아나 방랑의 시간을 보낸 끝에, 석주는 자신의 아이를 낳은 은설을 선택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삶을 꿈꾸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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