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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 발행일 | 2019년 12월 21일 |
|---|---|
| 쪽수, 무게, 크기 | 274쪽 | 508g | 152*226*17mm |
| ISBN13 | 9791159332562 |
| ISBN10 | 1159332568 |
달맞이꽃 울 엄마
이종화 저
|
수필과비평사
|
2019년 12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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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어디에서 시작하여 어디로 가는 것일까.
나는 자주 꿈속에서 길을 걷는다. 미루나무가 길가에 우뚝우뚝 솟아있고 맥고모자를 쓰고 하얀 두루마기를 입은 아버지의 뒷모습이 보이고, 까까중머리에 헐렁한 잠방이를 입은 어린 계집아이가 맨발로 걷는다. 황톳길을 걸으면서 자꾸만 보채며 칭얼거려도 앞서 걷는 아버지는 뒤돌아보지 않는다. 나는 심술이 나서 뜀박질을 한다. 마구 달려서 아버지의 앞을 가로막았다고 여기는 순간, 어느새 두루마기의 고름이 펄럭이며 아버지는 저 멀리 떠나고 있다.
안타까워 견딜 수 없었다. 잠에서 깨어나면 나는 언제나 울었던 기억이 있다. 협궤열차를 놓쳐 버린 것 같았다. 아니 한 번도 가본적이 없는 돈황에의 그리움 같았다. 보이지 않는 것을 기다리고 그리워하는 것만큼 뼈 시린 고통은 없을 것이다. 끝도 없는 고통, 걷고 또 걸어도 목적지에 닿을 수 없다는 건 얼마나 큰 절망인가.
--- 「길」 중에서
입학식이 끝나자 아이는 급하게 달려와 내 품에 안긴다. 짧은 순간이나마 서운함을 느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나는 아이의 맑은 얼굴을 쓰다듬으며 오랫동안 가슴의 고동 소리를 들었다. 어머니의 가슴에서 내게 전해지던 희생과 사랑의 마음이 내 아이의 작은 가슴에도 닿기를 바라면서. 봄 햇살이 아이들의 머리에 닻을 내리기에는 시새움이 많을 것이다. 아이는 오늘 못 온 아버지라는 존재를 극복하기 위해 일부러 냉랭하게 굴었나 보다. 그래, 혼자 걷고, 혼자 넘어지고, 스스로 일어서 또 하나의 진정한 개체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하면서 나는 아들의 남다른 독립정신을 이해하기로 한다. ‘아들아, 봄바람이 열기를 동반하더라도 두려워하지 마라. 네겐 어머니라는 거룩한 해열제가 있단다.’
--- 「어머니」 중에서
나는 보호자 침상에서 쪼그리고 잤다, 엄마 걱정만을 하면서, 온전히 엄마만을 생각하는 날을 보냈다. 엄마가 깨어나기를 기다리면서 순전히 엄마의 딸로 돌아갔다. 아내, 엄마, 선생, 작가… 세상의 어떤 역할로도 대신할 수 없는 딸이라는 이름으로 보낸 하룻밤, 엄마를 위해서 보낸 시간이 너무도 없었음이 부끄러웠다. 엄마가 깨어나기를 기다리는 동안에 비로소 달맞이고개의 울 엄마를 떠올리다니. 콧물받이 수건을 둘렀던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마흔인 지금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나를 기다리던 엄마. 엄마가 내 등 뒤에 있어 무섭지 않았던 거구나.
--- 「엄마, 어서 일어나. 내가 엄마 기다리고 있는 거 안 보여?”
내 말을 들었을까, 거짓말처럼 엄마는 가만히 눈을 뜨신다. 햇살을 받으며 순순히 꽃잎을 여는 달맞이꽃처럼. 노랗고 창백한 일흔아홉 살 울 엄마. 앞으로 내가 엄마를 기다리는 날은 얼마나 남았을까.
나는 자주 꿈속에서 길을 걷는다. 미루나무가 길가에 우뚝우뚝 솟아있고 맥고모자를 쓰고 하얀 두루마기를 입은 아버지의 뒷모습이 보이고, 까까중머리에 헐렁한 잠방이를 입은 어린 계집아이가 맨발로 걷는다. 황톳길을 걸으면서 자꾸만 보채며 칭얼거려도 앞서 걷는 아버지는 뒤돌아보지 않는다. 나는 심술이 나서 뜀박질을 한다. 마구 달려서 아버지의 앞을 가로막았다고 여기는 순간, 어느새 두루마기의 고름이 펄럭이며 아버지는 저 멀리 떠나고 있다.
안타까워 견딜 수 없었다. 잠에서 깨어나면 나는 언제나 울었던 기억이 있다. 협궤열차를 놓쳐 버린 것 같았다. 아니 한 번도 가본적이 없는 돈황에의 그리움 같았다. 보이지 않는 것을 기다리고 그리워하는 것만큼 뼈 시린 고통은 없을 것이다. 끝도 없는 고통, 걷고 또 걸어도 목적지에 닿을 수 없다는 건 얼마나 큰 절망인가.
--- 「길」 중에서
입학식이 끝나자 아이는 급하게 달려와 내 품에 안긴다. 짧은 순간이나마 서운함을 느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나는 아이의 맑은 얼굴을 쓰다듬으며 오랫동안 가슴의 고동 소리를 들었다. 어머니의 가슴에서 내게 전해지던 희생과 사랑의 마음이 내 아이의 작은 가슴에도 닿기를 바라면서. 봄 햇살이 아이들의 머리에 닻을 내리기에는 시새움이 많을 것이다. 아이는 오늘 못 온 아버지라는 존재를 극복하기 위해 일부러 냉랭하게 굴었나 보다. 그래, 혼자 걷고, 혼자 넘어지고, 스스로 일어서 또 하나의 진정한 개체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하면서 나는 아들의 남다른 독립정신을 이해하기로 한다. ‘아들아, 봄바람이 열기를 동반하더라도 두려워하지 마라. 네겐 어머니라는 거룩한 해열제가 있단다.’
--- 「어머니」 중에서
나는 보호자 침상에서 쪼그리고 잤다, 엄마 걱정만을 하면서, 온전히 엄마만을 생각하는 날을 보냈다. 엄마가 깨어나기를 기다리면서 순전히 엄마의 딸로 돌아갔다. 아내, 엄마, 선생, 작가… 세상의 어떤 역할로도 대신할 수 없는 딸이라는 이름으로 보낸 하룻밤, 엄마를 위해서 보낸 시간이 너무도 없었음이 부끄러웠다. 엄마가 깨어나기를 기다리는 동안에 비로소 달맞이고개의 울 엄마를 떠올리다니. 콧물받이 수건을 둘렀던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마흔인 지금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나를 기다리던 엄마. 엄마가 내 등 뒤에 있어 무섭지 않았던 거구나.
--- 「엄마, 어서 일어나. 내가 엄마 기다리고 있는 거 안 보여?”
내 말을 들었을까, 거짓말처럼 엄마는 가만히 눈을 뜨신다. 햇살을 받으며 순순히 꽃잎을 여는 달맞이꽃처럼. 노랗고 창백한 일흔아홉 살 울 엄마. 앞으로 내가 엄마를 기다리는 날은 얼마나 남았을까.
--- 「달맞이꽃 울 엄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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