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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안했고, 잘못했고, 사랑해”

[ 개정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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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1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156쪽 | 358g | 160*220*12mm
ISBN13 9791157061884
ISBN10 1157061885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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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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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과도 같은 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칠 년 간 연인으로 사랑과 믿음을 키우며 숱한 장애를 넘고 넘었습니다. 마침내 한 가정을 이룬 지 반백 년. 그 긴 세월 동안 늘 내 곁에 있었던 사람, 이선자.
아내가 병상에 누운 지 308일 만에 우리 곁을 떠나고, 다시 100일. (……) 아내 없는 집에 돌아가서는 안타깝고 가슴 아파 익숙한 일상에서도 허방 짚기 일쑤였습니다. 그녀는 내 삶의 반려이자 조건이었고, 버팀목이자 위로였다는 걸 새삼 깨닫고 있습니다.
하여 이제껏 한 번도 두 눈 맞추고 얘기하지 못한, 미처 말하지 못한 늦은 사랑의 말들을 이제야 말할 수 있습니다.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 p.7

이제 내게 남은 과제는 하나, 아내가 나와 우리 가족에게 보여준 사랑을 더 미루지 않고 실천하는 것입니다. 아내의 몫만큼 두 딸과 사위 그리고 손주들을 사랑하는 일입니다. 아내가 당부한 대로 건강이 허락하는 한 나라를 위한 일에도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아내가 내게 남긴 숙제를 하나하나 충실히 이행하는 것만이 고집스런 아내를 다시 만날 때 당당할 수 있는 길이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살아서 함께하지 못한 일들을 혼자서 꿋꿋이 하는 것만이 아내에 대한 화답이라는 걸 이제 알겠습니다.
--- p.10

내 청춘의 미몽을 단박에 깨우며 불덩이 같은 사랑을 ‘훅’ 하고 가슴팍에 꽂아버린, 그래서 표현할 말조차 찾지 못했던……. 당신은 그렇게, 활화산처럼 내 가슴에 살아 있습니다.
첫 만남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당신은 나와 우리 가족의 오래된 미래입니다.
--- p.16

처음 당신을 만난 이후, 나의 삶은 되돌릴 수 없는 것이 되었고, 당신은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의 변치 않을 짝지가 되어야 한다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운명’이라는 게 있다면 바로 이런 것이 아니겠는가 생각하면서 그 어떤 도전이 있었어도, 그 누가 훼방을 놓아도 흔들림 없었고, 당당했다 자부합니다.
--- p.28

당신을 보내고 돌아보니 당시의 사진첩 속에 삼십대와 사십대의 박지원은 호쾌한 웃음으로 활짝 웃으며 여러 사람들과 흥에 겨워 어울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늘 다소곳한 미소를 머금은 채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있었습니다. 늘 스스로를 낮추는 당신,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던 당신, 그리고 나를 가장 크게 돋보이게끔 매사에 완벽을 기하던 당신.
모자란 사람이 당신으로 해서 제 역할을 했다는 걸 이제사 깨닫습니다.
미안하고, 또 고마운 당신.
--- p.45

“당신의 길을 가세요.”
잘한다 하더라도 ‘잠시 명예롭고, 오래 고생스러운 것’이 정치인의 길입니다. 그러나 정치인의 아내란 그 잠시의 명예도 허락되지 않는, 고난의 길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매사에 늘 삼가고 주변을 살펴야 하는 역할, 그 창살 없는 감옥 같은 삶의 징역을 당신은 기꺼이 감수하겠노라 하였습니다.
--- p.52

당신은 자가용보다 버스를 주로 이용하고, 백화점 쇼핑보다 남대문시장과 동대문시장에 가서 양손 가득 장보기를 즐겼으며, 호텔 사우나보다 동네 대중목욕탕을 다녔습니다. 당신이 쓰러진 곳도 결국 시내버스 안이었습니다. 남편이 권력의 중앙에 있든 가장자리로 물러나든 그렇게 한결같이 스스로를 경계하였으니, 정치인의 아내로서 당신이 치러야 할 고통은 그만큼 컸을지도 모릅니다.
--- pp.54-55

당신과의 새로운 연애가 그렇게 일상이 되어가고, 나는 여전히 밤이 깊어서야 집에 들어오고, 새벽이면 나서면서도 식사와 운동을 챙기고, 주말이면 금귀월래(金歸月來)를 멈추지 않았지요. 지금 생각하면 꼭 그랬어야 했을까 싶기도 하여 후회가 없지는 않습니다. 당신곁에서 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걸……, 당신이 내게 바친 헌신에 비해 내가 갚은 게 너무 가벼운 게 여전히 마음에 걸립니다.
--- p.72

아내에게 미안하고 잘못했습니다. 그러나 아내는 저를 무척 사랑했습니다. 두 딸, 두 사위, 손자 곧 태어날 손주랑 아내를 그리며 살겠습니다.
아내는 둘째가 아이 안 가지고 강아지 키우고 산다니 강요는 안했지만 섭섭해 했습니다. 자기는 가고 새 생명 주고 떠났습니다.
여보 잘 가.
미안했고,
잘못했고,
사랑해.
--- p.82

아내는 제가 머리를 짧게 자르는 것을 좋아하고, 이발 열흘 후면 이발하라고 성화였습니다. 이발 후에는 품평을 합니다. 아마 제가 재수학원, 대학, 군대에 있을 때 헤어스타일의 그때가 제가 자신을 제일 사랑했다고 생각했기에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어제 위급하지만 저는 아내를 보고 이발관으로 달려갔습니다. 아내에게 마지막 충성스런 사랑을 보였습니다.
--- p.83

4년 1개월 된 손자는 할머니는 하늘에 계신다며 ‘보고 싶고, 사랑한다’ 합니다. ‘엄마가 슬퍼한다’고도 합니다. 삼우제에 가서는 노래도 부르고, 묘소에서 할머니 얼굴이 여기에 계신다니 잔디 위에 뽀뽀를 하고 어루만지며 떠나질 않습니다.
--- p.104

아내의 50제!
신촌세브란스 병원에서 귀 치료 받고 용인공원묘지로 동생과 둘째와 셋이서 갑니다.
둘째 뱃속 ‘똘이’도 할머니께 갑니다.
새벽에 다녀가겠다는 동생과 제수, 또 누가 오려는지, 얼마 전 강준호 비서는 대전에서 사모님이 좋아하시던 성심당 빵을 사와 제상에 차려놓았다고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 p.114

당신이 내 삶의 반려여서 행복했습니다.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합니다.
당신과 함께 한 날들은 모두 아름다웠습니다.
당신을 만날 때까지 부끄럽지 않도록 당신의 당부대로 살겠습니다.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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