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민 (shine@yes24.com)
표지 한 가득 모여있는 이 현란한 깃털을 가진 새들. 비슷해 보이지만 어느 것 하나도 같은 모습에 같은 포즈를 취하고 있지는 않다. 그리고 그 위에 꼬마 부엉이는 더욱 그러하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 하나. '꼬마 부엉이는 무엇이 되었을까?'
풀 죽은 꼬마부엉이는 자신을 소개한다. 아빠도 없고, 엄마도 없는 고아라고, 그리고 마구 울어 제낀다. 그 다음 이어지는 깔끔한 한 마디. '무슨 엉뚱한 소리야! 여기 아빠가 있는데.' '엄마도 있잖니.' 뭔가에 쿵! 하고 얻어맞은 느낌이다. 꼬마 부엉이가 거짓말을 한 것일까? 아니, 단지 꼬마 부엉이는 자신의 연기에 몰입한 것일 뿐.
꼬마 부엉이는 연기에 소질이 있다. 그래서 하루 종일 연기를 한다. 벌새, 기러기, 홍학, 독수리, 그리고 박쥐까지…. 이런 꼬마 부엉이를 보고 흐뭇해 하는 우리의 부엉이 부모님. 엄마는 연기에 재능이 있다고 하시고, 아빠는 그래도 의사나 변호사가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이제부터 부모님들의 경쟁(?)이 시작된다. 아빠는 의사 놀이 장난감과 변호사 놀이 장난감을 사 주시고, 엄마는 각종 연기와 탭댄스까지 가르쳐주신다. 자, 이제 다시 한번 물어보자. '꼬마 부엉이는 무엇이 되었을까?' 물론 정답은 책 속 권말에 있다. 힌트를 하나 던져주자면, 의외의 반전이라는 것.
'너는 커서 뭐가 되고 싶니?' 라고 물을 때, 아이들은 무엇을 생각할까? 엄마가 읽어주신 책 속의 위인? 아니면 텔레비전에서 자주 보는 그 사람? 아니면 제일 마지막으로 본 어떤 사람을 이야기할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의 꿈은 커가는 신발치수만큼이나 변화무쌍하다. 내가 잘하는 것과 내가 좋아하는 것, 그리고 내가 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나를 알아가는 과정은 성장과정에서 중요한 요소이다.
힌트처럼 꼬마 부엉이는 엄마가 생각하는 배우나 극작가, 아빠가 생각하는 의사나 변호사가 되지 않았다. 꼬마 부엉이는 수 없이 많은 선택과 고민을 반복하며, 마지막 장면처럼 우리에게 행복하게 일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행복을 향해 도전하는 자신을 믿고 용기를 북돋워 주는 부모님이 있었을 것이다.
나는 첫 장에서 꼬마 부엉이가 외톨이에 부모가 없는 고아라고 하여 마음에 눈물을 뿌릴 준비를 했고, 곧 이어 고아라는 말이 재미난 연기연습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을 때 진실했던 내 마음에 상처를 입을 뻔 했다. 그리고 그 다음에 이어질 이야기에 토라지듯 거리감을 둘 준비를 했다. 하지만 책장을 덮은 지금은 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소개하고 싶어진다. 시리즈 이름대로 아이들은 생각이 커지고, 부모님들은 생각이 넓어지는 그림동화책이다.