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히 뛰어나고 노련한, 하지만 때로는 무정한 이 사업가는 별안간 경이로울 만큼 효과적인 정치인으로 스스로 탈바꿈했다. 마치 이동통신 혁명을 선구적으로 이끌어 억만장자가 된 것이 따분해졌다는 듯 탁신은 새로운 정당(타이락타이당, ‘태국인을 사랑하는 태국인’이라는 뜻)을 만들었으며, 그의 당은 선거 게임이라는 첫 번째 시험에서 준수한 성공을 거두었다. --- pp.17~18
“그렇고말고요. 제가 성공적으로 돌아간다면, 지금 저를 적대시하며 싸우고 있는 사람들은 싸우지 않게 될 거예요. 제가 돌아간다면, 그리고 돌아가서 복수하지 않는다면, 또한 제가 모두를 용서한다면 저를 좋아하지 않는 이들이 더 편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할 겁니다.” --- p.41
그런데 바로 그 노력은 한 가지, 어쩌면 유일한 정치적 결점을 갖고 있었다. 게다가 그 결점은 크고 중요했다. 그것은 적어도 왕실의 일부 고위층이 생각하기에, 현실에 바탕을 둔 이 정치인을 가난한 사람의 애정을 얻기 위한 경쟁자로 여겨지게 만들어버린 것이다. 이 세속의 억만장자가 마치 국왕의 텃밭에 비집고 들어가고 있는 듯한 인상을 심어준 것이다. --- p.55
“태국의 민초 부문을 강화해야 해요. 농촌이 번창하도록 도와야 해요. 이 부문을 들어 올리면, 경제의 한 부문만이 아니라 다른 부문도 함께 올라갈 겁니다. 하지만 바닥에서부터 들어 올려야 해요. 바닥에서부터 위로 들어 올리면 상층부도 따라서 올라갑니다. 이러한 방식은 도시를 무시하자는 뜻이 아닙니다. 농촌 경제가 더 나아지면 모든 것이, 관광업조차 향상될 거라는 의미입니다. 더욱더.” --- p.73
탁신은 지독할 만큼 성공 지향적인 사람이다. 그런 그가 자신이 최고가 아니라고 밝혀지는 어떤 활동을 즐긴다는 걸 상상할 수 있겠는가? 자수성가한 이 억만장자는 끊임없이 논쟁의 여기가 있긴 하지만(그러나 세상의 다른 모든 억만장자도 마찬가지다), 모두의 기억 속에서 태국의 가장 유능한 결과 지향적 총리인 것은 거의 틀림이 없다. 그는 뒤로 물러나 참견하는 역할로 만족할 사람은 아닌 듯하다. 그런데 때로는 패배를 통해 승리할 수 있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 p.102
많은 개발도상국가와 마찬가지로 태국의 부패가 심한가, 약한가의 논쟁은 아이슬란드의 올해 강설량이 더 많은가, 적은가를 말하는 것과 같다. 탁신은 태국 역사상 가장 부패한 총리일지도 모르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누군들 그걸 어떻게 알겠는가? 심하게 오염된 수영장에서 헤엄을 치는 사람이 깨끗한 몸으로 밖으로 나올 수는 없을 것이다. --- p.153
대체로 지금까지 세계의 언론 매체는 탁신이 여러 건의 부패 사건으로 기소되었다고 보도했다.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부패방지법에 따라 법률 위반 혐의로 공소가 제기되었지만, 실은 총리로서의 권력 남용이 그 이유였다. 최근 마치 전적으로 탁신 때문에 만들어진 것 같은 태국의 법률 용어에 따르면, 그는 ‘정책 부패olicy corrution’라는 죄를 지었다. 이는 비교적 최신 용어로, 의미는 상대적으로 모호하다. --- p.159
“제 마음속에 두 가지 상반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이유가 그겁니다. ‘쿠데타가 일어날지도 모른다, 쿠데타는 안 일어날 수도 있다.’ 이미 국왕께 총리직을 다시 맡지 않겠다고 알렸기 때문에 쿠데타는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평화적이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정권이 이양되기를 원했을 뿐입니다. 정권 이양기에 새로운 총선을 치러내기를 바랐을 뿐이에요. 그 결과가 당의 승리로 나타나더라도, 저는 총리직을 수행하지 않겠다는 것이었지요.” --- p.216
“집에서 잠을 잘 때는 예전과 같은 사람입니다. 직책이 사람을 크게 바꾸는 것은 아닙니다. 큰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은 책임감, 자신이 처한 위치입니다. 일에 책임을 져야 하고, 때로는 자신에게 가해지는 압박감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지요. 그럴 때는 균형을 잡기가 힘들어요. 그런 상황은 자기 자신을 매우 불안전한 인물로 만들어버리지요. 결코 완전하지 못한 인간으로요. 아시다시피 우리는 인간이니까요.”
--- p.2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