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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2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148쪽 | 230g | 128*188*10mm
ISBN13 9788960214682
ISBN10 896021468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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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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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지게를 기억하시는지
아무리 가득 담아도 출렁출렁 흘리던 걸음
균형 하나가 제대로 잡히기까지
온전한 물통 속의 물은 손실이 크다
그래서 더욱 가득 담아졌던 물
미리 흘릴 균형까지 고려하고 담았었다
담긴 양이 제각각 달라도
물통에 남아있던 물은 늘 같은 양이었던가
균형은 어깨와 발걸음의
출렁거림이 아니라
물통의 그 수위에 있었다는 것

그러니까, 그때
나의 균형은 다 흘러넘쳤다
빈 것들의 속내일수록 휘청거리기 쉽다
더 이상 흘려버릴 균형추가 없는
나이가 될수록 균형을 지키는 것이 어렵다
가령, 팔이 자꾸 안으로 굽는 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다툼 사이에서
균형은 또 그때처럼 흘러넘친다

봄, 바람이 출렁거리며 넘친 벚나무는 이미 바닥이 났고
평행을 유지하던 몸,
출렁거리던 옛 기억들도 감흥이 없다
그때, 오래도록 물이 다 새어나간
어깨가 살처럼 아프다
--- 「흔들리는 균형」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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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방송의 앵커는 서서 방송할 때 손에 들고 있는 대본으로 아랫배를 감추기도 한다. 화장실에 달려가서는 거울을 보겠지. 그러다가 아름다운 옷을 고르기도 하고 라면을 끓여 먹기도 하는 것이다. 누구나의 손은 가장 알맞고 매력적이다. 그러는 사이에 우리는 그 손으로 김장을 하고 시를 쓰며 겨울을 맞이한다. 겨울이란 무엇인가. 무는 단단하고 단 것을 골라야 한다. 나는 자주 재래시장에 가서 장을 보는데 장을 보는 일은 슬프기도 하면서 어느 땐 값을 깎는 것이 좋다. 그럴 때 시는 필요하다. 무값을 깎을 때도…… 악마의 시가 내 시라면, 이서화의 시는 어머니 시 같다. 오늘은 장을 보고 나서 그의 시를 읽으며 집에 온다. 거짓말을 하고 살아온 것이 그의 시를 읽으면 후회된다. 무란 무엇인가?
- 최호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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