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책을 디자인하는 편집 디자이너, 그리고 인생을 여행하는 히치하이커. 툭 튀어나온 입술 때문에 뾰로통해 보여서 언제나 활짝 웃으며 사진을 찍는다. 성격이 급해서 걸음이 엄청 빠르지만 길치라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귀가 얇아서 지름신이 찾아올 때면 충동구매를 서슴지 않는다. 여자에게 애교가 많고, 남자에게는 무뚝뚝하다. 딱 붙는 옷보다는 헐렁한 옷이, 하이힐보다는 단화가, 클러치백보다는 숄더백이 편한, 긴장감보다는 여유로움 속에서 일상을 보내고 싶어하는 낙천주의자이다. blog.naver.com/punkyhippy relish.ej@gmail.com
저자 : 렐리시
일상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책을 디자인하는 편집 디자이너, 그리고 인생을 여행하는 히치하이커. 툭 튀어나온 입술 때문에 뾰로통해 보여서 언제나 활짝 웃으며 사진을 찍는다. 성격이 급해서 걸음이 엄청 빠르지만 길치라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귀가 얇아서 지름신이 찾아올 때면 충동구매를 서슴지 않는다. 여자에게 애교가 많고, 남자에게는 무뚝뚝하다. 딱 붙는 옷보다는 헐렁한 옷이, 하이힐보다는 단화가, 클러치백보다는 숄더백이 편한, 긴장감보다는 여유로움 속에서 일상을 보내고 싶어하는 낙천주의자이다.
어둑한 밤 출출할 때가 되면 ‘바바라스 키친(Barbara’s Kitchen)’을 생각한다. 바바라스 키친의 주방은 당연히 바바라가 책임진다. 서른다섯 살이 되면 술집을 낼 것이라는 막연했던 그녀의 포부가 육 년이나 앞당겨져서 구상한 지 두 달 만에 오픈했다고 한다. 인테리어도 직접했다는 그녀는 손맛이 좋아서 이것저것 뚝딱 잘도 만들어 낸다. 작은 공간 안에 네모진 테이블이 수다를 부르는 메뉴를 기다리며 띄엄띄엄 놓여 있다. 그 공간의 한쪽에서 바바라는 요리를 한다. 또각또각 썰고, 촤르르 튀기고, 지글지글 끓이고, 활활 굽는다. 프라이팬 위에서 춤추던 재료들이 맛있는 양념에 묶여 먹음직스러운 음식이 되어 나오면 정신없이 먹기 바쁘다. 거기에 시원한 맥주까지 곁들이면 우리들만의 심야 식단은 완성되는 것이다.---‘바바라스 키친’중에서
‘가을방학’의 노래 가사처럼, 산책은 생각 없이 걷고 또 걸어야 제맛이다. 산책 중에는 머릿속이 텅 비는 느낌이 든다. 가만히 앉아 있을 때 드는 복잡한 생각은 걷는 행위 자체로 조금씩 비워진다. 통의동과 그 일대에는 ‘동네 골목길 관광’이라는 안내문이 여기저기 붙어 있는데, 경복궁 근처라 그런지 역사적으로 중요한 장소들이 많은 것 같다. 한 번쯤은 시간을 내서 짜놓은 코스대로 거닐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테지만 나는 아직 스스로 이곳의 매력을 더 파헤쳐보고 싶다. 결말을 모르고 보는 영화처럼 목적지 없이 거닐다 우연히 발견하는 특별한 장소는 그 순간 오롯이 나의 전유물 같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낡고 오래되어 매력적인 통의동 골목길을 삐뚤빼뚤 걷다보면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긴다. 어쩐지 어릴 적에 가던 부산의 외할머니집 골목길과도 닮아 있다. 담쟁이 넝쿨, 낡은 자전거, 거칠게 자라나는 화분 속 식물이 모여 좁은 골목길 풍경을 정겹게 만든다. 너무 일상적이어서 오히려 낯설게 느껴지는 이 골목길이 계속 조용한 동네로 남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